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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스 당신의 안부가 묻고 싶은 날 오늘은 잘 있었냐구 그동안별일 없었냐구 안부가 그리워 다가가 묻고 싶은 한 사람 그저 다녀간 흔적조차 그립다 말하고 싶어 수줍은 그리움으로 머뭇거리는 마음은 그림자처럼 스쳐 가는 발걸음 속에 전하고 싶은 간절한 안부 내가 궁금하지도 않았냐고, 보고싶지 않았냐고 그동안 가슴에 심겨진 그리움 한 조각 잘 크고 있냐고 묻고 싶은 한 사람 마주함이 있어 행복함이 아닌 그저 바라봄으로 웃을 수 있어 세상에서 느끼는 외로움 지울 수 있고 아픔으로 넘어졌던 마음 당신으로 인해 다시금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그런 웃음을 전해 주는 한 사람 그저 하늘처럼 맑은 모습으로 화려하지도 않고 초라하지도 않은 하늘을 닮은 당신의 모습, 그런 당신을 닮고 싶은 나 눈에 보이는 행동보다 보이지 아니한 마음.. 2023. 1. 16.
보길도(甫吉島)에서 보길도(甫吉島)에서 趙司翼 여행자 나른한 그림자에 맥박이 묶이고 적자봉(赤紫峰) 석양이 물든 산 너머 노을 속을 촉촉한 구름 바람 타고 지워져 갈 때 붉가시나무 나른한 언덕배기 풀밭을 빈 들 무성한 초원이 파도처럼 달리는 저물녘 늦가을 침묵인 듯하여도 풀밭엔 바람꽃이 으스러지게 가득 피었다 구실잣밤나무 숲을 뜬 별과 함께 바다는 깊은 밤을 소리 없이 울음 울고 해안가 불빛들이 등대처럼 모습 속에 뱃고동이 쉴 새 없이 드나들어도 어부들 지나가는 발자취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해안풍 멀어져 간 고요한 밤에 내 머물다 간 자취를 별에만 남겨야겠다 2011.09.23 편집 등록 . 성우혁 제목 2023. 1. 16.
Czardas (Hauser & Caroline Campbell) 나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되돌아보니 걸어온 길 모르듯 갈 길도 알 수가 없다. 살아오며 삶을 사랑했을까? 지금도 삶을 사랑하고 있을까?어느 자리 어느 모임에서 내 세울 번듯한 명함 하나 없는 노년이 되었나 보다. 붙잡고 싶었던 그리움의 순간들 매달리고 싶었던 욕망의 시간도 겨울 문턱에 서서 모두가 놓치고 싶지 않은 추억이다. 이제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걱정하지 말자 아쉬움도 미련도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노년을 맞이하는 겨울 앞에서 그저 오늘이 있으니 내일을 그렇게 믿고 가자 어디쯤 왔는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는 노년의 길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은 또 오늘처럼 그냥 지나간다. 세월이 무심코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세상에는 벗들 때문에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 2023. 1. 14.
마경덕 . 슬픔을 버리다 슬픔을 버리다 마경덕 나는 중독자였다 끊을 수 있으면 끊어봐라, 사랑이 큰소리쳤다 네 이름에 걸려 번번이 넘어졌다 공인된 마약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문 앞을 서성이다 어두운 골목을 걸어나오면 목덜미로 빗물이 흘렀다 전봇대를 껴안고 소리치면 빗소리가 나를 지워버렸다 늘 있었고 어디에도 없는, 너를 만지다가 아득한 슬픔에 털썩, 무릎을 꿇기도 했다 밤새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데도 닿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너에게 감염된 그때, 스무 살이었고 한 묶음의 편지를 찢었고 버릴 데 없는 슬픔을 내 몸에 버리기도 하였다 마경덕 詩人 1954년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신발論) 당선으로 등단 2004년 문예진흥금 수혜 2005년 시집 (신발론) 문학의전당 2023. 1. 14.
토네이도. Tornado 토네이도. Tornado 趙司翼 잠시 전까지 롱아일랜드 아침 바다도 그랬었고 촉촉한 아침 이슬 연두색 잔디에서 양파 소스 곁들인 샌드위치 생각도, 그것을 끝으로 저승사자 떼 지어 오듯 나선형 몸통을 한 물기둥 하늘을 가르고 번개 내리 칠 때마다 내 가까이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뗏장처럼 날라가고, 분간할 수 없다 잔해물 말고 모두 사라진 곳은 기억에만 희미하게, 다정했던 아침도 허허벌판 뿐으로 하물며 롱아일랜드 푸른 바다도 꾸깃꾸깃 주름진 모습이 되어 산더미만 한 거친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려 있다 그 많던 오렌지색 지붕 모두 사라지고 잔해물이 점령한 거리는 악의 모습뿐 무너져 내린 지붕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거기가 집터였는지! 살았다는 게 이상할 뿐 노인은 그곳에 있었다 거리는 어느새 햇살의 일부가 .. 2023. 1. 13.
산사 명상음악 (2) 행복의 실천 온전한 행복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내 삶의 주인이자 이 세상의 주인으로서 내 행복은 누가 가져다 주는게 아니라 내가 만든다는 생각으로 살면 좋겠다.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은 우주의 티끌같이 작은 존재지만 이런 주인 의식을 가질 때 나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나 혼자만 성공하겠다거나 나만 잘살아 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 세상에 기꺼이 쓰이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갈 때 자기도 행복하고 세상에 보탬이 된다 이것은 우리가 행복해질 권리를 실천하는 길이다 - 행 복 - 법륜 2023. 1. 13.
대통령의 어머니 대통령의 어머니 워싱턴의 어머니인 메리 보울은 워싱턴이 대통령이 된 후 처음으로 고향인 마운트 버넌을 방문했을 때 평소와 다름없이 소박한 옷차림으로 문 앞까지 나가 아들을 맞았다. "죠지 정말 잘 왔다. 나는 너에게 주려고 지금 맛있는 과자를 만들고 있단다." 반갑게 아들을 맞이한 메리 보울은 빵가루 투성이의 손을 닦으며 부엌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워싱턴을 수행하던 사람들은 너무도 놀랐다. 그러나 워싱턴은 더 없이 기쁜 듯 주의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여러분, 내 어머니가 과자를 만들어 주신 답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만든 과자를 즐겨 먹었습니다. 자, 사양말고 안으로 들어가서 어머니가 만든 과자를 다함께 먹읍시다." 잠시 후 워싱턴은 조용히 어머니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어머니.. 2023. 1. 13.
구상. 꽃자리 구상 . 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2023. 1. 13.
정경희 . 나의 그대에게 나의 그대에게 정경희 지금 어디선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대에게 제 마음을 띄웁니다. 그대 향한 그리움이 소롯소롯 피어 가슴 터지려할 제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애써 담담히 띄웁니다.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그대 알고 있지요? 말 대신 두 팔 벌려 꼬옥 안아드리렵니다. 마치 내 눈 앞에 사랑스런 눈빛으로 애틋하게 바라보는 그대를 느끼며 말입니다. 오늘 이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아름다운 새순들의 기쁨에 찬 합창을 들을 즈음 당신의 "사랑합니다" 를 귓전에 속삭이는 바람의 숨결 속에서 들을 수 있기를, 그대와의 뜨거운 해후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편집등록 . 신유라 2023. 1. 12.
컨테이너 사진 . 곽경태  컨테이너 趙司翼 겉보기엔 일렬횡대 질서 속에 갖춰진 중세시대 의장 행렬이고 정돈된 세상 폭넓은 울림으로 보이면서도 내 가슴 아리도록 아픈 것은 피 터지게 투쟁하는 인간세상 여러 애환이 저곳에 있기 때문이리라 피할 수 없는 원색 향연에도 손때 묻은 이야기들로 허리가 휘고 등골 오싹거리는 아우성으로 들끓는 전쟁터가 되고 마는 컨테이너 너의 운명처럼 나는 어쩔 수 없는 네 모습이 되고 만다 드 넓은 세상 풍경처럼 여유로운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종단열차 같기도 하고 알프스 눈이 쌓인 융프라우를 기어가는 산악열차 같기도 한 누가 봐도 모두모두 저 모습이 되고 싶지만 속살 문드러지고 악취 진동하는 인간세상 숫한 이야기를 청취해야 하는 너의 운명 알지 않을까 싶어서 안타까운 눈물 흐르는 것은 나도 .. 2023. 1. 11.
겨울 남이섬 겨울 남이섬 趙司翼 침침한 밤 삐걱이며 홀로인 봉화산이 휘적이며 눈발 날리기를 비롯하면 안갯속을 짐짝처럼 꽉 차 오른 밤이 남이섬을 감싸기도 하고 호수로 녹아지기도 하고 먹물처럼 얼어든 밤을 세콰이아 빽빽한 길 거닐며 그래도, 그래도 견딜 수 없는 것은 밤이 새도록 얼음장 밑을 튀는 동가리, 쏘가리, 버들치와 물속 여러 운명처럼 차 오른 눈길을 발목에 매고 설웁도록 싸늘한 그림자뿐으로 무슨 결별에 임하듯 다부지게 별이 뜬 밤 사랑했던 그 이름도 얼굴로 하여 가슴 아프지는 말자 남자 가슴 뜨건 눈물짓지 말고 눈이 쌓인 그늘 아래 그냥 덮어두자 편집등록 (성우혁) . BGM - Andy Williams (Love Story) 제목 2023. 1. 11.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 가을 노래 Autumn Song by Dante Gabriel Rossetti Know'st thou not at the fall of the leaf How the heart feels a languid grief Laid on it for a covering, And how sleep seems a goodly thing In Autumn at the fall of the leaf? And how the swift beat of the brain Falters because it is in vain, In Autumn at the fall of the leaf Knowest thou not? and how the chief Of joys seems—not to suffer pain? Know'st thou no.. 2023. 1. 11.
김현승 .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 아버지의 마음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2023. 1. 11.
이들 마음이 되어봐도 이들 마음이 되어봐도 趙司翼 거리는 울부짖는 짐승 떼 같고 웅성웅성, 방치된 캔버스 속 풍경뿐으로 불빛 번뜩이는 에펠탑을 보고서야 혼자였다는 외로운 시선 속에 십자성(十字星) 붉은 모습이 되어 질주하는 차량 행렬 물결처럼 펄럭이고 이 얼마나 고립으로 외로웠으면 천근 생각은 눈물 말고 이루 형언할 수가 없다 지난 한 해 동안을 마르스광장에 장마당처럼 펼쳐봐도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한 나의 이러한 마음이라면 당신네는 어찌하겠습니까 물결처럼 퍼지는 사크레쾨르 대성당 종소리 울려오는 자비를 위안으로 행여 이들 마음 알지 않을까 싶어 수잔 발라동, 장 드 라 퐁텐, 폴 엘뤼아르를 생각하는 밤 편집등록(성우혁) . BGM-Art Sullivan (Mourir ou vivre) 제목 2023. 1. 11.
김소월 . 초혼(招魂) 김소월 . 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vocation A name shattered to pieces A name shattered in the void A n.. 2023. 1. 8.
김동명 . 파초(芭蕉) 김동명 . 파초 芭蕉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마리 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려니 너의 드리운 그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편집등록 . 성우혁 2023. 1. 8.
늙고 나면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 없다 늙고 나면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 없다 어릴 때는 나보다 중요한 사람이 없고, 나이 들면 나만큼 대단한 사람이 없으며 늙고 나면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 없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칭찬에 익숙하면 비난에 마음이 흔들리고, 대접에 익숙하면 푸대접에 마음이 상한다. 문제는 익숙해져서 길들여진 내 마음이다. 집은 좁아도 같이 살 수 있지만, 사람 속이 좁으면 같이 못 산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내 힘으로 갈 수 없는 곳에 이를 수 없다. 사실, 나를 넘어서야 이곳을 떠나고, 나를 이겨내야 그곳에 이른다. 갈 만큼 갔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갈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참을 만큼 참.. 2023. 1. 7.
생명의 양식 (Panis Angelicus) 작은 소망 이해인 내가 죽기 전 한 톨의 소금 같은 시를 써서 누군가의 마음을 하얗게 만들 수 있을까 한 톨의 시가 세상을 다 구원하진 못해도 사나운 눈길을 순하게 만드는 작은 기도는 될 수 있겠지 힘들 때 잠시 웃음을 찾는 작은 위로는 될 수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여 맛있는 소금 한 톨 찾는 중이네. 편집등록 . 신유라 2023. 1. 7.
무목박물관 .Mumok Museum 무목박물관 .Mumok Museum 나는 지금 비엔나에 와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온 세상이 불타는 것처럼 차갑고 메마른 팝아트를 바라보며 그다지 고무적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차라리 사이프러스 나무 잎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는다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시를 읽느냐고 물어보면 나는 시집을 사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내가 찾고자 하는 풍경을 책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우울하고 침울한 날에도 기도하러 교회에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신의 메시지를 인간이 얼마나 진실되게 번역하고 있으며 진실로 따르며 사는 사람도 보기 어려워서 이다 무목 박물관을 주변으로 즐비한 상점들, 브랜드 선호주의를 종교처럼 따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조화롭지도 않은 취향을 뒷전에 두고 브랜드라면 맹목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 DN.. 2023. 1. 6.
아모스 러셀 웰스 . 꽃잎 Petals by Amos Russel Wells The shattered rose has fallen to the floor In shelly loveliness. The carpet's green Forms a new turf, and in that lower scene Each petal blossoms as a flower once more. How light it lies as having wings to soar, A curve of pink! And how its gentle mien, The soft, rich fulness of its tender sheen, Surpass the clustered rose we knew before! Oh, not in labor's summer-blo.. 2023. 1. 6.
불면증 (不眠症) 불면증 (不眠症)趙司翼 병든 세상, 그들이 싸들고 간 세월이 너무 길었다그토록 비대하고 튼튼하던 밤도 몰라볼 만큼 피폐(疲弊)하고변이 된 세상 얽힌 영토 속에서굴복시키려만 들고 복종시키려만 한다붕괴 직전을 간당거리는 이 밤을 갈망하기에는 적십자병원 장례식장 이별로 슬펐던 새벽하늘이 드러나 있고새문안로(路)를 떠 있는 밤눈동자에 담던 그 밤이 경악이었다 할지라도썩은 세상 붙들고 애걸하느니불편한 진실(vaccine)과 손 잡는 게 옳은 일이었다 폭풍 일 때 폐목(廢木)의 나룻배처럼 흔들리는 백지장 같은 백야를 붙들고타협할 마음도 생각해 둔 것, 아무것도 없다우리 모두 옛 날 같은 소생을 위하여 잔을 들자환상을 꾸고라도그 소멸의 근원을 찾을 수만 있다면,올빼미처럼 뜬 눈의 밤이라 한들 편집등록 . 성우혁  B.. 2023. 1. 5.
Life . 로버트 브라우닝 Robert Browning . 로버트 브라우닝출생 : 1812년 5월 7일 출생(잉글랜드 런던 캠버웰)사망 : 1889년 12월 12일 사망(향년 77세) . 이탈리아 베니스모교 :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은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빅토리아 시대 시와 희곡의 극적인 구절로 유명해졌습니다 브라우닝은 12세 때 시집을 썼지만 출판업자가 없어 폐기했다 몇 군데 사립학교를 다녔지만 기계적인 학교생활에 자퇴를 하고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았으며 14세에 프랑스어, 그리스어, 이탈리아어 및 라틴어에 능통했다 그는 낭만주의 시인, 특히 Shelley를 존경하였고 16세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그리스어를 공부했지만 1년 만에 중퇴하고 케임브리지 대학을 가려했지만 부모의.. 2023. 1. 4.
김수영 . 풀 김수영 .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모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2023. 1. 3.
산사 명상음악 (1) 소크라테스의 한 마디 ‘왜 나는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았을까? 왜 나는 건강하지 않을까? 왜 나는 머리가 좋지 않을까? 왜 나는 성격이 이 모양일까? 왜 나는 무엇 하나 잘 하는 게 없을까? 왜 나는 태어났을까? 왜 나는 가족과 세상에 짐만 될까’ 어느 날 이와 같은 의구심을 품고 소크라테스를 찾아온 청년이 있었다. 청년이 물었다. “나처럼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도 행복할 수 있습니까?” 소크라테스는 갑자기 청년의 머리를 물 속에 처박은 채 힘껏 눌렀다. 숨쉬기 위해 버둥대는 청년을 한참만에 물 속에서 꺼낸 다음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이던가?” “숨 쉴 수 있는 산소입니다.” “황금덩어리가 소중한가, 산소가 소중한가?” “그걸 질문이라고 하십니까?” “그럼 자네는 황금덩어리보다 .. 2023.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