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906

북촌, 추억이 시린 밤 북촌, 추억이 시린 밤 趙司翼 눈이 내린다고,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가로등도 외로운 북촌의 야심한 밤에 태우듯 뿌려진 세종로 이글거리는 불빛 들로 하여 눈 내리는 골목길을 너는 다시 그때 모습을 하고 왔다 칠십 년대 북촌길 작은 문칸방을 단정한 학생 신분으로 세 들어 살면서 성벽처럼 굳게 다진 나의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행복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지니고 있는 마음의 상태에 있다고, 다독이던 때가 엇 그제처럼 마냥 그리운데 내가 늙어버린 것이냐 옛 추억이 나를 부른 것이냐 칠십 년대가 한 달 전처럼 차디찬 여관집 유리창을 중얼거리고 허기진 맘 추억으로 시렸던 밤 북촌 서울 가회동 하늘 위를 떠 오른 일출의 새벽 눈꽃 수부룩한 광화문 광장을 지나 두루미처럼 세종로 길을 걷고 있었다 2022.12.28 편.. 2023. 1. 3.
Luca Sulic - Gypsy Airs Zigeunerweisen 김남조 . 겨울바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었던 새들이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마저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혼령을 갖게 하오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갔었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편집등록 . 신유라 2023. 1. 1.
곽재구 . 희망을 위하여 곽재구 . 희망을 위하여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께 껴안은 두 팔을 놓지 않으리 너를 향하는 뜨거운 마음이 두터운 네 등 위에 내려앉는 겨울날의 송이눈처럼 너를 포근하게 감싸 껴안을 수 있다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네 곁에 누울 수 없는 내 마음조차 더욱 편안하여 어머니의 무릎잠처럼 고요하게 나를 누일 수 있다면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어둠 속을 질러오는 한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을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을지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2023. 1. 1.
윌리엄 서비스 . 남자의 인생 로버트 윌리엄 서비스 . 남자의 인생 하나님 선물로 받은 이 혼잡 한 삶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너무 바빠서 죽을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낚시, 사냥, 부랑자 생활 등.. 내 발바닥은 투쟁하듯 바삐 사는데 적합했습니다 노래하고, 웃고, 사랑하고 그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할 만큼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나는 멈춤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움직여야 했습니다 나는 친구들과 파티를 열고 술을 마시고 음탕한 여자들과 수많은 만남 밤하늘 우주 쇼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려고, 알려고 한 적이 없었습니다 난 항상 그 순간만을 위해 살아왔고 손에 잡히는 대로 행동했는데 그러나 이제 나는 정원에 묻히려 합니다 좋은 터에 내가 잠들 무덤을 Henry가 파려 합니다 나는 90살이 넘었습니다 살아생전 나의 .. 2023. 1. 1.
낙동강 장림포구 낙동강 장림포구 趙司翼 초행길 강마루에 홀로인 적 없는 사람은 이러한 모습을 하고 있는 나의 마음 모를 것이다 마른풀 무성한 방천을 우그리고 빛발 치는 총탄 전장의 최전선보다 살벌한 길쭉한 왜가리 주둥이가 기척일 때마다 물 풀 무성한 숲을 찾아 숨어드는 각시붕어, 민물조개들의 가슴 뛰는 심장 소리는 섬돌처럼 홀로 외로운 내 모습이 되고 얼마나 애연(哀然)한 생각을 일으켰으면 갈잎들도 슬프도록 흐느끼는 밤에 문득 보게 되는, 절망의 몸부림 여러 흔적뿐인 것들로 나의 세월은 참말로 깊게 패인 상처가 많아 어디론가 절뚝거리는 긴 아픔을 살았다 검은 강을 별빛 자잘하게 물결 지는....... 물 때를 노리는 희끗희끗 점(點) 하나가 죽을 운명처럼 어둠 속을, 거기 어부의 늙은 모습이 마음 아프다 포구의 불빛은 .. 2022. 12. 31.
월광소나타 유안진 . 송년에 즈음하면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년이 한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 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길 막돌맹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신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마지막 낙조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덤겨집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 들어 버립니다 일년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편집등록 . 신유라 2022. 12. 31.
로버트 브라우닝 . 평생의 사랑 로버트 브라우닝 . 평생의 사랑 (I)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 집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내 심장아 너는 걱정할 것 없어 내 마음아 너는 꼭 찾고 말터이니 이번에는 그녀 자신! 그가 숨기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커튼과 소파에서 나는 향수, 그 향수를 닦았을 때 처마 끝에 매달린 꽃장식이 새롭게 피어났다. 맞은편 거울에서 모자의 깃털 장식이 반짝이고 있었다. (II) 하지만 하루가 저물어가면서 문은 또 다른 문으로 이어진다 나도 또 운세를 시험해본다 넓은 집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범위를 좁혀간다 그래도 똑같다. 그녀는 이미 나간 뒤이다 하루 종일 찾는데만 몰두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 너도 알겠지만 해는 저물고, 탐험할 수 있는 방은 멀리까지 이어져있고 확인해야 할 옷장들, 있.. 2022. 12. 30.
韓龍雲 . 님의침묵 韓龍雲 . 님의 沈默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리에 들.. 2022. 12. 30.
정호승 . 그 는 정호승 . 그 는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 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사람이었다. 2022. 12. 29.
비애 . 悲哀 비애 . 悲哀 趙司翼 내 청춘 배신에 찬 오래전 기억이 겨울이면 날리는 눈처럼 속속들이 가슴이 아파서 깊게 파인 자국 지우면서도 못내 눈물이 흐른다 우주에도 아픔 있는지! 어두운 밤을 큰 달도 날개를 접고 목마른 모가지 길게 빼고 그 세상을 비척인다 후회도 말고, 눈물 없이 가자고, 이제는 하현(下弦)의 길목에서 문득 뒤 돌아봤을 적에 진동에 흔들린 후지산 영혼처럼 비애(悲哀)를 끌어안고 눈물짓지는 말아야지 편집등록 . 성우혁 제목 2022. 12. 28.
눈물의 부탁 눈물의 부탁 서울 근교에 건실한 중소기업이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나이가 드셨는데 직원들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었고 사랑을 베풀어주었으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젊은 직원들에게 장학금을 후원해 주는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습니다. 어느날 출근한 경리 여직원이 금고에 있던 돈 200만원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한 여직원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수사 끝에 범인을 잡았습니다. 범인은 몇달 전에 입사한 신입 사원이었는데 이상하게도 평상시엔 말도 없이 일을 잘하는 직원이었습니다. 검찰로 넘겨진 직원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판결이 있는 날 사장님은 피해자 신분으로 증언대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판사의 마지막 말을 하시라는 권유에 사장님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2022. 12. 28.
빈센트 반 고흐를 그리다 말고 빈센트 반 고흐를 그리다 말고 趙司翼 자고 날 때마다 잔설(殘雪)이 가고 예전 그 자리엔 봄 물결이 밀려든다 멀리서 봐도 은행나무 늙은 가지가 꿈틀거리고 매화가 필 것만 같아 꽃가슴 설레는 계곡물 녹아 흐르는 도처에서 병아리처럼 노랗게 움 터 오는 봄을 듣는다 어둠을 쪼는 굴뚝 새 부산함에 외로웠던 내 마음도 들뜬 밤이었는데 빈 하늘 햇살 헐 건 오후 지루한 화실에서 무슨 영감을 가져다줄 것만 같아 빈센트 반 고흐, 슬픈 인생과 손을 맞잡고 그리운 가슴을 해보는데도 나른하게 쏟아지는 햇살뿐인 것으로 아를(Arles)에서의 수많은 기억들만 아를(Arles)은 남프랑스 작은 마을로 1886~1888년 사이 파리에서 동생 테오와 함께 살았던 반 고흐 활동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다만 고흐가 남프랑스.. 2022. 12. 28.
조지훈 . 새아침에 To the New Year With what stillness at last you appear in the valley your first sunlight reaching down to touch the tips of a few high leaves that do not stir as though they had not noticed and did not know you at all then the voice of a dove calls from far away in itself to the hush of the morning so this is the sound of you here and now whether or not anyone hears it this is where we have come.. 2022. 12. 27.
윤동주 . 눈 윤동주 . 눈 지난 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 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Snow by Yun Dong-ju Last night snow fell abundantly: on the rooftops, on the paths, on the farms. Perhaps it is a blanket that keeps us from the cold. That’s why it falls only in the chill of the winter. 번역(조사익) . 등록(성우혁) 제목 2022. 12. 27.
맨해튼 월가 . Manhattan Wall Street 맨해튼 월가 . Manhattan Wall Street 머리 위로 무수한 거리가 쏟아지고 그 거리서 투쟁이 익숙한 어둠으로 득실댄다 이 도시는 우리 모두의 삶을 조각하고 누가 보기엔 어찌 견딜 수 있을까 싶지만 절실함에 동서양 걸음이 휘황한 거리로 쓸려 흐른다 의도건, 아니건 간에 우리는 넋을 버려야 압박을 견딜 때도 있다 빌딩 숲에 묻혀 지내야 하는 불가분의 시간 속에서 나락으로 내몰릴지 모른다는 불안한 내내 곳곳서 음탕과의 협상을 찾아 방황하지만 또한 누구는 성공으로 탈출할 줄 몰라하며 있으나마나 한 시간들이 에워싼 거리는 도박판이다 우리는 도시를 삶의 경계처럼 떠받들고 견디기 힘든 고통이 우박처럼 떨어져도 처박히고 부러져도 살기 위한 몸부림은 이 악물고 견뎌야 한다 인내심을 팔아서라도 , 멍이 들고.. 2022. 12. 27.
박인환 . 거리 박인환 . 거리 나의 시간에 스코올과 같은 슬픔이 있다 붉은 지붕 밑으로 향수가 광선을 따라가고 한없이 아름다운 계절이 운하의 물결에 씻겨 갔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지나간 날의 동화를 운율에 맞춰 거리에 화액을 뿌리자 따뜻한 풀잎은 젊은 너의 탄력같이 밤을 지구 밖으로 끌고 간다 지금 그곳에는 코코아의 시장이 있고 과실처럼 기억만을 아는 너의 음향이 들린다 소년들은 뒷골목을 지나 교회에 몸을 감춘다 아세틸렌 냄새는 내가 가는 곳마다 음영같이 따른다 거리는 매일 맥박을 닮아 갔다 베링 해안 같은 나의 마을이 떨어지는 꽃을 그리워한다 황혼처럼 장식한 여인들은 언덕을 지나 바다로 가는 거리를 순백한 식장으로 만든다 전정의 수 목 같은 나의 가슴은 베고니아를 끼어 안고 기류 속을 나온다 망원경으로 보던 천만.. 2022. 12. 27.
日記 (2023년 새해 에는!) * 어제는 역사가 되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신의 선물이다 * 상상력은 지식보다 강하고 희망은 경험보다 우월하다 * 희망은 우리들 삶에 있어서 코드(계획, 목표)와 같은 것이다 * 훌륭한 교사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2023년 새해 에는 희망을! 긍정된 마음가짐으로 세상 살고 싶어도 창백하기만 한 세상에서 앞날을 생각할 틈도 없이 너무 산만하다 목장 같던 세상 푸른 초원을 늑대 떼가 맴돌고 급기야 전염병과 역병으로 오염된 세상, 긴 호흡 하기도 두려운 하루가 다르게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없는 힘도 솟게 하는 희망이라는 긍정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리라 다만 이러한 역경에 부딪쳤을 때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나름대로 대처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2022. 12. 26.
영등포동 거리에서 영등포동 거리에서 趙司翼 해 지고 뉘엿뉘엿 어두운 밤을 한숨짓는 빈 가슴을 홀로 쓸쓸한 남자의 뒷모습이 여러 이유를 부둥켜 앉고 중얼거리는 우두커니 그 만의 탄식에도 이토록 내 가슴이 미어지는데 양철문고리 바람에 우는 처마 밑을 웅크린 재색 무늬 길고양이 신음소리가 가슴속을 파고들며 비수처럼 몹시 슬프다 골목끼리 어깨를 맞댄 쪽방촌 구공탄 냄새 진동하는 눈만 뜨면 보게 되는 울타리 너머 영등포역을 나고 드는 전철 길 부산해도 덜커덩 소리 말고 온정 내미는 손길 아무도 없다 늦은 밤 골목을 서성이는 사람들 누군가가 그리우면 영등포 역 광장으로 가고 가슴이 답답하면 빈 하늘에 시선을 두고 밤이 저물도록 이야기 할 사람 없어서 마주쳐도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이유를 이젠 알겠다 양철담 헐건 골목길을 돌아서며 생.. 2022. 12. 24.
Manhattan Wall Street Twin Towers they were the twins that overlooked Manhattan towers sandwiched amongst the World Trade Center me just having finished my frittata complete with tofu masticating away while looking at the television, then that irretrievable memory of imploding etched in the mind there were many a funeral held in utter shock & silence born was the letterhead of a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air tr.. 2022. 12. 23.
생드니 언덕에서 생드니 언덕에서 . Saint Denis 이 성스러운 아침이 얼마나 고요한가! 동틀 때쯤 하늘엔 구름 은밀히 그림자를 태동하고 가파른 언덕 저편을 가로지르는 트레일러, 그 아래 어디선가 유럽풍 경쾌한 음악소리와 전나무 향긋한 바람 불어오는 숲에서 평야로 달리는 계곡 물소리와 바람소리 사그락 사그락 나뭇잎 부대끼는 소리까지 천상의 하모니다 품위 겸손이 파란 눈의 아침이 열리고 반쯤 열린 하늘 커튼 너머 동쪽서 얼굴 붉힌 어린애처럼 다소곳이 돔형 해가 솟는다 나의 머나먼 여정은 혼란과 절망을 오가며 이 웅장한 언덕서 존재에 불과한 숨결로 오늘 하루 또 어떤 변화에 직면하게 될지 ! 열 아흐레를 근심과 두려움으로 채워서일까 살아있는 숨결만으로도 고마움 외엔 생각 없는 하루이고 싶다 친구 'Antonin Art.. 2022. 12. 23.
김동환 . 국경의 밤 김동환 . 국경의 밤 제1부 1장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 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을 경비하는 외투 쓴 검은 순사가 왔다 ㅡ 갔다 ㅡ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 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 마차를 띄워 놓고 밤새 가며 속 태우는 젊은 아낙네, 물레 젓던 손도 맥이 풀려서 '파!' 하고 붙는 어유 등잔만 바라본다. 북국의 겨울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제1부 2장 어디서 불시에 땅 밑으로 울려 나오는 듯, "어 ㅡ 이" 하는 날카로운 소리 들린다. 저 서쪽으로 무엇이 오는 군호라고 촌민들이 넋을 잃고 우두두 떨 적에, 처녀만은 잡히우는 남편의 소리라고 가슴을 뜯으며 긴 한숨을 쉰다. 눈보라에 늦게 내리는 영림창 산림실이 벌부떼 소리언만. 편집등.. 2022. 12. 22.
日記 (가족 크리스마스) 가족 크리스마스 현관문에 걸려있는 겨우살이와 똬리를 한 덩굴에서 반짝반짝 고드름이 빛나고 있다 가족 모두 크리스마스트리 주위로 둘러앉아 여러 색상을 한 조명으로 물든 거실에서 건강하고 복된 일 년의 향기가 저물어가는 동안 타오르는 벽난로 주위에서 'Andy Williams'가 The First Noël을 노래 부르고 손주들, '그레이슨'과 '에밀리아' 천사처럼 환한 미소가 거실 가득 울려 퍼진다 케이크를 조각 내고, 샴페인을 터트리고, 쨍! 하고, 축배의 잔을 들어 올릴 때 성탄을 축하하는 웃음꽃이 집안 가득 흘러넘친다 나는 손주 둘을 무릎에 앉히고 'The Night Before Christmas'를 읽어주면서 슈가 쿠키와 코코아는 산타를 위해 남겨두기로 꼬맹이들과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였다 집에서 보.. 2022. 12. 22.
토마스 하디 . 어둠 속의 유령새 토마스 하디 . 어둠 속의 유령새 나는 작은 숲 입구에 기대어 프로스트가 산신령처럼 어른거리는, 거기엔 겨울 잔해물로 스산한 황량함뿐이다 무력해진 하루의 시선, 뒤엉킨 덩굴줄기가 틈을 가르고 하늘로 향한다 끊어진 거문고 줄처럼, 그리고 출몰하는 인류의 모든 유령이 집안에서 도깨비불을 찾고 있었다 The Darkling Thrush by Thomas Hardy I leant upon a coppice gate When Frost was spectre-gray, And Winter’s dregs made desolate The weakening eye of day. The tangled bine-stems scored the sky Like strings of broken lyres, And all mank.. 2022. 12. 22.
눈 내리는 밤 눈 내리는 밤 趙司翼 푸른 밤도 눈을 감고 침묵하는데 내리는 눈이 헛되이 몸만 괴롭히는 이러함에서 비롯된 풍경이 내 마음 같지가 않고 대지가 몸을 떠는 한밤 내리는 눈 얼룩무늬 창유리에 매화꽃을 걸어 놓았다 이걸 보면서 더욱 외로워만 오는, 나는 어찌할 수가 없어서 칠십 년대 겨울 이야기를 흩트려 달빛 창에 나열하며 꾹꾹 눌러 다시 한번 써 내려간다 냉기(冷氣) 꾸역꾸역 겨드랑이를 파고들던 밤 화로 맡에서 고구마 구워주시던 할아버지와 정다웠던 추억이 사각사각 밤을 적시는 눈(雪) 소리에 또 다른 그리움 되어 눈가를 스쳐 흐른다 고요함 너무 깊어 별처럼 가로등 흔들리는 이 밤에 편집등록 성우혁 제목 2022.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