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不眠症)
趙司翼
병든 세상, 그들이 싸들고 간 세월이 너무 길었다
그토록 비대하고 튼튼하던 밤도
몰라볼 만큼 피폐(疲弊)하고
변이 된 세상 얽힌 영토 속에서
굴복시키려만 들고 복종시키려만 한다
붕괴 직전을 간당거리는 이 밤을 갈망하기에는
적십자병원 장례식장
이별로 슬펐던 새벽하늘이 드러나 있고
새문안로(路)를 떠 있는 밤
눈동자에 담던 그 밤이 경악이었다 할지라도
썩은 세상 붙들고 애걸하느니
불편한 진실(vaccine)과 손 잡는 게 옳은 일이었다
폭풍 일 때 폐목(廢木)의 나룻배처럼
흔들리는 백지장 같은 백야를 붙들고
타협할 마음도 생각해 둔 것, 아무것도 없다
우리 모두 옛 날 같은 소생을 위하여 잔을 들자
환상을 꾸고라도
그 소멸의 근원을 찾을 수만 있다면,
올빼미처럼 뜬 눈의 밤이라 한들
편집등록 . 성우혁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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