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처럼 잠시 머물다 간다
趙司翼
어디서 꽃향기 들락거리는 덧문 밖을
벚나무 꽃길도 꽃길이지만
연인들 발길 쌓여 가득한 거리에서
멍든 줄 모르고 미친 듯이 떠돌았던 지난날로
이내 울컥울컥 기억에 젖어들고
심술궂게 마음 상했지만
굶주린 대지에 싹이 트고 꽃이 피고
봄이 올 것 같지 않아 서글펐는데
지지직 터지는 생명들 숨소리에 감탄하면서도
달리 표현할 마법을 지니지 못해
경외의 눈물만 글썽거리고
벚나무 꽃잎 날리는 거리에서
이 짧은 인생이 슬퍼도
운명이란 유령처럼 그렇다는 것을,
떠도는 몸통 밖에 가진 게 없다
2023.03.06
핀집 등록 . 성우혁
'■ 詩文學 . 2022년 . 2023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봄날은 가는데 (6) | 2023.03.19 |
|---|---|
| 미술관 자화상으로 하여 (3) | 2023.03.17 |
| 그 밤 나의 봄은 오지 않았다 (3) | 2023.03.10 |
| 봄을 노래하며 (5) | 2023.03.09 |
| 흔들리는 꽃 (6) | 2023.02.26 |
| 사랑하는 사람아 (8) | 2023.02.22 |
| 광화문 연가 (5) | 2023.02.09 |
| 친구가 남기고 간 세월로 하여 (6) | 2023.02.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