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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의 지옥문 로댕의 지옥문 趙司翼 이 놀라운 형상 무리에 방문자는 굴복당한다 저주받은 영혼 지옥 불을 삼키는 혀, 어둠 속을 울부짖는 괴 생명체처럼 미친 듯 비명 가득 떼 지어 통곡을 내 지르고 오! 눈에 보이지 않는 자들, 그 영혼 차가운 그림자가 못내 두렵다 단테가 묘사한 나약한 영혼 몸부림은 고통의 뒤틀림이냐! 정욕의 몸부림이냐! 까마귀 떼 피의 만찬이 격렬하게 울부짖는다 그냥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이 눅눅한 지옥문에서 음산한 바람, 천둥소리가 기진맥진한 정적을 응시하면서 유리 표면 피의 물결이 요동친다 2014.08.21 - 취리히 쿤스트하우스에서 제목 2023. 6. 7.
빅토리아 루이스 호수에서 빅토리아 루이스 호수에서趙司翼새벽 창밖을 숲 향 가득 안고 안개 떠나면서로키 산맥 브리티시 컬럼비아 앨버타를 경계로 한빅토리아 산자락이 하나둘씩 고개를 들고루비빛 루이스 호수가 잠에서 깨어 나는계곡을 쏟아져 내린 봄날의 햇살 아래작다란 풀밭 일렁이는 비탈진 초원에서화가의 손끝을 상상이 지배하고시인된 마음을 환상이 넘나드는솔바람이 운명 교향곡을 연주하는 동안밤샘 노동에 지친  솔부엉이 빨강 눈동자가 못내 마음 아프다 2023.03.29 -  Banff Castle Mountain에서  제목 2023. 6. 6.
크리스토퍼 몰리 (봄날 낙엽을 태우다) 봄날 낙엽을 태우다 by 크리스토퍼 몰리 말라버린 이파리들이 화염에 휩싸이고 모닥불에선 푸른빛 연기가 피어오르고 덤불 사이로 스며들 때 호박색 가을날이 싱그러운 푸른 숲 사이로 내려앉는다 저들 희미하게 녹아내리는 유령의 숨결 어린 새싹들이 보는 앞에서 낙엽들은 행복한 죽음을 맞고 나의 모든 추억도 저 불빛 속으로 사라진다 혼란스럽던 시간 모두 불에 타버렸다 하지만 그을린 시간의 유령들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영원한 아름다움은 다시 너에게로 돌아간다 Burning Leaves in Spring by Christopher Morley When withered leaves are lost in flame Their eddying ghosts, a thin blue haze, Blow through the thic.. 2023. 6. 6.
Gallery . 다이쇼이케 호수 신들린 밤 물결처럼 일렁이는 바람길 벤치에서 호수를 떠다니는 푸른 바람 소리를 오롯이 품고 싶다 물결 알갱이로 맺힌 방울 사이사이 무리를 아룬 물풀 여러 모습에서 마음의 소리 듣는다 물잠자리 깃털이 촛불에 나방처럼 흔들리고 호수를 노래 부르는 물레방아 낭만이지만 칼날처럼 예리한 햇살 떠다니는 호수는 인생들, 여러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세월을 흐른다 호수의 이러한 내역을 캔버스에 담아낼 수가 없다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면서 인생은 물 위를 부는 바람에 불과하고 캔버스 속 희미한 물결에 지나지 않음을 2023.05.31 - 교토 후이테마치 '다이쇼이케'호수에서 제목 2023. 6. 5.
오월, 그 이별을 곁에 두고 오월, 그 이별을 곁에 두고趙司翼장미꽃, 그 향기롭던 오월  마지막 밤가장자리까지, 심지어 가장자리까지 감촉 우울한 내 마음은 프리즘이 앞을 가려이젤에 놓인 캔버스는 마음뿐얼룩으로 뭉그러진 채 방치돼 있고 빛바랜 원고지는 설명되지 않은 생각뿐붓 끝처럼, 펜 끝처럼, 손가락이 떨리어 온다 일기장에 쌓인 오월 이야기들이 흰 여백을 잉크가 번지고 뒤틀려도 외화처럼  또 다른 이야기와 거래할 수는 없었다 가로등 아래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나도 이별로 슬픈  송시가 되어  오월이 남긴 꽃향기마저 눈물질까 봐차라리 알고 있는 화음을 노래 부르련다2023.05.31  제목 2023. 6. 4.
趙司翼 . 당신의 이분법 당신의 이분법 趙司翼 당신은 나를 완성시키는 잃었던 조각이지만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퍼즐이고 어둠 속 등불 같은 빛이면서도 뼛속까지 괴롭히는 어둠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나의 젖은 마음을 말려주는 햇살이지만 나를 날려 보내는 바람이고 멍든 영혼을 달래 주는 멜로디면서도 안갯속을 떠돌게 하는 메아리입니다 당신은 내 가슴에 불을 지피는 열정이지만 타는 불꽃을 얼리는 얼음이고 영혼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독이면서도 멍든 가슴 어루만져주는 해독제입니다 당신은! 내 마음의 역설, 내 영혼의 리듬, 내 삶의 원동력, 내 인생의 저울 추입니다 제목 2023. 6. 4.
괴테 만나 던 날 괴테 만나 던 날 趙司翼 괴테여! 당신은 나의 젖은 심장을 타오르게 히는, 당신 처음 만났을 때부터 몸부림을 미래로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버려진 사람처럼 슬픈 눈을 하고 목마른 육신 욱신거리는 상처를 운명처럼 부둥켜안고 끊임없는 신음으로 지친 세월을 살았습니다 그리워서 외로웠던 날, 고독이 차 올라 슬펐던 날, 수많은 무엇이든 모두 데리고 무릎까지 차오른 눈길 헤쳐 와서 베아트리체 마지막 눈물처럼 나도 슬픔이 되어 펑펑 눈물 쏟습니다 내 앞에 이 모습이 당신이란 말입니까? 2015년 1월 19일 - 괴테 묘를 찾던 날 1832년 괴테는 심부전으로 '바이마르'에서 사망했다. 그의 의사 '칼 보겔'에 따르면 그의 마지막 말은 'Mehr Licht'였다 하지만 괴테가 사망한 순간 의사가 이 방에 없었기 때문에.. 2023. 6. 3.
그랙 텅 .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랙 텅 .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또 말하렵니다 내 뛰는 심장에서 솟구치는 생각들 조각구름을 타는듯한 이 기분 당신과 함께라면 내 모든 것을 내어드리겠습니다 우리 끝없는 행복한 세상을 꾸미고 만나서 첫 키스를 하며 사랑 가득한 미소 띤 즐거운 시간 속에서 당신을 놓치기 전에 진정으로 사랑하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끝이 없습니다 수줍어하는 시선 안에 모든 것을 가두고 정말로 특별한 이 사랑, 너무 달콤합니다 당신은 햇살 가득한 열정을 발산합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멀고 오랜 시간이 걸려도 제아무리 힘든 산을 오를지라도,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욕망의 불을 지피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노래 부르렵니다 How Much I .. 2023. 6. 2.
아리랑 . Arirang (PaulMauriat) 아리랑 . Arirang (PaulMauriat) 2023. 6. 2.
해인사에서 탬플스테이 초저녁 밤이 바람을 떠는 가야산 작은 능선에서 일몰 후 내가 어둠에 덮이는 모습을 보면서 삶은 일시적이고 죽는다는 것은 영원한 것, 신이 주신 재산 안에 머무는 것일 것이니 사는 날까지 빛의 중심을 서서 침묵하면 되는 것이다 해인사 지붕 위로 갈색 안개 흐르는 밤 해인사 그 하늘을 배경으로 이따금씩 밤새 지저귀는 산세에 쌓여 기진맥진, 허리에 감긴 도시 불빛 소음 공해로 떨리는 심장 부여잡고 캔버스에서 잃었던 별 빛나는 밤을 호흡한다 모공은 풍화된 육신으로 움푹 움푹 벌어진 맥박에 대항하여 관절의 팽창된 그림자를 응시하는 동안 바람에 너덜거리는 인생은 그만하고 싶다 밤공기 소용돌이 속을 울며 헤매느니 백기를 들어 올리자 산중턱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인사 지붕을 보고 있노라니 2004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2023. 6. 1.
病床日記 . 임박했던 운명을 여행하면서 病床日記 . 임박했던 운명을 여행하면서 趙司翼 석양이 아직 작별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보다 물방울 노을에 반짝이는 호수 그늘진 옷장 속을 하얀 거짓말처럼 애써 믿음을 갖고 내 운명을 엮었지만 여행자는 일시적 환영(幻影)의 밤이 되고 숲은 조용히 잠든 나뭇가지가 된다 초저녁 별 그림자가 물에 뜨고 흑청색 굳게 다져진 별이 촘촘한 밤 병동의 그 시간이 있었고, 지금도 있고 믿음 갖지 못해 기도를 망설이던 그 문턱을 수많은 얼룩이 별처럼, 밤은 그런 광경을 말없이 바라만 본다 2012.08.15 - 소양강 나룻터에서 제목 2023. 5. 31.
藤田野道 . 내면의 평화 내면의 평화 藤田野道 바람이 휘파람을 불며 내 귓가를 스쳐 지나간다 여기서 느끼는 평온함이 내 마음을 진정시킨다 좀처럼 찾기 힘든 평화로운 하루, 밤이 가까워오고 있다 이 순간을 즐기면서 자유를 느끼기 위해 마음을 비우고 기쁨을 찾으련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만을 인생의 행복하다는 것을 처음 느끼면서 행복을 놓치고 살았던 날들이 너무 많았다 파도 소리 들으며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 새소리 들으며 구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동안 하루가 저물어 가고 가까워오는 밤 돌아갈 시간이다 손목시계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Inner Peace by Fujitano Road The wind whistles past my ears The serenity I feel here just soothes m.. 2023. 5. 30.
망향 望鄕 망향 望鄕 趙司翼 해는 저물고, 표정 없는 불빛 산만한데 침묵 속에 내 그림자를 밟고 서서 신음하듯 흔들리는 강바람에 오르세 미술관역 시계탑에 몸을 기대 봐도 밤물결만 흐를 뿐 센강도 말이 없고 끝없는 외로움을 어디에 대고 얘기할 데가 없다 비 개인 밤을 홀로 쓸쓸히 망향 깊어 몸을 떠는 일은 예사롭지 않고 거리를 떠도는 병든 몸이 될까 못내 두렵다 무리 지어 흔들리는 바람 역 광장을 말없이 기다려봐도 고향 가는 밤열차는 오지 않았다 1977.10.20 - Orsay Museum Station에서 제목 2023. 5. 29.
朗誦詩 . 노천명(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朗誦 . 이종환 A Nameless Woman by No Ch'onmyhong I wish to be a nameless woman way out on a small hillside. With gourd-vines on the roof of my cottage, pumpkins a.. 2023. 5. 28.
들장미 들장미趙司翼푸른 들녘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동안남쪽 마을 눈부시게 따뜻한 햇살 아래들장미 향기로운 계절이 다시 찾아왔으니애간장 지친 두려움 모두 지우고내가 슬펐던 기다림의 시간과 이별을 한다눈보라 속 길 잃은 아기사슴을 찾아 헤매듯비명으로 아팠던 기다림의 세월들장미 핀 푸른 언덕이 다시 돌아왔으니잠 못 들던 밤 나날이 얼룩진 외투를 벗고내가 울었던 눈물자국과 이별을 한다저기 욕망이 불 타오르는 열정을 보라홍조 짙은 머리 결을 풀어헤치고들장미 꽃밭 정원을 내게 보내왔으니바람길 햇살 흐드러진 꽃향기 속에내가 아팠던 모든 것들과 이별을 한다2023.05.27 - 千葉県 柏市에서 제목 2023. 5. 27.
또 다른 일출 또 다른 일출 趙司翼 나는 저 칠흑같이 어둡고 광활한 풍경 너머 플로리다의 서해안에서 해가 뜨는 것을 지켜보았다 수평선으로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태양을 향해 소리 질렀다 국적, 종교, 언어, 성별, 피부색, 나이에 상관없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이 마법 같은 순간을 태평양 밤바다를 떠오르는 태양이 선물해 준 것이었다 아름답게, 아름다운 세상을 생활 터전에서 보이지 않는 담을 두르고 편 가르기에 익숙한 줄 알았는데 고립감, 그 압박을 벗어던지고 하나 된 마음으로 지향점에 서는 순간 경계의 담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보는 저 일출처럼 하나 된 마음만 있다면 서로에게 월계관을 씌워 줄 수 있다는 것을, 마음만 열면 또 다른 일출로 다가오는 아름다운 세상, .. 2023. 5. 27.
바네사 그린우드 . 자연의 캔버스 바네사 그린우드 . 자연의 캔버스내가 붓으로 산과 황무지를 칠할 수 있다면언덕 비탈을 노랗게 칠하고 황금으로 덮을 것이다가는 바늘과 짙은 녹색 실을 가지고풍경 어우러지게 고사리 수를 놓아야겠다나는 작은 골짜기에 라벤더 보라색 카펫을 깔고숲의 가장자리를 라일락 꽃잎으로 장식하겠다바다처럼 양치류 조화롭게 색을 섞어나 자신 풍부한 손놀림으로 녹색 바다를 만들겠다 무성한 녹색 초원 듬성듬성 갈리진 모서리를데이지 꽃 환상적은 꽃밭으로 채우고순백의 도자기처럼 하늘빛 내린 습지에수련이 핀 연못과 달콤한 미나리아재비를 심을 것이다오렌지색, 빨간색, 노란색을 섞어 으깬푸른 초원에 야생 양귀비를 심고자연이 주는 끝없이 넓은 색색의 캔버스에나만의 풍부한 자연 정원을 만들어야겠다  ● 문학 동호회  (New York,lite.. 2023. 5. 26.
김남조 . 허망에 관하여 내 마음을 열 열쇠 꾸러미를 너에게 주마 어느 방 어느 서랍이나 금고도 원 하거든 열거라 그러하고 무엇이나 가져도 된다 가진 후 빈 그릇에 허공 부스러기쯤 담아 두려거든 그렇게 하여라 이 세상에선 누군가 주는 이 있고 누군가 받는 이도 있다 받아 산 내버리거나 서서히 시들게 놔두기도 한다 허망은 삶의 예삿일이며 이를테면 사람의 식량이다 나는 너를 허망의 짝으로 선택했다 너를 사랑한다. 제목 2023. 5. 25.
바이올린 선율 속에 바이올린 선율 속에비 개인 창문 밖을 조용히 서서황금빛 태양이 내리쬐기를 기다리고 있다캔버스 속 풍경처럼 안개 흐르는 정원은열병처럼 앓던 봄이 꺾이고로즈민트 차 한 잔처럼 그 무성한 풀내음 속에성숙한 여름 이야기가 몸을 비비는 동안열린 주방 문틈 사이로겨자색 니트를 걸친 아내의 손길 분주하게브런치 타임 빵 굽는 냄새가 구성지다샐러드 오렌즈 소스와 커피 향 희미해질 때까지앞마당 앵초가 핀 풀밭으로청록색 햇살 푸르러오기만을수국이 핀 베란다 의자에서 기다리는 동안열린 문에서 들려오는 소리,내가 착각했다햇살이 아니라  막내딸 바이올린 선율이었다 제목 2023. 5. 24.
천국에도 이런 밤 있다면 천국에도 이런 밤 있다면 趙司翼 가진 것이라곤 여백의 빛, 그 작은 희망마저 바람에 나부끼고 너 나 할 것 없이 자기 존재를 각인하느라 핏발 서린 섬광 눈빛들 아우성 속에 이데올로기 취조등처럼 달궈진 하루가 스위치를 끄고 마법에 걸린 불꽃같은 세상, 그 하늘아래 한밤중을 시리우스 날개를 타고 고요한 별이 오로라 군무 속에 우화를 쏟아낸다 자갈돌이 신발 밑창을 짓 누르듯 짓눌린 하루가 피 흘리는 저녁만 위에 내 지친 언어를 내려놓고서야 유전자 엉성한 충돌에서 비롯된 저세상 물음표들,? 자연의 소리, 천국의 진실된 언어를 듣는다 별아! 나도 너처럼 사는 날까지,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지친 햇살 아래 그늘이 되고 싶다 제목 2023. 5. 22.
찔레꽃이 내게로 오는 동안 찔레꽃이 내게로 오는 동안 趙司翼 깊은 밤 여관집 창문 밖을 희끗희끗 바람에 날리더니 새벽안개 걷힌 후에야 알게 된다 찔레나무 흰 꽃잎이 눈처럼 날리었다는 것을, 태백 가는 국도변 동해바다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파도의 거친 손짓으로 하여 어릴 때 첫사랑을 다시 그리워하는 슬픔으로 깨어난다 젖은 안갯속을 새벽이 내게로 오는 동안 그 추억은 현실의 근거지에서 멀어진 줄 알았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 하굣길에서 영희, 춘자, 봉순, 계춘, 명수, 미자와 가시가 찔러도 좋아라! 찔레순 꺾어 허기 채우던 그날 피 맺힌 슬픈 기억으로 새벽까지 악몽을 꿨다 남원 ~ 광주 간 국도 변에서 찔레꽃 한아름 손에 쥐고 하늘로 간 미자, 나는 어린아이였고 나약했어도 이 작은 가슴을 첫사랑으로 남아 잊지 못해 그리워하는 .. 2023. 5. 20.
누이와 이별하던 날 누이와 이별하던 날 趙司翼 기어이 나의 누이는 원래 고향으로 갔다 장례식 마루판 침상에 누워 흐르는 눈물 속에 떠 나고, 보내는 손길 훌쩍이는 자국 흥건히 흰 국화꽃마저 울음 우는 가물가물 장례식장 불빛 무심한데 슬픔처럼 우짖는 별무리 먼 곳 유난히 밝은 별 하나가 내 누이를 기다리는 별이었으면 좋겠다 누이 가는 길 행여 추울까 싶은, 저린 발 질퍽거린 줄도 모른 채 장례식 삼일 내내 봄을 기다렸는데 가슴에 내 누이 유골을 꼬옥 안고 송도의 사찰에 도착하고 나서야 보았다 애 태이 찾던 봄은 흰매화와 노랑 수선화 꽃무리를 동행하고 이미 납골당 앞마당에 와 있었다 머릿결 봄바람에 스치는 것이, 그랬던 것을 번역 낭송(프시케) . 영상제작(신유라) The day I parted with my sister Da.. 2023. 5. 19.
알렉산더 푸쉬킨 . 샘의 온천수 알렉산더 푸쉬킨 . 샘의 온천수 비참하게도 해안이 없어진 카스탈리아의 사막, 온천수가 솟던 샘 세 곳이 절단 났습니다 초 봄, 떠들썩하게 찾아온 봄 온천수가 솟고, 솟구치고 왁자지껄 했습니다 카스탈리아의 봄, 그 봄이 요동칠 때부터 알았어야 했는데 그 사막에서 온천수가 사라졌습니다 지난봄 찬기운이 감돌 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여태껏 누려온 달콤했던 나날들, 놀랐던 가슴도 조금은 진정이 됩니다 Three springs by alexander pushkin In the desert of the world, gloomy and without shores Three springs have mysteriously broken: of youth spring, a boisterous and rapid spring; I.. 2023. 5. 17.
백조의 호수 백조의 호수 趙司翼 발자취에서 인고의 세월이 피 흘리는 것을 보았다 결코 두려움을 무릅쓰지 않고서야, 그럼에도 새가 날듯 몸동작을 보면서 열병에 걸린 중환자 되어 심장은 터질 것 같고 무대 위를 발걸음이 차오를 때마다 오, 가슴이 멎을 듯한 경외심을 안긴다 마치 무중력을 활공하는 비행물체처럼 객석의 박수소리에 이끌려 울어버리고 싶은 눈동자는 애써 미소를 보이지만 멍든 영혼은 색조 짙은 양탄자를 감싸 안고 사후경직처럼 몸부림에서 추상적인 비명 소리를 들었다 오, 맙소사 내 창자가 울부짖는다 마법의 성처럼 반짝이는 무대는 발레리나의 창백한 얼굴이 보랏빛으로 녹아내리는데 객석 모든 얼굴도 환희의 시선은 고갈되고 백스테이지에서 울려오는 흐느낌! 고통의 지난날들이 뺨 가득 하염없이 흐른다 오, 나는 너를 슬픈 운.. 2023.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