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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文學 . 2022년 . 2023년

대청봉 이르는 길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1. 20.

 

대청봉 이르는 길

趙司翼

그림자처럼 눈 내리는 밤을 미시령 고개도 눈을 뜨고
오로지 남극보다도 모진대륙의 설풍 가운데
타래蘭이거나 아니면 이팝꽃 같기도 한
외설악 금강송 붉은 가지 사이로 오는 새벽
깊은 어둠을 털고 동해바다 일출이 뜨니
줄지어 선 백두대간 여러 산맥이
먼 옛날이야기처럼 꽉 차 오른 안갯속을
기러기 떼가 되어 백무의 흰 물결 위를 떠다니고
희끗희끗 눈발처럼 날리는 의식은
끝내 어디론가 사라져 팅 빈 가슴이 되고 만다

거짓처럼 요동치는 이러한 사실 앞에
임인년(壬寅年) 섣달 끝자락과 어깨를 맞대고
겨울 한 복판 일천칠십팔 고지
상고대로 결박된 대청봉 표지석에서
철학자 모습을 하고 寒계절이 되어 봐도
바람 더욱 거세어 흐르는 눈물로
마냥 울고 싶어 별다른 마음 가질 수가 없다
서릿발 갈기 길기 솟아오른
오로지 남극보다도 한결같은 태백준령

 

 

 

 

편집등록 (성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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