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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文學 . 2022년 . 2023년89

불면증 (不眠症) 불면증 (不眠症)趙司翼 병든 세상, 그들이 싸들고 간 세월이 너무 길었다그토록 비대하고 튼튼하던 밤도 몰라볼 만큼 피폐(疲弊)하고변이 된 세상 얽힌 영토 속에서굴복시키려만 들고 복종시키려만 한다붕괴 직전을 간당거리는 이 밤을 갈망하기에는 적십자병원 장례식장 이별로 슬펐던 새벽하늘이 드러나 있고새문안로(路)를 떠 있는 밤눈동자에 담던 그 밤이 경악이었다 할지라도썩은 세상 붙들고 애걸하느니불편한 진실(vaccine)과 손 잡는 게 옳은 일이었다 폭풍 일 때 폐목(廢木)의 나룻배처럼 흔들리는 백지장 같은 백야를 붙들고타협할 마음도 생각해 둔 것, 아무것도 없다우리 모두 옛 날 같은 소생을 위하여 잔을 들자환상을 꾸고라도그 소멸의 근원을 찾을 수만 있다면,올빼미처럼 뜬 눈의 밤이라 한들 편집등록 . 성우혁  B.. 2023. 1. 5.
북촌, 추억이 시린 밤 북촌, 추억이 시린 밤 趙司翼 눈이 내린다고,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가로등도 외로운 북촌의 야심한 밤에 태우듯 뿌려진 세종로 이글거리는 불빛 들로 하여 눈 내리는 골목길을 너는 다시 그때 모습을 하고 왔다 칠십 년대 북촌길 작은 문칸방을 단정한 학생 신분으로 세 들어 살면서 성벽처럼 굳게 다진 나의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행복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지니고 있는 마음의 상태에 있다고, 다독이던 때가 엇 그제처럼 마냥 그리운데 내가 늙어버린 것이냐 옛 추억이 나를 부른 것이냐 칠십 년대가 한 달 전처럼 차디찬 여관집 유리창을 중얼거리고 허기진 맘 추억으로 시렸던 밤 북촌 서울 가회동 하늘 위를 떠 오른 일출의 새벽 눈꽃 수부룩한 광화문 광장을 지나 두루미처럼 세종로 길을 걷고 있었다 2022.12.28 편.. 2023. 1. 3.
영등포동 거리에서 영등포동 거리에서 趙司翼 해 지고 뉘엿뉘엿 어두운 밤을 한숨짓는 빈 가슴을 홀로 쓸쓸한 남자의 뒷모습이 여러 이유를 부둥켜 앉고 중얼거리는 우두커니 그 만의 탄식에도 이토록 내 가슴이 미어지는데 양철문고리 바람에 우는 처마 밑을 웅크린 재색 무늬 길고양이 신음소리가 가슴속을 파고들며 비수처럼 몹시 슬프다 골목끼리 어깨를 맞댄 쪽방촌 구공탄 냄새 진동하는 눈만 뜨면 보게 되는 울타리 너머 영등포역을 나고 드는 전철 길 부산해도 덜커덩 소리 말고 온정 내미는 손길 아무도 없다 늦은 밤 골목을 서성이는 사람들 누군가가 그리우면 영등포 역 광장으로 가고 가슴이 답답하면 빈 하늘에 시선을 두고 밤이 저물도록 이야기 할 사람 없어서 마주쳐도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이유를 이젠 알겠다 양철담 헐건 골목길을 돌아서며 생.. 2022. 12. 24.
시인의 계절 시인의 계절 趙司翼 清水寺 가는 길 낙엽을 소리 없이 밟으며 들국화 꽃 마른 잎 하나 따 들고 마지막일 것 같은 올 가을 산책 길 시모가모(下鴨)로 가는 기차 소리가 못내 쓸쓸했다 하룻밤을 사이에 두고 가을은 가고 겨울이 오던 밤 풋내기 날개질처럼 창가로 끊일락 말락 이어지는 밤바람 소리 못내 뒤숭숭한 마음 때문에 새벽 창을 열고 하늘 헤아리니 별이 뜬 거기로 가을은 떠났다 어쩔 수 없는 이 마음 이래서 가을은 시인의 계절이 된다 2022.11.12 편집등록 성우혁 BGM-이동원(다시이가을에) 제목 2022. 11. 27.
올가을엔 이별의 말도 올가을엔 이별의 말도 趙司翼 새벽이슬처럼 모습을 하고 왔던 가을이 간밤 열도의 후지산 북쪽 고개를 아무 말 않고 넘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이토록 이별의 눈물이 쏟아져도 내가 지닌 이런 마음이어도 기꺼이 보내면서도 이별이라 말하지 않겠다 소련제 붉은 깃발로 우크라이나 국경을 자르고 온갖 피의 물결로 휘젓거리더니 헤르손을 도망치는 패잔병 되어 남기고 간 추하고 더러운 발자국도 그들 말로는 잠시 이별이라고 하는데 가을 너를 떠나보내면서 나는 굳게 마음먹고 이별이라 하지 않으련다 총탄이 쏟아지고 화약 연기가 들끓어도 억울한 가슴 쥐어뜯는 난민들과 어깨를 기대 머물기를 비롯하던 가을이 의연히 고운 마음만 지녀 있더니 눈물 대신 웃는 걸음을 하고 말없이 간다 힘든 날로 고통의 한 철이었을 텐데 2022.11.23 .. 2022. 11. 25.
詩는 詩想의 모습 일 때 아름답다 詩는 詩想의 모습 일 때 아름답다 趙司翼 시는 詩想의 모습일 때 쓰여야 한다 그 순간을 침묵해버리면 마른 풀잎처럼 헛되이 몸만 괴롭히고 강을 흐르던 물이 바다에 섞이는 순간 절어버리듯 제 몫을 잃고 여러 생각만 깊어진다 여러 꽃은 무시로 피지만 그 해 그 꽃은 다시 피지 않듯이 시의 표현도 생물이라서 영롱한 이슬, 그 신비롭던 순간을 놓치면 온갖 여러 생각에 쓸리기 십상으로, 하여 시는 詩想의 모습으로 있을 때 써야 한다 꽃은 피었을 때가 아름답고 갈대는 흔들릴 때가 제 모습이고 밤하늘 별은 빛날 때가 생명이며 시는 詩想의 모습 일 때가 아름답다 편집등록(정민재) . BMG - Norman Candler(Kleine Traummusik 제목 2022. 11. 16.
古典을 말하며 古典을 말하며 趙司翼 누구는 고전을 고리타분하다 말하지만 인간은 날 때 벌거벗은 운명이라 문화 출발점은 고전부터다 천상의 노래부터 지옥의 고통까지 질서도 없이 수시로 변하는 누군가에겐 빵이 쥐어지고 누군가는 홀로 떠도는, 과연 그 누구도 공평할 수 없는 것인가를 두고 기원에 근거하지 않아도 고전 속 비밀처럼 떠도는 이야기 속에 모두 있다 고전을 멀리서 찾지 말아라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모든 것이 나도, 그대도,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있음을 고전은 말 이상이고 알고자 하는 그 이상이다 인간사 신성한 지혜는 고전 속에 있다 사람의 말이 있고, 행위가 있고, 기쁨도, 슬픔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기에 인간으로서 인간만이 유일한 우월이다 많은 고전은 그 이유로 유명해야 한다 누구나 임계점(臨界點), .. 2022. 11. 14.
$10에 목숨 건 인생 $10에 목숨 건 인생 늦은 밤을 지글지글 베이컨 타는 냄새로 일산화탄소 배출 소리가 점령한 밤 분열을 거부하는 NK세포는 바닥을 치는데 거칠게 별자리를 한 화학 물질 여러 반응 변이 된 유전이 넘치는 지구 웅덩이에서 별 아래 독성물 뚝뚝 몸살을 앓는 지구 환경 예전처럼 파란색을 하고 미소 짓는 우리 강산 푸른 모습이 보고 싶다 맥박은 들쑥날쑥 거친 호흡을 목놓아 울고 여러 변형된 환경을 살고 있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벗고 어느 때면 웃는 미소 여러 행성 볼 수 있을까 $10에 목숨 건 인생 "할아버지 10불만 주세요" 여섯 돌배기 손녀딸 앞 일 생각하니 밤이면 보는 밝은 별아! 푸른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꿈을 주는, 나도 너처럼 좋은 할아버지이고 싶다 2022 . 09 . 18 편집등록(성우혁) .. 2022. 11. 13.
새벽 산책 길에서 새벽 산책 길에서 趙司翼 수락산 자락 서리가 핀 새벽길 한 발짝 디딜 때마다 사그락 사그락 홀로 울음을 하고 긴긴밤을 나뭇가지에 죽지가 걸린 지빠귀가 떨고 있다 밤새 귓전 앓음이 너였던 것을, 가뜩이나 겨울과 이별의 인사말도 마주 보자니 눈물이 날까 봐 주저하며 외면했던 맘 우울한데 서릿발 갈기갈기 얼어붙은 깃털 사이 너의 맑은 눈동자를 보면서 주르르 눈물이 흘러서 울컥했다 너를 가슴에 꼬옥 안았을 때 새가슴처럼 뛰는 너의 심장 토닥이며 나의 미천한 인문학(人文學)을 나누고 나니 목청껏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견딜 수 없이 참혹했던 밤이었다 나의 이런저런 궁리는 진행 중인데 훨훨 너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내 가슴엔 식지 않은 너의 온기가, 그래서 나는 너를 불사조라 말한다 2022.03.10 편집등.. 2022. 11. 3.
추일 서정 . 秋日 抒情 추일 서정 . 秋日 抒情 趙司翼 나는 너의 기억이 되고 너는 나의 추억이 되자 한 철 아녀자(兒女子) 치장을 내어 살던 해바라기 밭도 빈들 뿐 모두 함께 사라짐으로 하여 침묵하다가도 길섶 풀냄새 울컥여 목구멍 울대가 떨리어도 눈물 독 비워둔 채로 널 기다리는 동안에도 그래도 울컥할 때면 너 가던 뒷모습이 가슴 아팠지만 또한 고왔을 때 책갈피에 간직해 둔 추억 어루만지며 눈이 내리고, 꽃이 피고 물빛 푸러진 뒤 예전의 그 자리에서 우리 만나자 빈 뜰 서리 밭 눈이 날리고 또 한 계절이 세월에 빚어지는 동안에도 각기 제 모습을 하고 유혹하는 손길일 때도 기억하고 추억했던 맘 있었으니 눈물자국 지우며 내게로 오는 동안 우리 다시 만나 있을 테고 머뭇거리지 말고 손을 마주 잡고 얼굴 부비부비 참아 온 눈물 왈칵.. 2022. 10. 26.
가을이 떠나기 전에 가을이 떠나기 전에 趙司翼 눈이 부시게 화려한 계절도 손 놓고 살면서 이 무슨, 일 년 전도 아니고 누군가 깊은 침묵 흔들어 깨울 때까지 그다지 쓸데없어 버려둔 꿈을 곁에다 두고 그것도 꿈이라고, 너를 ........ 가을 나뭇가지 마지막 한 잎, 마저 털리기 전에 이제라도 정화된 마음을 갖기 위해 나는 보내고, 너는 떠나야 한다 너에겐 버림받은 자유라 할지라도 나에 있어서 너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다 광활이 별이 뜬 밤하늘서 시각(視角)에 잡히지 않는 드비쉬 달빛을 듣는다 밤 부두에 도착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이렇게 정겨웠던 적 있었는지, 해묵은 것들 보내고 나니 밤 그림자 위로 순백한 별이 뜬다 2022.09.23 - in Boston Brighton 편집등록(신유라) . BGM (Johnny D.. 2022. 10. 24.
뉴욕 할렘가 뉴욕 할렘가 . New York Harlem 趙司翼 독성 분열로 허구의 발톱을 움켜쥐고 "두려워, 두려워요" 저주가 손짓하는 문턱을 넘어 버린 괴성이 메아리 지는 누런 타락을 보며 지구 종말이라면 이런 모습일까 발진 부푼 피부가 끔찍이 상식 밖에서 울고 있다 일그러진 흔적 몽울진 불순 자극으로 자신을 배반 한 죗값이라기엔 너무 비참한 환상이 춤추는 마지막 혼돈 속에 쾌락이 죽음으로 가는, 심폐의 압축으로 끝내 일그러진 표정이 종말에 이르러서야 고통 없는 그 순간이 멸망의 저주가 반기는 순간일 것이다 여러 생명이 쓸모없게 널브러진 뉴욕 할렘가는 모순된 신의 저주뿐이다 2022.09.15 new york harlem 편집등록 성우혁 BGM - Animals(The House of the Rising Sun).. 2022.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