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녀를 두 번 죽였다
趙司翼
몇 달에 걸쳐 그려낸 캔버스에서
코르크 따개 모양 갈래 머리 소녀의 슬픈 운명은 없었다
토담길 미로처럼 좁다란 골목에서
상처 난 팔 어루만지던 가난한 눈동자
흘러내리는 눈물이 황톳길처럼 먼지 자국을 하고
피가죽뿐인 우그린 육신은 핏기 한 방울 감돌지 않는
마치 접이식 나무 막대 의자, 그 모습인데
나는 왜 걸작을 꿈꾸며
밤낮 모르고 매달렸던 그 오랜 시간들
어젯밤 소리 없이 내린 비로 크림색 백합꽃 화사함이어도
타락과 익숙한 거래 로 하여
캔버스 속 소녀를 여인의 시선으로 미소 짓게 했던
진실을 외면해 버린 나는 소녀를 두 번 죽였다
2018년 1월 9일 -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만난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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