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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文學 . 2022년 . 2023년

영등포동 거리에서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12. 24.

 

영등포동 거리에서
趙司翼

해 지고 뉘엿뉘엿 어두운 밤을 한숨짓는
빈 가슴을 홀로 쓸쓸한 남자의 뒷모습이
여러 이유를 부둥켜 앉고 중얼거리는
우두커니 그 만의 탄식에도
이토록 내 가슴이 미어지는데
양철문고리 바람에 우는 처마 밑을 웅크린
재색 무늬 길고양이 신음소리가
가슴속을 파고들며 비수처럼 몹시 슬프다
골목끼리 어깨를 맞댄 쪽방촌 구공탄 냄새 진동하는 
눈만 뜨면 보게 되는 울타리 너머
영등포역을 나고 드는 전철 길 부산해도
덜커덩 소리 말고 온정 내미는 손길 아무도 없다

늦은 밤 골목을 서성이는 사람들
누군가가 그리우면 영등포 역 광장으로 가고
가슴이 답답하면 빈 하늘에 시선을 두고
밤이 저물도록 이야기 할 사람 없어서
마주쳐도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이유를 이젠 알겠다

양철담 헐건 골목길을 돌아서며
생각하는 내 이러한 모든 의미가
가난한 밤을 내리는 한송이 눈만도 못하다
재개발 목전에서 여러 근심 뒤숭숭한데
내력 모르고 함박눈은 내리는지

2022.12.22

 

 

 

 

 

 

 

 

 

 

 

사진자료 : 다음 포털에서

 

  편집동록   성우혁     BGM - G.Clefs(I Under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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