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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트 배닝턴의 밤 버몬트 배닝턴의 밤 趙司翼 왜 그렇게 많은 나무들이 바람을 떨었을까 잎 살랑이는 언덕을 굽이굽이 기억했던 모든 것이 돌아오기 시작할 때 알게 된다 육 년 전 이곳을 낯선 사람으로 왔고 모르고 지낸 그 몇 년 동안 계절이 가고 또 모여들고, 가을이 오고 여름이 갔다 카메라 셀카 봉 추억을 만들면서 기억을 열고 들어서면 해바라기 들녘 줄지어 선 사이프러스 달빛 길에서 외로운 불빛 속에 나그네 된 내가 싫어 눈 감고 남쪽하늘 고향 별을 세던 밤처럼 외로운 침묵 깊게 나를 그냥 두기로 했다 하염없는 자유인으로서 내가 버몬트 배닝턴의 모습처럼 푸른 밤 침묵 속에 나를 묻어 두기로 했다 2017년 8월 29일 - Vermont Bennington에서 제목 2023. 8. 8.
장자도에도 불타는 여름은 있었다 장자도에도 불타는 여름은 있었다趙司翼달 너의 밤도 뜨거웠던 서해바다 수평 멀리일출 속을 장자도가 잠에서 깬다그리다 만 괭이갈매기 캔버스를 곁에 두고간이침대 지친 발목 후끈거리는 통증만큼 뜨거웠던 밤열기에 지친 밭두렁콩 풀방천바람에 기대 님프처럼 오돌토돌 춤추는 고리버들가지 끝을 나부끼는 이파리 여러 얼룩이술래잡기 날아다니는 동안나도 그랬던 것처럼어린 날 추억을 찾아봐도 어딨는지 알 수 없다아른아른 나비인지 모르겠고 그렁그렁 들꽃인지 알 수 없는지열 아지랑이 훨훨 타는 장자도 여름 가고계절 익어 가는 건초 냄새 풍길 때면후끈후끈 장군봉도 진정되고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일지 모른다2023.07.25 - 고군산군도 장자도에서  숲바다섬마을 (윤수일) 2023. 8. 7.
깊은 밤, 대부도 깊은 밤, 대부도趙司翼파도가 잠시 잠시 미로 같은 해변일몰 자락이 인천 앞바다 노을에 젖어드는 항구의 밤은 창백해도 포근한 꿈을 텐트에서 끊긴 듯 다시 이어지는 파도 소리 얼룩 조개가 물살 아래 춤을 추는 동안 지중해 푸른 바다가 못내 그립고 얼굴 어루만지는 바닷바람 이런 날을 담을 수 있다면,새우잡는 작은 목선이 접안을 하고 장터처럼 웅성웅성 어부들 선술집 포장마차 삼파장 흔들리는 불빛 아래 뽕짝을 합창하는 젓가락 장단 그들 인생 노래가 슬프도록 구성지다 홀로 외로운 텅 빈 제방 길 정박한 뱃몸을 감싸 안고 바다는 은신에 든다2023.08.04 - 대부도에서  제목 2023. 8. 6.
우리 사랑이었을까? 우리 사랑이었을까? 趙司翼 서랍에서 빛바랜 사진 한 장, 오랜 이야기만 아련하다 국민학교 서울 가는 수학여행 호남선 완행열차에서 우연한 시선이 애정처럼 빛났던 눈빛 환상 가득 그 순간이 턱! 숨이 막히고 스치던 눈빛 설렘을 밥 먹듯, 어느 날 동네 우물 인접한 구불텅한 골목에서 미제껌 한 통 건네주던 당시를 너의 사랑 고백이라고 굳게 믿었다 시간 겹겹이 세월의 벽은 두꺼워지고 그 긴 세월 거슬러 텅 빈 스크린을 보면서 그때 우리 사랑이었을까? 설령 운명이었다 해도 우정으로 남겨두고 성배를 마시지 않았다는 사랑의 이유만으로 꽃 너를 꺾지 않았다는 우리 함께 친구로 성장했고 시간이 흘렀지만 익숙한 미소가 천천히 깊은 밤을 빛나는 별처럼 거기에 있었다 제목 2023. 8. 5.
노르망디! 잊힌 이름이 되어 노르망디! 잊힌 이름이 되어趙司翼지중해가 예전처럼 해안 벽을 슬피 운다피의 역사, 그 기억이 오히려 익숙한노르망디 상륙작전오래된 일로 지평선을 가물가물잊혀가는 이름이 된 청춘들칠십 년 세월 거슬러 아직도이곳은 웅웅 거리며 파도가 울고 있다전쟁터처럼 소용돌이는 초조하고백악질(白堊質) 바위 해안당시처럼 애가 타게 파도만 울고7년 전 내 흔적이 눈물겹게 쓸쓸하다2016년 6월 6일 -Normandy에서 2023. 8. 3.
古群山群島 선유도 古群山群島 선유도趙司翼수평선을 푸르게 송판장 물마루가 떠다니고내가 두고 온 것과 너무 다른 시간파도 메아리를 듣기 위해 기다려 봐도 외로움만 전복되어 밀려들고 해안가에서 시(詩)를 찾아 봤지만 보이는 것은 끝없이 먼 여백 빈 줄 뿐바다는 바람결 잔잔한 듯해도요동치는 물결 소나타가 오선지 표면에 퍼지고뉴욕 항구로 향하는 귀항길에 타이타닉호 운명의 피 묻은 아비귀환을 듣는다 이 환상 위에 시간은 흐르고 그 오랜 일이 생각나는 것은 놀랍도록 허기진 내 영혼을 말하는 것인지도! 고군산군도 서해 바다가 깃발처럼 펄럭인다 오래 기다렸지만 내 시(詩)는 오지 않았다2023.07.26 -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제목 2023. 8. 1.
에밀리 디킨슨 . 아, 달과 별! 아, 달과 별! . 에밀리 디킨슨 당신은 아주 멀리 있습니다 당신보다 더 먼 곳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종달새 둥지로 장식된 가죽 부츠와 양가죽으로 된 안장도 빌릴 수 있으며 그리고 당신에게 갈 수도 있습니다 오늘 밤! 그러나, 달과 별이여, 비록 당신은 먼 곳에 있지만 당신보다 더 먼 곳에 또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창공보다 더 먼 곳에 있기에 거기까지는 내가 절대 갈 수 없는 곳입니다 Ah, Moon and Star! by Emily Dickinson Ah, Moon and Star! You are very far But were no one Farther than you Do you think I'd stop For a Firmament Or a.. 2023. 8. 1.
구룡마을 사람들 구룡마을 사람들趙司翼이별 없는 가난을 허우적이는 날이면 날마다 세월의 어둡고 거친 그늘에서 발버둥 치는 사람들 삶의 가격표는 숨 가쁘게 상승하고 버터향 떠날리는 서래마을 자락을 곁에 두고 가난의 편재(偏在)에서 구룡마을 사람들은 차라리 호모 사피엔스일 때 그 세상을 못 견디게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백 년 세월 느티나무 그늘을 옹기종기  오손도손  촘촘한 판잣집  허기진 바지춤 허리띠 같은 좁다란 골목 마주치는 풀꽃 같은 미소가 참말로 눈물 나게 가슴 아프다 어둔 지평처럼 시야만 흐려지고 눈물이 시궁창의 비처럼 떨어져지금 내 모습은 더 이상 아름답지가 않다너도, 나도 비열하게 비굴하지 말자가난을 우적우적 끊일 날 없어도 박넝쿨이 이웃 간 손을 맞잡고 따뜻한 정을 나눈다  봉숭아 피고, 맨드라미 핀 골목 네.. 2023. 7. 30.
낭송시 . 별이 빛나는 밤 별이 빛나는 밤 趙司翼 먼지 쌓인 추억을 손바닥으로 지우면서 내 오랜 세월이 예저기 흩어져 은하계를 떠도는 유영을 보았고 이야기를 들었다 수 없이 독백하며 홀로였던 밤 그 많던 시간이 담쟁이덩굴처럼 월계수에 쌓여 비밀처럼 과거라 해도 불꽃같은 오늘이어도 이 모두가 나였었고 나인데 남이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 내가 그립지도 않았는지! 낯선 시선이 오고 갈 뿐 아무런 말이 없고 맥 끊긴 삶의 간극이 너무 길었던 이유였을까? 별이 빛나는 라플란드의 밤 과거 속에 오늘을 그려 넣고 오늘 안에 지난 이야기를 새긴다 Starry Night   by   David choAs I erase dusty memories with my palms he years of my life have been scattered here.. 2023. 7. 29.
가시고기 사랑 가시고기 사랑趙司翼고추가 널린 양철 지붕 솜사탕 구름을 쫒아동구밖 늙은 나무를 기어올라 또한 솜털 같은 집게손가락 발버둥에도 무심한 하늘은 구름을 내어 주지 않았고 대문밖 흑암색 자갈길 헐떡거리는 그 뜨겁던 뙤약볕 열기 속을 느티나무 가지에서 나이 많은 할아버지 놀란 가슴을 보았다 오뉴월께부터 별 뜨는 밤이면 일과처럼 모깃불 살피시던 할아버지 기침소리 그 사랑을 먹고 자란 어린 손자 오래 보낸 할아버지 시간은인생의 음표가 되고 멜로디가 되고 어느 여름  입술 떨며 이별을 울던 어린 손자는가슴에만 있는 할아버지 그 모습이 되었다2023.07.26  제목 2023. 7. 26.
변산만 하루의 모습도 변산만 하루의 모습도趙司翼코끝을 바람의 몸을 빌려 나부끼는 갯내음 떠다니고  물큰하게 뻘 밭 젖은 해안 꽃으로 핀 소금 은빛 조각이 신비로워도 누구와 얘기할 사람이 없다 이런 날이면 당신은 누굴 붙들고 애원하겠습니까 골목에 내걸린 싸구려 원단처럼 인파 속에 내 모든 것을 내걸고 노을 이슥토록 외로워서 소멸을 결의해 봐도 부두는 고깃배만 흔들리고 머문 자리 그 쓸쓸함바다를 떠도는 구름에만 남기고 간다 2023.07.22 - 변산에서BGM . kate purcell (slan abhaile)  제목 2023. 7. 25.
이성부 . 달뜨기재 이성부 . 달뜨기재 지리산에 뜨는 달은 풀과 나무가 길을 비추는 것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 지워지지 않는 눈물자국을 비춘다 초가을 별들도 더욱 가까이 하늘이 온통 시퍼런 거울이다 이 달빛이 묻은 마음들은 한줄로 띄엄띄엄 산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고 귀신들도 오늘은 떠돌며 소리치는 것을 멈추어 그림자 사이로 고개 숙이며 간다 고요함 속에서 나를 보고도 말 걸지 않는 고개에 솟는 달 잠깐 쳐다보았을 뿐 풀섶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고른다 밝음과 그림자가 함께 흔들릴 때마다 잃어버린 사랑이나 슬픔 노여움 따위가 새로 밀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 The Moonrise Hill by Lee Sung bu The moon that rises over Jiri Mountain doesn’t illuminate grass a.. 2023. 7. 24.
선유도 공원 그 오랜 추억도 선유도 공원 오랜 추억도趙司翼비 젖은 불빛들이 서울의 밤을 떠오르고 퇴근길 어깨들이 강변으로 쏟아지는 일몰에서 대낮처럼 명백해 오는 추억이 또 다르게 그 모습을 오래 보기 위해 일몰 자락에 불을 붙였다 시그널이 강자락을 듬성듬성 이내 모습이 된 한 장의 사진 속에서 가버린 추억을 다시 보게 되는 환희도 잠시 걸쇠 풀린 일몰 그 걸음은 황갈색 물결만 남기고 간다 여의도 불빛들만 우두두두 흐르는 밤 옛일이 된 선유도 공원 변해버린 모습도 기억 희미하게 흐려졌으니 이제는 너무 멀리 와버린 지금에 와서 잊힌 추억은 어디로 갔을까 밤을 나는 강새들 이야기처럼 슬픈 공원에서2023.07.15 - 선유도 공원에서 잠시  제목 2023. 7. 23.
새장의 저주 새장의 저주趙司翼헤어날 수 없는 미로만이 까무러치고 그 간절함도 깃털조각만 새장 밖으로 날아오른다 헤쳐진 풀숲에서 최후의 결별처럼 날개 퍼득이다 주저앉고 마는 도무지 새에겐 죽음이 무섭지 않았다 영혼이라도 날고 싶은 죽음을 재촉하는 주술을 울부짖어도새에겐 죽어 될 영혼조차 내어 주지 않았다 분노는 너의 친구가 되었고 슬픔은 너의 집이 되었으니 너는 그렇게 자연과 격리되어 산다는 것이 내일이 와도 오늘뿐이라서 피눈물이 흐르고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라기엔 어둠에서 죽음조차 딴 데로 빗나가고 그토록 갈망하는 허공엔 홀씨 된 민들레 보풀들만 희끗거리고  제목 2023. 7. 22.
때로는 외로움도 친구가 된다 때로는 외로움도 친구가 된다 趙司翼 찾아 나선 길도 아닌데 초져녁 별이 뜨고 뻐꾹새 우는 밤을 둘러보다가 달맞이꽃을 보았다 너도 쓸쓸한데 외롭다고 기댈 수도 없고 시간을 목침 삼아 피곤한 밤을 지우며 소리 없이 여는 새벽 외롭다고, 그리 말할 수는 없었다 외로움과 밤을 이야기하면서 친구였다고 말하면 초조를 두둔한 역설처럼 그리 될까 봐 공연히 눈물이 흐르고 수채화 모습을 하고 비 내리는 아침 울새와 비비새가 슬피 운다는 것은 내 생각뿐이고 간 밤 무사했다고 노래 부르는지도, 비 젖은 풀밭 저편 흰 백합꽃 유리알처럼 그러하듯 때로는 외로움도 친구가 된다 2018.8월, 하코다데에서 제목 2023. 7. 17.
사랑의 기하학 사랑의 기하학趙司翼가만있어도 원심력 여러 물질 그 원리처럼사랑도 그럴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달 밝고 별 뜬 밤 가슴을 맞대고 굳은 다짐도불변의 사랑이라기엔, 예전 사람들처럼물방아 간 순애보적 사랑은 오래전 에나 있었던 일이다사랑에도 의무가 주어졌으니기울지 않게 원심력을 유지하는 것이다교집합(交集合)엔 매듭이 있고 각(角)으로 하여틈을 노리는 물결 한 자락에도토사처럼 와르르 쑥대밭으로 변하는 게 사랑이다예리한 것이 사랑이고, 장미 가시 같아서작은 몸짓에도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것이 사랑이다이별이 손짓해 올 수 없게손 꼭 잡고 지구본처럼 둥글게검은 촛대 위를 이별선상 그날이 올 때까지   제목 2023. 7. 15.
내 마음의 파랑새 내 마음의 파랑새 趙司翼시야를 푸른 물결처럼 초원이 날아들어 온다 따뜻한 포옹끼리 에워싸고 핑크 뮬러 그 화려한 파노라마가 출렁이는 언덕 자운영 핀 풀밭 고랑이 그리웠던 게로구나 캔버스 속 파랑새가 이소(離巢)를 몸짓하면서 쿡쿡 갈비뼈를 쪼아 대고눈만 뜨면 내다보는 펜트하우스 최고점에서 최저점에 이르기까지 내 파랑새가 살 수 있는 곳이 있기나 할까? 우리 이별하자고, 작심 하다가도질병 떠다니는 세상 밖에 널 보낼 수가 없어서 한자, 두자, 외엔 쓸 말 쓰지 못하겠고 사뭇 안타깝기만 한먼 데 하늘로 파랑새를 날려 보내지 않았다 푸른 숲을 꾀꼬리 노래 부르는 세상일 때 월~훨, 파랑새야  우리 그때 이별하기로 하자2023.07.12  Lynn Anderson (Red River Valley) 2023. 7. 13.
에밀리 디킨슨 . 마음이 부서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한 마음이 부서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에밀리 디킨슨 한 마음이 부서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나는 헛되이 살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한 생명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다면, 또는 고통을 식힐 수 있다면, 기절하는 지빠귀 한 마리를 그의 보금자리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면, 나는 헛되이 살지 않을 것입니다.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by Emily Dickinson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again, I s.. 2023. 7. 12.
새벽을 여는 사람들 새벽을 여는 사람들 趙司翼 도시의 잠든 밤 찰칵 소리를 내며 하나 둘 불빛들이 창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비질소리뿐인 새벽 길거리엔 그 흔한 밝은 등하나 내걸리지 않고 뒤로 뒤로 자기 발소리를 밀어내면서 간밤 이야기를 닦는 사람들 전복된 첨탑의 파편처럼 사거리에서 뿔뿔이 또 다른 이야기로 나뉘는 발길 사이 앞날을 가슴 깊이 문신으로 신호 대기 중 마주치는 눈동자 그들 말로는 정직한 빈곤이라 행복하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제목 2023. 7. 10.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사람은 삶을 사랑합니다.  타인의 삶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배어있는 내외적 인격을 잘 정리하여 행동에 앞서  준비가 철저하며 화해와 이해를 잘합니다.  긍정적인 정체감과 자존임을 자신 스스로 부여해 가며  자신의 가난 정도를 창피함에 척도를 두지 않습니다. 그것을 아픔으로 만들지도 않아요.  자신의 소유 여부가 타인보다 작고 초라하여  가난한 삶이래도 신체적, 정신적으론  맑은 영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대중적 요소를 이탈하려는 사람들은  소유에만 초점을 두고 공유의 삶 자체를 부정하며  자존심만 앞세웁니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적인 면모가 있습니다.  아무도 믿으려하지 않아요.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과 소유의 여부에서 부.. 2023. 7. 9.
몽블랑 몽블랑  趙司翼성전과도 같은 인적 없는 눈 위를 걷자 자연 그 신비와 몸을 섞는 순간을 알기 위해 시인, 화가, 철학자가 태어났는지도! 나 지금 하도 외로운 전나무 숲 그 모든 것이 간직된 땅을 묵묵히 날개 펼치려 한다 폭포와 바람이 주변 절벽을 다투는 이 무섭고 어둔 계곡 아래 환상을 묵상하며 빙의해서라도 영혼의 날개를 진지하게 펼쳐 날으며 삶과 죽음, 그 간극의  베일을 벗겨야겠다절벽을 사이에 두고 먼 하늘 바위벽 갈린 틈새에서 몽블랑을 본다 지친 걸음은 이마에 얼룩을 남겼고 그것은 무서웠던 순간을 말하는 것 거친 호흡이 소리로 움직이고 숨 쉬는 모든 것2019.10.24 - Chamonix, France https://poem-poet.tistory.com/292 몽블랑 poem-poet.tisto.. 2023. 7. 9.
비와 천둥 비와 천둥 趙司翼 한여름을 작은 농장과 돌배나무 듬성한 그곳엔 농부의 원성 자자한 한숨이 비처럼 내리고 천둥 치는 아우성 속에 낙과 소리가 심장 떨어진 거라 했다 예리하게 적막했던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 빨간 라즈베리를 맛볼 때 또다시 침묵의 순간을 천둥이 투덜거린다 창밖 멀리 거울에 비친 반사처럼 빗속을 몇몇 농장이 일그러지고 알몸으로 젖어 우는 아침 오존층, 금이 간 덮개 밖에서 불협화음이 또다시 청회색 흐린 일출을 울부짖기 시작한다 빗속을 가지에서 7월의 매미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몸을 웅크리고 흠뻑 젖은 몸을 사려봐도 뭐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비 그치고 천둥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2023.06.16 - 富士山村 山梨県 鳴沢村에서 제목 제목 2023. 7. 8.
장맛비 내리던 날 장맛비 내리던 날趙司翼홀로 그렇게 한가롭던 몽상도 잠시 푸른 벼들이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바람 불더니 비를 쏟으면서 번개 뿌려지고 불태우듯 포악한 낙뢰의 절규 그 절정을 몸으로 받아내면서 나는 의연을 가장했지만 떨며 뒷일을 지켜보았다 논풀 우거진 그 방천 둑에서 호수 같던 들녘이 울부짖는 모습을 보면서 내 타락의 대명사인 감정이 순식간에 무너진다왕버들 벌거벗은 나뭇가지처럼두려움에 지친 내 모습이어도비 젖은 스케치북 처참히 너덜거리는데오늘 그 하루의 운명을 조작해서라도손끝이 생각했던 모든 이야기를 살려야겠다잠 못 이루고, 밤늦게까지그리 될지라도젖은 마분지로 남고말지라도얼음 비가 이 들녘에 쏟아질지라도2023.07.05 - 화성 남양에서  제목 2023. 7. 5.
人生 列車는 簡易驛이 없다 (四) 人生 列車는 簡易驛이 없다 (四) 趙司翼 그마저도 첫차뿐인 인생열차 차창밖 사계절만 반복되는 그 먼 철길 위에 앉아 계신 그대들이여 만나고 이별하고, 웃고 울고, 가다 보면 홀로 쓸쓸히 주변은 저만치 멀어져만 있고 불꽃 튀는 레일 위를 달리다가 끼~이익, 소리에 깨어 보면 나였음을! 탄식할 틈도 없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우리는 가고 있다 가슴 따뜻한 사람과 어깨를 마주하고 이러한 모든, 충족된 레일에 올라 별 무성한 꽃밭 걸으며 하늘길 종착역에 다다르고 싶은데 잦아드는 균열음 얼키설키 그 흔들림은 엇박자만 잦아지고 궤도 이탈 일지 모를 불안을 가슴에 품고 인생열차 종착역을 우리는 가고 있다 제목 2023.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