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가슴이 되어 봐도
趙司翼
청운을 가슴에 달고 광화문 뒷골목에서,
그립도록 그리운 친구들 모두 어디에 살고 있을까
점박이 물범처럼 희끗희끗
눈 덮인 인왕산도 제 모습을 감추려 들고
와도 와도 너무 멀어버린 지금에 와서
당시 모습을 하고 길 위의 인생처럼 떠돌아 봐도
쌓인 침묵 속에 흔적 없는 그림자일 뿐으로
그러했던 순간을 일려 주는 이 하나 없는 거리는
칠십 년대 청바지에 통기타 노랫말처럼
빌딩 창으로 푸른 하늘만 떠다니고
옛날이 그리워서 미친 듯이 소리쳤지만
잔잔한 메아리도 빌딩 숲은 담아내지 못했다
거리는 보이지 않는 추억들만 떠다니고
서울 사람들 발자국으로
유리알처럼 다져져 번들거리는 광화문 광장
은빛으로 수북수북 입김 날리며 오가는 발길 사이
눈길은 오후의 서울로 물드는데
추억이 된 곳은 그 어디서도 만날 수가 없다
편집등록(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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