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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朗誦 . 人生 列車는 簡易驛이 없다 (一) 人生 列車는 簡易驛이 없다 (一) 趙司翼 우리는 인생이라는 이름으로 죽는 날까지 여행을 해야 한다 레일 위를 달리는 인생 열차에 삶을 맡기고 세월 속을 달리다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간이역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좋건 싫건 세월 속을 달리는 인생 열차를 타야 한다. 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슬픔의 레일을 달리는 인생 열차에 내 삶을 맡겼다면 얼마나 슬플까 간이역이 없는 인생 열차 기쁨의 레일을 달리는 열차에 실려 인생을 노래하고 싶지만 자칫 이탈하기 쉬운 레일 위를 우리는 달리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의 레일을 달리는 인생 열차에 실려가는 삶 얼마나 슬프고 고통스러울까 인생 열차는 간이역이 없는데..! * The Life Train doesn't have a station David c.. 2023. 2. 16.
유안진 . 안동(安東) 유안진 . 안동(安東) 어제의 햇빛으로 오늘이 익는 여기는 안동 과거로서 현재를 대접하는 곳 서릿발 붓끝이 제 몫을 알아 염치가 법규를 앞서던 곳 옛 진실에 너무 집착하느라 새 진실에는 낭패하기 일쑤긴 하지만 불편한 옛것들도 편하게 섬겨가며 참말로 저마다 제 몫을 하는 곳 눈비도 글 읽듯이 내려오시며 바람도 한 수 읊어 지나가시고 동네 개들 덩달아 댓 귀 받듯 짖는 소리 아직도 안동이라 마지막 자존심 왜 아니겠는가. 2023. 2. 16.
김소월 . 진달래 꽃 김소월 . 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의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Azaleas by Sowol Kim When you leave, weary of me, I'll bid you silent farewell. An armful of azaleas culled from the hill I'll strew over your path. Step after step, on the flowers Tread lightly, as you walk. When you leave, weary of me, I'll not .. 2023. 2. 16.
메이른호펜에 영혼을 묻고 메이른호펜에 영혼을 묻고 趙司翼 멈출 듯 다시 이어지는 날 선 소름이 심장에 박히고 구름 떼처럼 숙소 문밖을 눈 폭풍이 몰려든다 산새들 간간히 몸을 비비던 창틀 자락을 송곳 날 상고대가 내 걸리고 침묵 속에 지워져 가는 가문비나무 숲을 보면서 시야의 모든 폐허를 버팀목으로 용기로 왔던 의지가 날 선 고통 속에 갈기갈기 무너져 내린다 고요하다가도 순간 무서운 백야 창백한 '메이른호펜(Mayrhofen)'도 신의 분노가 경악을 멈출 때까지 몸을 웅크린다 이이벡스(Ibex), 험난했던 절벽을 저승 문턱이 기웃거림으로 메아리만 남아 눈보라 속을 떠도는 이러함에도 뒤엉킨 시간이 얽혀든 어둠에서 피 흐른 골짜기 처절했던 오열이 소리 없이 투명했던 기억으로 고개를 들고 신의 분노가 서서히 잦아드는 숨소리 빼꼼히 고개.. 2023. 2. 15.
정호승 . 꽃지는 저녁 정호승 . 꽃지는 저녁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이 없다 꽃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2023. 2. 14.
로버트 번즈 . 새빨강 장미 출생 : 1759년 1월 25일 (스코틀랜드) 사망 : 1796년 7월 21일 (덤프리스, 스코틀랜드) 로버트 번즈 . 새빨강 장미 오 내 사랑이 새빨강 장미처럼 유 월에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오 내 사랑이 멜로디처럼 아주 감미로운 연주를 합니다 나의 아름다운 그대, 보니 아가씨, 나는 깊숙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나는 그대를 평생 사랑할 것입니다 바다가 말라버릴 때까지. 바닷물이 사라질 때까지, 나의 그대여 태양 볕에 바위가 녹아 흘러도 나는 여전히 그대를 사랑할 것입니다 모래가 씻기어 가는 동안에도 그대 위한 내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 나의 유일한 사랑! 그대여 잠시 휴식을 취하세요 내가 다시 올 것입니다 내 사랑이여 비록 1만 마일임에도 불구하고 A Red, Red Rose by Robert Burns O.. 2023. 2. 13.
Austria Schwaz Mayrhofen The Mountain by Emily Dickinson The mountain sat upon the plain In his eternal chair, His observation omnifold, His inquest everywhere. The seasons prayed around his knees, Like children round a sire: Grandfather of the days is he, Of dawn the ancestor. 에밀리 디킨슨 . 산 산이 평야 위에 앉았다 그의 영원한 의자에서, 그의 관찰은 다양하고, 모든 곳에서 그의 조사 계절은 그의 무릎 주위에서 기도했고 아비 주변의 아이들처럼 시대의 할아버지는 그분이시다 새벽의 조상 2023. 2. 13.
퍼시 비셰 셸리 . 서풍에 대한 송시 서풍에 대한 송시 퍼시 비셰 셸리 "오, 벌판의 서풍과 가을의 숨결, 그대여, 그대 보이지 않는 존재에 의해 이파리가 죽었다. 귀신 들린 사람이 도망치는 유령처럼, 노랗고, 검고, 창백하고, 혼란스러운 빨간색 역병에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 오 그대여, 누가 그들의 겨울을 암흑 같은 황량한 무덤으로..." Ode to the West Wind Percy Bysshe Shelley "O wild West Wind, thou breath of Autumn's being, Thou, from whose unseen presence the leaves dead Are driven, like ghosts from an enchanter fleeing, Yellow, and black, and pale, and he.. 2023. 2. 12.
認識의 轉換 認識의 轉換 우리 모두는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사는 동안 자의건 타의건 간에 항상 그 무엇과 함께라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요즘 들어서 더욱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일본의 현상을 보면서...! 우언을 들어주는 직업 사 후 시신 수습을 대행하는 직업 등... 혼자라는, 고립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고객이라고 한다 자식들 분가하고, 배우자의 죽음으로 갑자기 더 이상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느끼게 되는 외로운 두려움이란 ! 긴장 속에서 숨통을 조여 오기도 하고 무엇보다 두려움이 크게 느껴질 때는 누군가와 이야기할 사람 없는 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다 외롭지 않다고 해서, 혼자가 아닌 둘이라고 해서 육체적인 병을 고친다거나 모든 환경을 지.. 2023. 2. 12.
기형도 . 빈집 기형도 . 빈집 사랑을 잃고서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촞불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奇亨度 . 空き家 愛に敗れて わたしは書く お別れだ、短かった夜たちよ 窓外に流れていた冬の霧たちよ なにも知らずにいた蝋燭の火たちよ、お別れだ 恐怖を待っていた白い紙たちよ ためらいの代わりに流した涙たちよ お別れだ、もう自分のものではない熱望たちよ 今わたしは盲人のように、手探りで扉に錠をさす わたしの痛ましい愛を空っぽの家に閉じこめて 번역(조사익) . 편집 등록(정민재) Give Me Strength 2023. 2. 11.
列島에 내리는 비 (四) 列島에 내리는 비 (四) 趙司翼 거기엔 제국주의 불순한 욕망이 꿈틀 대고 나의 밤은 가로등이 눈감을 때까지 치밀어 오른 분노를 술로 태우며 놈들, 씨의 종말 후 긴자의 또 다른 밤을 생각한다 욱일기 빗발치듯 들끓는 긴자의 밤 변이 된 영혼이 휩쓸고 간 곳엔 까마귀 떼 울음소리가 악보처럼 펼쳐지고 광장을 소리 없이 비는 내리는데 고베로 가는 신칸센 교각 아래 집 없는 자들의 가난한 하루가 빗속을 떨고 있다 비 내리는 밤을 홀로인 몇몇 사람들처럼 나도 말 걸 사람 없어 기꺼이 주변 외로움과 친구가 되어봐도 제국(帝國)의 사상(思想)과 현실이 공존하는 열도의 거센 물결 속 외로움 뿐이다 편집 등록 . 성우혁 제목 2023. 2. 11.
첼로 명상 Hauser Cello 2010 - Prayer 'Bloch' 2012 - Hungarian Rhapsody.op .68 2014 - 'Oblivion' Piazzolla 2014 - with Olivier Dragojevic ' Trag u Beskraju' 2017 - At the Lisinski Concert Hall in Zagreb 'Adagio' (Albinoni) 2018 - Hauser & Petrit Ceku - Croatia 'Tango en Skai' 2022 - Hauser & Pablo Sainz Villegas 'Spanish Romance' 2023. 2. 11.
박인환 . 검은 강 박인환 . 검은 강 神이란 이름으로서 우리는 最後의 路程을 찾아보았다. 어느 날 驛前에서 들려오는 군대의 合唱을 귀에 받으며 우리는 죽으러 가는 者)는 반대 방향의 열차에 앉아 情欲처럼 疲弊(피폐)한 소설에 눈을 흘겼다. 지금 바람처럼 교차하는 지대 거기엔 일체의 불순한 욕망이 반사되고 농부의 아들은 표정도 없이 爆音과 硝煙(초연)이 가득 찬 生과 死의 경지로 떠난다. 달은 靜寞보다도 더욱 처량하다. 멀리 우리의 시선을 집중한 인간의 피로 이룬 자유의 城砦(성채) 그것은 우리와 같이 퇴각하는 자와는 관련이 없었다. 신이란 이름으로서 우리는 저 달 속에 암담한 검은 강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2023. 2. 10.
광화문 연가 광화문 연가趙司翼골목 마디마디를 더듬거리며 아쉬워해 봐도 눈동자는 낯설고 그 어디에도 기억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누가 들으면 지나친 비약 같지만 침묵보다 깊어 있는 추억의 말도 마음만 허무하고발길마저 거부해 버린 요즘 세상일 줄을 몰랐다 얼핏 봐도 요즘 모습이 되어 버린 광화문 광장을 휘청이지 않으려고 겉 둥 우둘투둘한 은행나무를 기대 서서 오히려 낯선 감회가 깊었던지 주르륵, 두 뺨 위를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이 거리의 겨울 이야기는 훗날 누군가의 쓸쓸한 기억이 될 것이고 내게는 낯설고 외로운 서울 세월 흐르고 나면 나는 또 어떤 추억이 될까 도시의 하늘 낮 달이 외롭다서울 친구들,진학이, 경희, 병교는 한 통의 전화도 없고2023. 01. 05 편집 등록 . 성우혁 제목 2023. 2. 9.
친구가 남기고 간 세월로 하여 친구가 남기고 간 세월로 하여趙司翼그리다 만 캔버스 남겨진 여백의 말은 어디로 갔을까 찬구 떠난 그 바다를 생각하는 동안 쉭쉭 대는 바람결에 유리창이 휘감기고 싸락싸락 눈 내리는 밤을 쪼그려 봐도 마지막 숨결이 있어 그리운, 차마 눈물이 나는 곳 나가사키 항구 바닷가도 기억에서 흐려져 간다 살아생전 따스하고 다정했던 마음도 파도가 지워버린 모래 위 발자국처럼 그렇게 서서히 옛일이 되어 가고 귓가를 떠도는 친구의 여러 이야기마저 잘못된 기억으로 허구의 거짓일까가 두렵다 아득히 푸른 밤을 잊힌 기억들만 머릿속을 떠 다니고 어두워 가는 여백의 캔버스를 보면서도 친구가 남긴 세월 채울 수가 없어서붓끝에 너의 이름을 남겨 둔 채로 이 밤을 나도 의식 없는 죽음이어야 했다 우정이 매몰된 나가사키 푸른 바다엔 함께 .. 2023. 2. 8.
羅勲児 . 타향살이 라훈아 . 타향살이 (羅勲児 . 他郷暮らし) (一) ふるさと 離れて 幾年 すぎた 후루사토 하나레테 이쿠토시 스기타 고향을 떠나온 지 몇 해가 지났나 指折り かぞえりゃ 涙が 落ちる 유비오리 카조에랴 나미다가 오치루 손꼽아 세어보니 눈물만이 흐르네 (二) 浮草みたいな 私の運命 우키쿠사 미타이나 와타시노 사다메 부평초 같은 내 운명 帰らぬ 青春だけ 私も 老いた 카에라누 세에슌다케 와타시모 오이타 다시 못 올 청춘뿐 나도 늙었네 (三) 真赤に 燃えてる 夕日の空は 맛카니 모에테루 유우히노 소라와 새빨갛게 불타는 석양의 하늘은 瞼のふるさと 燃やして 消える 마부타노 후루사토 모야시테 키에루 눈에 선한 고향을 불태우고 사라지네 2023. 2. 8.
정일근 . 저 모성(母性) 정일근 . 저 모성(母性) 눈 내리는 성탄(聖誕) 아침 우리 집 개가 혼자서 제 새끼들을 낳고 있다 어미가 있어 가르친 것도 아니고 사람의 손이 돕지도 않는데 새끼를 낳고 태를 끊고 젖을 물린다 찬 바람 드는 곳을 제 몸으로 막고 오직 몸의 온기로 만드는 따뜻한 요람에서 제 피를 녹여 새끼를 만들고 제 살을 녹여 젖을 물리는 모성 앞에 나는 한참이나 눈물겨워진다 모성은 신성(神性) 이전에 만들어졌을 것이니 하찮은 것들이라 할지라도, 저 모성 앞에 오늘은 성탄절, 동방박사가 찾아와 축복해 주실 것이다 몸 구석구석 핥아주고 배내똥도 핥아주고 핥고 핥아서 제 생명의 등불 밝히는 저 모성 앞에서 정일근 시인 출생 : 1958년 7월 28일 출생지 : 경남 양산 데뷔 : 1984년 실천문학에 시 '야학일기' 학력.. 2023. 2. 8.
趙司翼 .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趙司翼 늦가을 테살로니키 해의 푸른 하늘 아래 벽에 걸린 그림에 취해 밤늦도록 고전문학과 싸워야 했다 오래전 올림피아 파르테논 신전에서 역사가 만들어지고 신화가 뿌리를 내린 곳 괴테, 헤밍웨이, 니체, 이 들도 나 같은 마음이 되어 쪽빛 바다 푸른 바람을 보고 갔겠지 내 맘처럼 안개가 자욱한 밤 눈물로 푸른 밤을 깨우며 고요한 태양이 일리아스 산 너머로 떠오를 때 그리스 경정맥을 자르고 지친 여행자의 외로운 이야기가 삼단노선의 구겨진 돛처럼 떨어진다 파도가 내 이러함을 지우듯이 별 우리에 갇힌 음산한 달빛뿐으로 공허한 마음은 결코 빛을 보지 못했다 In Thessaloniki Greece Under the blue sky of the Thessaloniki Sea in late au.. 2023. 2. 8.
Provence . 프로방스 제목 2023. 2. 7.
詩朗誦 . 들꽃의 말 영상에서 시 제목에 오타가 발생함을 양해바랍니다 들꽃의 말 趙司翼 그대! 나의 작은 꽃을 꺾어가세요 밟히고 채여 관심 없는 시선에 묻히느니 그대 화병서 말라 서런 슬픔이어도 물 냄새 향긋이 좋았다고 단 하루일 때도 내 선택 옳았다 말할 겁니다 떠가는 구름이 부럽기로서니 나의 타고난 운명이 바람의 노예라서 애가 탄들 들에 핀 게 죄일지라도 마지막 말라죽은 모습조차 바람에 날려 사라진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슬픔일 것 같고 작은 꽃 병서 하루라 해도 그대 시선 속에 머물고 싶다 하여, 나의 작은 꽃을 꺾어가세요 The Word of the wild Flower David cho come and pick my little flower Rather than being trampled and kicked and .. 2023. 2. 7.
기형도 . 봄날은 간다 기형도 . 봄날은 간다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열풍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 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 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 패 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 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 들어온 것들의 인사(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 2023. 2. 6.
이내 뜨거운 가슴이 된다 이내 뜨거운 가슴이 된다 趙司翼 강변길 어둠 위로 초저녁 달이 떠오를 때면 옛 생각에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오고 가는 여러 주변 이야기들과 한 식구가 되어야한다 퐁네프 다리를 지나 대성당 노트르담으로 가는 굽이굽이 쿠르즈 여객선 뱃고동소리는 울렸었는지 작은 불빛이 박물관 유리 벽에 스미었는지 보이지 않는 그림자뿐으로 외로움을 감싸 안고 추억에 젖어 내 모습에 취해 있는 동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어김없이 어둠 안에 별이 빛나고 눈발처럼 날리는 기억을 홀로 쓸쓸히 '다니엘 불랑제' 신작 시집을 가슴에 품던 때가 오래전 일로 낯설게 다가오고 당시가 이글거렸던 꿈도 희망도 아르장퇴유로 가는 철교 어둔 불빛처럼 혼잣말로 지껄이는 이러한 밤에 결사하는 마음으로 다짐을 하고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을 애써 찾지는 말.. 2023. 2. 5.
심연수 . 등불 심연수 . 등불 존엄의 거룩한 등불 이 문틈으로 새어나오다가 한줄기 폭풍에 꺼져 버렜습니다 옛날 조상께서 처음 켠 그등불이 그동안 한번도 꺼짐이 없이 이 안을 밝혀왔습니다 그들은 그 빛을 보면서 옛일을 생각 하였고 하고 싶은 말을 하였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어둠속에서 촛불을 켜는 이 있으니 또다시 밝이질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그 등잔에는 기름도 많이 있고 심지도 퍽이나 기오니 다시 불만 켜진다면 이 집은 오래 오래 밝아질 것입니다 2023. 2. 4.
페닌 알프스 그렌츠기펠에서 페닌 알프스 그렌츠기펠에서 The Pennine Alps Grenzgipfel 산마루가 하늘을 끌어안고 숭고하게 빛나는 페닌 알프스 유령 같은 형상들이 시선을 가득 채우고 모호한 환상의 변화를 보면서 그 엄청난 카니발 속 주인공처럼 나는 몸을 떨었다 낮엔 뒤틀린 경련을 일으키다가도 밤이면 새벽이 올 때까지 부드러운 걸음을 하고 바위벽 능선 위로 태양이 솟아오르는,.... 부들부들 심장 떨리는 적막은 무엇을 말하는지! 나는 그렌츠기펠 발밑에서 무릎 꿇고 숭배의 마음이 되어 기도를 했다 밤이 새도록 혹한으로 더욱 무거워진 어둠과 싸우던 별빛들이 새벽하늘로 사라져 가고 저기 가파르게 들쭉날쭉한 바위 절벽 거대한 협곡의 경사면 아래로 빙산을 녹아 흐르는 급류들 통곡하는 외침이어도 밤새 고요했던 정적이 산맥 허리.. 2023.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