친구가 남기고 간 세월로 하여
趙司翼
그리다 만 캔버스 남겨진 여백의 말은 어디로 갔을까
찬구 떠난 그 바다를 생각하는 동안
쉭쉭 대는 바람결에 유리창이 휘감기고
싸락싸락 눈 내리는 밤을 쪼그려 봐도
마지막 숨결이 있어 그리운, 차마 눈물이 나는 곳
나가사키 항구 바닷가도 기억에서 흐려져 간다
살아생전 따스하고 다정했던 마음도
파도가 지워버린 모래 위 발자국처럼
그렇게 서서히 옛일이 되어 가고
귓가를 떠도는 친구의 여러 이야기마저
잘못된 기억으로 허구의 거짓일까가 두렵다
아득히 푸른 밤을 잊힌 기억들만 머릿속을 떠 다니고
어두워 가는 여백의 캔버스를 보면서도
친구가 남긴 세월 채울 수가 없어서
붓끝에 너의 이름을 남겨 둔 채로
이 밤을 나도 의식 없는 죽음이어야 했다
우정이 매몰된 나가사키 푸른 바다엔
함께 했던 꿈이 부서진 채 그림자만 떠다니고
상심과 절망의 삶으로 나는 지쳐가고 있다
쌍십자 무늬를 한 창문 밖 길 건너엔
삼나무 숲을 끌어안고 겨울 밤이 울고 있다
2023.01.07
편집 등록(성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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