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번역시54 오세영 . 나를 지우고 오세영 . 나를 지우고 산에서 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산이 된다는 것이다. 나무가 나무를 지우면 숲이 되고, 숲이 숲을 지우면 산이 되고, 산에서 산과 벗하여 산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 나를 지운다는 것은 곧 너를 지운다는 것, 밤새 그리움을 살라 먹고 피는 초롱꽃처럼 이슬이 이슬을 지우면 안개가 되고, 안개가 안개를 지우면 푸른 하늘이 되듯 산에서 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 Erasing Myself by Oh Sae-young On the mountain, to live along with the mountain is to become the mountain If a tree erases itself, it becomes a forest; if a forest erases.. 2023. 10. 10. 박노해 . 가을볕 박노해 . 가을볕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 푸른 하늘에 내걸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어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내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Autumn sunlight by Park Nohae) I love the autumn sun The harvested peppers are dried in the sun. The red peppers spread out in the dirt yard It evaporates water and illuminates the transparent inside The laundry hung in the high blue sky It .. 2023. 9. 16. 송수권 . 시골길 또는 술통 송수권 . 시골길 또는 술통 자전거 짐받이에서 술통들이 뛰고 있다 풀 비린내가 바퀴살을 돌린다 바퀴살이 술을 튀긴다 자갈들이 한 치씩 뛰어 술통을 넘는다 술통을 넘어 풀밭에 떨어진다 시골길이 술을 마신다 비틀거린다 저 주막집까지 뛰는 술통들의 즐거움 주모가 나와 섰다 술통들이 뛰어내린다 길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죽는다 The Wine Barrel and the Country Road (Song Su-kwon) The wine barrel jostles on the bike carrier. The grass smell turns the spokes. The spokes make the wine splash. The gravel jumps up over the barrel and falls on the gr.. 2023. 9. 10. 한용운 . 이별은 美의 創造 한용운 . 이별은 美의 創造 이별은 美의 創造입니다. 이별의 美는 아침의 바탕[質] 없는 黃金과 밤의 올[絲]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없는 永遠의 生命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임이여,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美는 이별의 創造입니다. Parting Creates Beauty by Han Yong un Parting creates beauty. There is no beauty of parting in the ephemeral gold of the morning; nor in the seamless black silk of the night; nor in the eternal life which admits no death.. 2023. 8. 14. 이성부 . 달뜨기재 이성부 . 달뜨기재 지리산에 뜨는 달은 풀과 나무가 길을 비추는 것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 지워지지 않는 눈물자국을 비춘다 초가을 별들도 더욱 가까이 하늘이 온통 시퍼런 거울이다 이 달빛이 묻은 마음들은 한줄로 띄엄띄엄 산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고 귀신들도 오늘은 떠돌며 소리치는 것을 멈추어 그림자 사이로 고개 숙이며 간다 고요함 속에서 나를 보고도 말 걸지 않는 고개에 솟는 달 잠깐 쳐다보았을 뿐 풀섶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고른다 밝음과 그림자가 함께 흔들릴 때마다 잃어버린 사랑이나 슬픔 노여움 따위가 새로 밀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 The Moonrise Hill by Lee Sung bu The moon that rises over Jiri Mountain doesn’t illuminate grass a.. 2023. 7. 24. 김소월 . 고적한 날 김소월 . 고적한 날 당신님의 편지를 받은 그날로 서러운 풍설이 돌았습니다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언제나 꿈꾸며 생각하라는 그 말씀인 줄 압니다 흘려 쓰신 글씨나마 언문 글자로 눈물이라고 적어 보내셨지요. 물에 던져달라고 하신 그 뜻은 뜨거운 눈물 방울방울 흘리며, 마음 곱게 읽어달라는 말씀이지요. Desolate Day by Kim So-wol The day I received your letter a sorrowing snowstorm swept through you ask that it be thrown in the water I know you mean I should always think of it dreaming your words spilling down the page in han.. 2023. 6. 22. 이정하 . 별 (1) 이정하 . 별 (1) 밤하늘엔 별이 있습니다. 내 마음엔 당신이 있습니다. 새벽이 되면 별은 집니다. 그러나 단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별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당신은 아시나요? 그대를 만나고부터 내 마음속엔 언제나 별 하나 빛나고 있습니다. 星 (1) 夜空には星があります。 私の胸にはあなたがいます。 明け方になると星は消えます。 でもただ目に見えないだけ 星はなくなるわけではないこと、 あなたはご存知ですか? あなたに会ってから私の胸には いつも星がひとつ輝いています。 번역(조사익) . 편집 등록(정민재) Give Me Strength 2023. 3. 17. 정호승 .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별들은 따뜻하다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 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The Stars are Warm . Chung Ho seung The sky has eyes. I don’t have to be afraid. When in dark, dark winter I walk on the snow-covered barley field and meet the night without dawn, the st.. 2023. 3. 2. 김영랑 . 한 줌 흙 김영랑 . 한 줌 흙 본시 평탄했을 마음 아니로다 굳이 톱질하여 산산 찢어놓았다 풍경이 눈을 홀리지 못하고 사랑이 생각을 흐리지 못한다 지처 원망도 않고 산다 대체 내 노래는 어디로 갔느냐 가장 거룩한 것 이 눈물만 아신 마음 끝내 못 빼앗고 주린 마음 끄덕 못배 불리고 어차피 몸도 피로워 졌다 바삐 관에 못을 다져라 아무려나 한 줌 흙이 되는구나 金永郎 . 一握りの土 もともと平静な心ではなかっただろう 無理にのこぎりで引いて千切れ千切れに裂いた 風景が目を引くことができず 愛が思いを乱させないのだ 諦めて恨みもせずに生きている いったい私の歌はどこへ行ったのか もっとも神聖なものはこの涙だけ 奪われた心をついに取り戻せず 飢えた心を充分に満たせず どうせ体もやつれた 急いで棺に釘を打ち込め どのみち一握りの土になるのだ 번역(조사익) . .. 2023. 2. 24. 김소월 . 진달래 꽃 김소월 . 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의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Azaleas by Sowol Kim When you leave, weary of me, I'll bid you silent farewell. An armful of azaleas culled from the hill I'll strew over your path. Step after step, on the flowers Tread lightly, as you walk. When you leave, weary of me, I'll not .. 2023. 2. 16. 기형도 . 빈집 기형도 . 빈집 사랑을 잃고서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촞불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奇亨度 . 空き家 愛に敗れて わたしは書く お別れだ、短かった夜たちよ 窓外に流れていた冬の霧たちよ なにも知らずにいた蝋燭の火たちよ、お別れだ 恐怖を待っていた白い紙たちよ ためらいの代わりに流した涙たちよ お別れだ、もう自分のものではない熱望たちよ 今わたしは盲人のように、手探りで扉に錠をさす わたしの痛ましい愛を空っぽの家に閉じこめて 번역(조사익) . 편집 등록(정민재) Give Me Strength 2023. 2. 11. 이상 . 李箱 이상 . 李箱 출생 . 1910년 사망 . 1937년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한국의 시인, 소설가, 수필가, 건축가, 화가. 이상은 1930년대 국내에서는 선구적인 모더니즘 작가로서 약 6년간 2000여 점의 작품을 집필하며 인간 사회의 도구적 합리성을 극복하고 미적 자율성을 정립하고자 했다이상의 작품활동은 한국 근대 문학이 국제적·선진적 사조에 합류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의의가 있으며, 초현실주의와 심리소설의 개척자로도 높이 평가받는 반면, 한편으로는 인간의 인식가능성을 부정한 극단적인 관념론자로 평가되기도 한다.생전에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고 경제 사정도 불우했다.초현실주의 실험작인 『오감도』 등을 투고했을 때에는 독자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당시에는 오직 그의 지인들만이 이상을 천재로 .. 2023. 1. 23.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