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자화상으로 하여
趙司翼
이유 없이 쓰려던 원고가 서랍장을 흠뻑 적시고
울부짖는 패배자의 피맺힌 비명 속에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자화상 그 순간이
아직도 미결(未決)로 남아 뜬 눈으로 새는 밤
그 모습과 눈이 마주쳤을 때
머리를 감쌌던 순간 밖에 기억나는 게 없어서,
아득히 밝아 오는 새벽
마음을 닫고 시력(視力)을 감는다
뜨겁게 혈관을 우글거리던 청년 시절
GPS가 터 준 끝없는 안목만 지녔어도, ......
이제라도 AI와 어깨동무하고
전시회 열리던 날 요코하마 항구의 물빛 이토록 화창한 날
금새우란, 양달개비 꽃밭에서
코끝을 찌르는 매화향에 취하고 싶었으나
예삿일처럼 또다시 익숙한 번뇌에 묶이고 마는,
왜냐하면!
横浜美術館에 내걸었던 자화상도
내 하루를 구원해 주지 못하는데
하물며 세상에서 보지 못한 글을 쓰려하니
2023.03.16
편집 등록 . 성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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