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새
趙司翼
도시가 타버린 공기의 분자처럼
창백한 뼈대 속에 온통 물든 것들로 히틀러 지문이 가득했고
당시를 살다 간 시인의 동산 길 오르다 마주친
나치 시대 욕된 하늘에
하켄크로이츠 검은 깃발이 아직도 펄럭이고
일본만 모르는 욱일기 피의 공식처럼
유대인이나 조선인이나
피의 물결 그 만행들이 폭풍처럼 눈앞에서
갔다가 오고, 왔다 갔다 하는데
두 시간 전, 또 누군가가 히틀러 찬가를 부르며
골목으로 기어 든다
작은 이슬에도 깨질 것 같은 불면의 밤
가지를 끊어놓을 듯 찬바람에 낙엽 날리는
바로크식 백색 창틀에 기대어 서서
헤르만 헤세의 발자취만 기억되고
부러진 날개 파닥이는 검은 새를 그렸다
2023.10.20 - Berlin Lichtenberg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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