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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등산

해인사에서 탬플스테이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6. 1.

 

초저녁 밤이 바람을 떠는 가야산 작은 능선에서
일몰 후 내가 어둠에 덮이는 모습을 보면서
삶은 일시적이고
죽는다는 것은 영원한 것,
신이 주신 재산 안에 머무는 것일 것이니
사는 날까지 빛의 중심을 서서 침묵하면 되는 것이다

해인사 지붕 위로 갈색 안개 흐르는 밤
해인사 그 하늘을 배경으로
이따금씩 밤새 지저귀는 산세에 쌓여
기진맥진, 허리에 감긴
도시 불빛 소음 공해로 떨리는 심장 부여잡고
캔버스에서 잃었던 별 빛나는 밤을 호흡한다

모공은 풍화된 육신으로 움푹 움푹
벌어진 맥박에 대항하여
관절의 팽창된 그림자를 응시하는 동안
바람에 너덜거리는 인생은 그만하고 싶다
밤공기 소용돌이 속을 울며 헤매느니
백기를 들어 올리자

 


산중턱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인사 지붕을 보고 있노라니
2004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을 습격했던 사건이 생각난다

두오모 지붕 천정에 그려진
'최후의 심판' 스케치를 하기 위함으로
그 신성한 곳을 관리인을 거짓으로 속이고
성당 내부로 침입하여 스케치하던 중
성당 문이 열리고, 신부와 신도들이 입장하면서
의자 밑으로, 기둥 벽을 은신처로 숨어 있다가
발견되어 성당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던 사건...

허겁지겁 피렌체를 출발하여 스위스로....
친구 목장 산허리에서 60여 미터를 굴러 떨어지고
길비 뼈가 부러지고 턱이 주저앉고,

그 신성한 곳을 도둑이 되어 침입했던 죗값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던 지난 일들이
해인사 지붕을 내려다보면서
엇그제처럼 되살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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