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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번역시54

윤동주 . 눈 윤동주 . 눈 지난 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 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Snow by Yun Dong-ju Last night snow fell abundantly: on the rooftops, on the paths, on the farms. Perhaps it is a blanket that keeps us from the cold. That’s why it falls only in the chill of the winter. 번역(조사익) . 등록(성우혁) 제목 2022. 12. 27.
이해인 . 12월의 엽서 이해인 . 12월의 엽서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해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뛰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흘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어늘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 2022. 12. 5.
신경림 . 눈 온 아침 신경림 . 눈 온 아침 잘 잤느냐고 오늘따라 눈발이 차다고 이 겨울을 어찌 나려느냐고 내년에도 또 꽃을 피울 거냐고 늙은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끼리 버려진 사람들은 버려진 사람들끼리 기침을 하면서 눈을 털면서 Good morning Today of all days, the flurries are cold How are you going to stand this winter Will you bloom again next year The old trees say this to the old trees the forsaken people say this to the forsaken people coughing and shaking off the snow 번역(조사익) . 편집등록(성우혁) 제목 2022. 12. 4.
정호승 . 가난한 사람에게 정호승. 가난한 사람에게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 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 밖에 걸어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To the Poor Person by Chung Ho-seung Today again, for you I hung a lamp outside the window. Today again, I couldn’t wait for you any longer and I hung a heart outside the window Night has come, wind blows and at last s.. 2022. 11. 21.
오세영 . 나무처럼 오세영 . 나무처럼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 고운 햇살을 받아 안듯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우리도 그렇게 클 일이다. 대지에 깊숙이 내린 뿌리로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을 알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그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알 듯 Like the Tree by Oh Sae young As trees get along with trees, so we should live, as boughs holding each other’s hands endure a long cold sea.. 2022. 11. 2.
이백 . 밤의 고독 이백 . 밤의 고독 와인 파티에서였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날린 꽃들이 떨어져 내 무릎을 채웠다 잠에서 일어 났을 때, 여전히 술에 취해 있었다 새들은 모두 둥지로 돌아 갔고 내 동료 몇 명만 남아 있었다 나는 달빛 아래 홀로 강을 따라 갔다. The Solitude of Night by Li Bai It was at a wine party— I lay in a drowse, knowing it not. The blown flowers fell and filled my lap. When I arose, still drunken, The birds had all gone to their nests, And there remained but few of my comrades. I went along th.. 2022. 10. 11.
이용악 . 다리 우에서 다리 우에서 . 이용악 바람이 거센 밤이면 몇 번이고 꺼지는 네모난 장명 등을 궤짝 밟고 서서 몇 번이고 새로 밝힐 때 누나는 별 많은 밤이 되어 무섭다고 했다. 국숫집 찾아가는 다리 우에서 문득 그리워지는 누나도 나도 어려선 국숫집 아히 단오도 설도 아닌 풀벌레 우는 가을철 단 하루 아버지의 제삿날만 일을 쉬고 어른처럼 곡을 했다. On the Bridge . Yi Yong ak At night when the wind was rough, We lit the extinguished square lantern Again and again, stepping on a chest. My sister said She is scared, for the starry night has fallen On the bri.. 2022. 9. 23.
이정하 . 고독하다는 것은 이정하 . 고독하다는 것은 날고 싶을 때 날 수 있는 새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피고 싶을 때 필 수 있는 꽃들은 또 얼마나 행복한가. 고독하다는 것은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내 마음을 고스란히 비워 당신을 맞이할 준비가 다 되어 있다는, 그래서 당신이 사무치게 그립고, 어서 오기만을 기다린다는 그런 뜻입니다. イ・ジョンハ . 孤独ということは 飛びたい時に飛べる鳥はどんなに幸せか。 咲きたい時に咲ける花もまたどんなに幸せか。 孤独ということは愛する準備ができているということ。 私の心まるごと空にしてあなたを迎える準備が できているということ、だからあなたがこんなにも恋しくて 早く来てくれることだけを待つというそういうことなのです。 번역.조사익 등록.성우혁 제목 2022. 9. 22.
박건호. 빗소리 박건호. 빗소리 빗소리를 듣는다 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 환히 열리는 문이 있다 산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을 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 현실도 꿈도 아닌 진공의 상태가 되어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눈을 감으면 넓어지는 세계의 끝을 내가 간다 귓속에서 노래가 되기도 하는 빗소리 朴建浩 . 雨の音 雨の音を 聞いている。 夜中にふと 目が覚めて 雨の音が 聞こえると ぱっと開くドアがある。 とりとめなく 生きてきた わたしのこの 人生を くしけずって 整える 雨の音。 現実でも 夢でもない ふわふわした 状態で 雨の音を 聞いている。 雨の音を 聞くことが なぜかとても うれしくて。 目を閉じると 大きくなる 地の果てを ひとり歩む。 耳の中で 歌になっていたりする 雨の音。 박건호 : 시인, 작사가 출생 :.. 2022. 9. 14.
최승자 .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최승자시인 출생 : 1952년 충남 연기군 학력 : 고려대학교 독문과 졸업 데뷔 : 1979년 문학과지성 '이 시대의 사랑' 등단 수상 : 2017.05. 제27회 편운문학상 시 부문 그리하여 어느 날 , 사랑이여 최승자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 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런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 2022. 9. 9.
이성복 . 나는이 녹색 색조가 싫다 나는이 녹색 색조가 싫다 - 이성복 봄에 목을 기울이면 햇빛을 향해 내 눈 주위에 초록빛이 모이고 이 초록빛이 싫으니까 파스텔 톤으로 나는 그것을 없애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반복 된 흔들림 후 내 몸은 옷을 입지 않고 차가운 모래 위의 인어처럼. I Dislike This Greenish Hue by Lee Seong-Bok In spring, if I tilt my neck toward the sunlight a greenish hue gathers around my eyes, and since I dislike this greenish hue coming in pastel tones I shake my head to get rid of it. After repeated shaking my body.. 2022. 9. 9.
조태일 (물·바람·빛 – 국토 11) 물·바람·빛 – 국토 11 조태일 물과 물은 소리 없이 만나서 흔적 없이 섞인다. 차가운 대로 혹은 뜨거운 대로 섞인다. 바람도 바람도 소리 없이 만나서 흔적 없이 섞인다. 쏜살같이 혹은 느릿느릿 섞인다. 한 핏줄끼리는 그렇게 만나고 섞이는데 한 핏줄의 땅을 딛고서도 사람은 사람을 만날 수가 없구나 사람이면서 나는 사람을 만날 수가 없구나. Water, Wind, and Light – Land 11 Jo Taeil (1941-1999) Water and water meet in silence And mingle without a trace. Whether cold or hot, they mingle as they are. Wind and wind, too, meet in silence And mingle.. 2022.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