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추억이 시린 밤
趙司翼
눈이 내린다고,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가로등도 외로운 북촌의 야심한 밤에
태우듯 뿌려진 세종로 이글거리는 불빛 들로 하여
눈 내리는 골목길을 너는 다시 그때 모습을 하고 왔다
칠십 년대 북촌길 작은 문칸방을
단정한 학생 신분으로 세 들어 살면서
성벽처럼 굳게 다진 나의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행복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지니고 있는 마음의 상태에 있다고,
다독이던 때가 엇 그제처럼 마냥 그리운데
내가 늙어버린 것이냐
옛 추억이 나를 부른 것이냐
칠십 년대가 한 달 전처럼
차디찬 여관집 유리창을 중얼거리고
허기진 맘 추억으로 시렸던 밤 북촌
서울 가회동 하늘 위를 떠 오른 일출의 새벽
눈꽃 수부룩한 광화문 광장을 지나
두루미처럼 세종로 길을 걷고 있었다
2022.12.28
편집등록 (성우혁) BGM- 스카브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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