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 서정 . 秋日 抒情
趙司翼
나는 너의 기억이 되고
너는 나의 추억이 되자
한 철 아녀자(兒女子) 치장을 내어 살던
해바라기 밭도 빈들 뿐
모두 함께 사라짐으로 하여
침묵하다가도 길섶 풀냄새 울컥여
목구멍 울대가 떨리어도
눈물 독 비워둔 채로
널 기다리는 동안에도
그래도 울컥할 때면
너 가던 뒷모습이 가슴 아팠지만
또한 고왔을 때
책갈피에 간직해 둔 추억 어루만지며
눈이 내리고, 꽃이 피고 물빛 푸러진 뒤
예전의 그 자리에서 우리 만나자
빈 뜰 서리 밭 눈이 날리고
또 한 계절이 세월에 빚어지는 동안에도
각기 제 모습을 하고 유혹하는 손길일 때도
기억하고 추억했던 맘 있었으니
눈물자국 지우며 내게로 오는 동안
우리 다시 만나 있을 테고
머뭇거리지 말고
손을 마주 잡고 얼굴 부비부비
참아 온 눈물 왈칵왈칵
눈물 독이 가득 할 때까지 격한 포옹을 하자
나는 너의 기억에 있고
너는 나의 추억에 있으니
2022.10.22 - 金閣寺 가을에서
편집등록 성우혁 BGM (Anything that's Part of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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