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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아놀드 . 도버 해변 매튜 아놀드 . 도버 해변 오늘 밤에는 바다가 고요하다 밀물은 차오르고 해수면 위에 뜬 달 해협에서, 프랑스 해안의 빛 빛나려다 말고 사라져 간다 영국 해안 절벽이 우뚝 서 있고 눈 부시게 광활한 고요한 만에서....... 사랑이여, 우리 진실되게 살자 서로에게, 우리 세상을 위해서라도 꿈나라 같은 우리 땅에 누워서 이렇게 다양한, 너무 아름다워서 새로운 사실 기쁨도, 사랑도, 빛도 없고 평화에 대한 확신도 없이 그 어떤 고통도 도움이 되지 않는 곳이며 그저 어둔 평원에 있는 것처럼 그러할 뿐 비행기 폭격소리로 당황스러운 혼란 속에 무장한 군대가 밤마다 충돌하는 곳 Dover Beach by Matthew Arnold The sea is calm tonight. The tide is full, the m.. 2022. 12. 21.
크리스토퍼 몰리 . 봄날 낙엽을 태우다 봄날 낙엽을 태우다 . 크리스토퍼 몰리 말라버린 이파리들이 화염에 휩싸이고 모닥불에선 푸른빛 연기가 피어올라 덤불 사이로 스며들 때 호박색 가을날이 상큼하고 푸른 숲 사이로 내려앉는다 저들 희미하게 녹아내리는 유령의 숨결 어린 새싹들이 보는 앞에서 낙엽들은 행복한 죽음을 맞고 나의 모든 추억도 저 모닥불 속으로 사라진다 혼란스럽던 시간 모두 불에 타버렸다 하지만 그을린 시간의 유령들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영원한 아름다움은, 다시 너에게로 돌아간다 Burning Leaves in Spring by Christopher Morley When withered leaves are lost in flame Their eddying ghosts, a thin blue haze, Blow through the thic.. 2022. 12. 21.
조병교 . 이 좋은 봄날에 7 조병교 . 이 좋은 봄날에 7 잔바람에 흔들리는 이슬비는 질척이며 벚꽃 이파리와 벗이 되어 허공을 삼키는데 따사로이 꽃눈 맞으며 봄 거리를 거닐고 있네 오동잎 사이로 뭇별이 더덩실 발디뎌오면 달빛은 허공 아래 펄럭이며 자취를 흘려놓고 풀 섶에 돋아나던 이슬은 단꿈을 적시네 수 백 년 후까지 좋은 밤이 줄지어 열리면 구름머리 밟고 가는 보름달이 때때로 돋아 허공을 마치 제집인양 들락거리려나 머리 위에 가만가만 떠도는 철새 한 무리도 술렁이는 바람을 타고 귀향을 헤아리는데 오늘따라 하현달이 늦게 돋아 잠 못 이루네 편집등록 . 신유라 제목 2022. 12. 20.
日記 (자이니치. 在日韓國人) 자이니치. 在日韓國人 趙司翼 심장에 비수를 꽂는 아픔보다 더 한 고통의 4반 세기, 존재에 대한 갈등의 눈 떴을 때 조상을 원망하며 울어야 했던 세월 정체성 혼란으로 칠흑 같은 터널에 갇혀 있을 때에도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어도 아름다운 꿈이 있기에 이방인이라고 외면당하고 더러운 비아냥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훗날 아름다운 꿈이 있기에, 참지 못할 고통이 어깨를 짓누를 때면 익숙하지 못한 선술집에서 술잔을 비우며, 잠시 일탈로 상처투성이인 자아를 달래며 꿈을 키웠었는데 자이니치는 비 내리는 ‘사이타마현 요리 이 마치’ 하늘을 보며 한숨만 내 쉰다. 인격은 실종되고 배타가 우글거리는 열도에서 집단 따돌림과 비아냥이 너절 부레 한 일본에서 배회하는 자이니치 눈물이 슬프다. 계절 색을 보지 못하고 바람소리 .. 2022. 12. 20.
어메이징 그레이스 (첼로)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2022. 12. 19.
오장환 . 석양(夕陽) 오장환 . 석양(夕陽) 보리밭 고랑에 드러누워 솟치는 종다리며 떠가는 구름장이며 울면서 치어다보았노라. 양지짝의 묘지는 사랑보다 따스하구나 쓸쓸한 대낮에 달이나 뜨려므나 죄그만 도회의 생철 지붕에…… 2022. 12. 19.
월리엄 워즈워드 . 수선화 수선화 . 월리엄 워즈워드 높은 골짜기와 언덕을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던 나는 무리 지어 피어있는 황금빛 수선화를 보았네 호숫가 나무 그늘 아래서 산들산들 무리 지어 하늘거리며 춤추는 것을 빛나는 은하수 반짝이는 별처럼 줄지어 핀 수선화들, 호숫가 가장자리에 무리 지어 핀 만송이 수선화 꽃 멋진 춤사위로 꽃송이가 흔들린다 그 곁 호수의 물결도 춤을 추지만 반짝이는 물결인들 꽃들만하리요 이토록 유쾌한 무리를 보며 흥겨움만 더해지는 나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고 쳐다볼 뿐 진정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다 업치락 뒤치락 소파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시름에 잠겨있을 때 마음속에서 번뜩임을 느끼나니 그게 고독이 가져다준 행복이었음을 비로소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춘다 Daffodils by Wi.. 2022. 12. 18.
에밀리 디킨슨 . 하늘 낮게 흐르는 구름은 The Sky is Low, The Clouds Are Mean (Emily Dickinson) The sky is low, the clouds are mean, A travelling flake of snow Across a barn or through a rut Debates if it will go. A narrow wind complains all day How some one treated him; Nature, like us, is sometimes caught Without her diadem. 하늘 낮게 흐르는 구름은 . 에밀리 디킨슨 낮은 하늘, 구름이 날아오른다 흩날리는 눈송이 허공과 허공 사이를 휘저으며 방향을 잃고 제자리를 맴돈다 온종일 회오리바람이 분다 누가 자연을 성나게 했는지,.. 2022. 12. 18.
눈 오는 날의 풍경 눈 오는 날의 풍경 趙司翼 이 잔인한 계절 허공을 흔들면서 순백의 별 쏟이지듯 날리는 눈꽃이 건초 무성한 가시덤불 마른 가지 위로 무수히도 소복소복 내리는데 지금 생각이 침묵보다 깊어있는 나, 이러한데 억새 울부짖는 피의 절규가 우두둑 우두둑 내 가슴을 파고 든다 펑펑펑 눈 내리는 호남선 철길 위로 열세 칸 완행열차는 기적을 뿌리며 내달리고 나의 먼 옛날 서울로 가던 유학길 오랜 추억이 푹푹 눈의 모습을 하고 되돌아오는 호남평야 기억의 들판을 어릴 때 그 모습으로 다시 걷고 싶다 하얗게 하얗게 송이송이 쌓일수록 수정처럼 맑아만지는 눈 나도 너처럼 깨끗한 마음이 되고 싶다 등록 (성우혁) . BGM - Andy Williams (Love Story) 제목 2022. 12. 17.
노천명 . 고향 노천명 . 고향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조밥이 맛있는 내 고향으로. 아이들 하눌타리 따는 길머 리엔 학림사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 등잔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굴레 산에 올라 무릇을 캐고 접중화 싱아 뻐꾹새 장구채 범부채 마 주재 기룩이 도라지 체니 곰방대 곰취 참두릅 홋잎 나물을 뜯는 소녀들은 말끝마다 꽈 소리를 찾고 개암 쌀을 까며 소녀들은 금방망이 은 방망이 놓고 간 도깨비 얘기를 즐겼다. 목사가 없는 교회당 회당지기 전도사가 강도상을 치며 설교하는 산골이 문득 그리워 아프리카에서 온 반마(斑馬)처럼 향수가 잠기는 날이 있다. 언제든 가리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메밀꽃이 하아얗게 피는 곳 나뭇짐에 함박꽃.. 2022. 12. 16.
로버트 프로스트 . 불과 얼음 로버트 프로스트 . 불과 얼음 어떤 사람은 세상이 불로 망할 것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얼음으로 망할 것이라고 합니다 내가 갖는 욕구를 말하자면 불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만약 또다시 멸망하게 된다면,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얼음으로 인한 파괴는 어떠할지도 알고 싶고 이 또한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었다고, 말하겠습니다 세상이 불이나 얼음으로 끝날 종말에 관한 시. "불과 얼음"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장 유명한 시 중 하나로 1920년 Harper's Magazine에 처음 실렸다. Robert Frost by Fire And Ice Some say the world will end in fire, Some say in ice. From what I've tasted of .. 2022. 12. 16.
인생.人生 ! 인생.人生 ! 趙司翼 고귀하고 소중한 인생도 흙으로, 바다로, 그 무덤에 묻히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삶의 끝없는 전장을 행동하기도 박찬 세상에서 숭고하게 빛나는 삶이면 된다 덧없는 인생! 즐거움이었다 해도, 슬픔이었다 할지라도, 결국엔 공허한 꿈에 불과한 편집등록 . 성우혁 BGM . 남택상(La Tristesse De Amour) 제목 2022. 12. 15.
헨리 반 다이크 . 시간은! 시간은! . 헨리 반 다이크 주니어 기다리는 자에게는 너무 느리고 두려워하는 자들에게는 너무 빠르고 슬퍼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길고 기뻐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짧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들 시간은 그렇지 않다 Time is! by Henry van DykeToo Slow for those who Wait,Too Swift for those who Fear,Too Long for those who Grieve,Too Short for those who Rejoice;But for those who Love, Time is not.'Time Is'는 'Henry van Dyke'의 가장 잘 알려진 시 중 하나이다1904 컬렉션에서 처음으로 출판되었으며1997년 다이애나 비의 장례식에서 낭독되었다Henry va.. 2022. 12. 15.
Silent NiSilent 유안진 . 눈 내리는 날의 일기 눈 내리는 창가에 서면 그리워집니다 다시금 저 순수와 정직의 꽃가루 가득히 쓰고 달려가 무릎 꿇고 싶습니다. 어느 낯선 거리에서라도 객쩍은 웃음으로 마주치기흫 눈 내리는 창가에 서면 더운 눈물 데불고 찾아오는 이 간절한 그 누구 아직 있습니다. 밤마다 박쥐떼 푸득거리는 추억의 동굴 속 허깨비의 거미줄을 말끔히 걷어내고 등燈을 돋운다. 친구여 힘을 내자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힘찬 목소리 들창을 열고 보니 눈 속에 나무들 몰려와 섰다. 이 정결한 시간에는 너를 생각하며 인적 드문 길을 걷는다. 옷깃을 세워 입은 뒷모습을 대한 듯 둥구나무 높은 덩치가 우뚝 막아선다. 천지가 숨죽인 겨울날에 쏟아지는 눈발을 지켜본다 돌부리도 마른 그루터기도 눈 속 깊이 파묻힌다 그렇다 잊음도 아름.. 2022. 12. 14.
가을이 지금은 먼 길을 떠나려 하나니 가을이 지금은 먼 길을 떠나려 하나니 신석정 운모(雲母)처럼 투명한 바람에 이끌려 가을이 지금은 먼 길을 떠나려 하나니 푸른 하늘의 대낮을 흰 달이 소리 없이 오고가며 밤이면 물결에 스쳐나려가는 바둑돌처럼 흰구름 엷은 사이사이로 푸른 별이 흘러갑데다 남국의 노란 은행잎새들이 푸른 하늘을 순례한다 먼 길을 떠나기 비롯하면 산새의 노래 짙은 숲엔 밤알이 쌓인 잎새들을 조심히 밟고 묵은 산장 붉은 감이 조용히 석양 하늘을 바라볼 때 가마귀 맑은 소리 산을 넘어 들려옵데다 어머니 오늘은 고양이 졸음 조는 저 후원의 따뜻한 볕 아래서 흰 토끼의 눈동자같이 붉은 석류알을 쪼개어먹으며 그리고 내일은 들장미 붉은 저 숲길을 거닐며 가을이 남기는 이 현란한 풍경들을 이야기하지 않으렵니까 가을이 지금은 먼 길을 떠나려 하나니 2022. 12. 14.
세월을 무심히 보내고도 세월을 무심히 보내고도 趙司翼 그 억 년에도 몽블랑은 곁을 주지 않았다 감히 다가가서 몸부림할 수도 없고 절규만 끌어안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너 떠나던 순간을 아직도 나는 형언할 수가 없다 어느 막다른 곳에 다다를 때는 타협도 협상도 하지 말고 로프를 끊어내라고 그게 산꾼이라고 했던 말처럼 벼랑은 친구의 영원한 안식이 된 곳이다 최후의 결별에 임하던 너의 순간을 나 지금 하늘만 쳐다보면서 마지막 이야기가 생각날까 봐 잊었다고, 가슴을 해보건만 그래도 그래도 여러 흔적이 눈발처럼 날린다 빈 배일 줄 알았던 내 가슴엔 아직도 너와의 추억이 2017.12.24 편집등록 (성우혁) . BGM - Johnny Dorelli (L'immensità) 제목 2022. 12. 14.
구두 닦는 대통령 구두 닦는 대통령 . Abraham Lincoln 아브라함 링컨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그는 백악관 현관 앞에서 구두를 닦고 있었습니다. 비서가 이 광경을 보고는 너무나 미안하고 송구스러워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말했습니다. "각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떻게 된 일이라니?" "대통령의 귀하신 몸으로 구두를 닦으시다니요 이게 말이 됩니까?" 링컨 대통령은 허리를 펴고 일어나시면서, "제임스 군, 자기 구두를 자기 손으로 닦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 어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하고 말했습니다. "그런 것이 아니오라, 구두를 닦는 일을 천한 일이온데 각하께서 손수 구두를 닦으시는 것은 황송한 일이옵니다."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야. 대통령도 구두닦이도 다같이 세상을 위해서 .. 2022. 12. 13.
홀로 외로웠던 밤 홀로 외로웠던 밤 趙司翼 오늘도 이방인 된 마음이 사뭇 서러워 온다 쓰다만 원고지처럼 의미 없는 시간이 달빛 헐렁한 그물코를 뚫고 수만 별 우수수 낫알처럼 쏟아지는 센강 뒷동산에서 몸을 비비며 강 풀 우는 동안이 사랑에 목 마른 늙은 여자의 아우성 같다가도 외로움 쥐어짜는 홀아비 뜨거운 숨결 같기도 한 내 영혼의 몸부림을 보면서 이 존재가 지극히 하염없음을 알았을 적에 앓았던 몸부림을 지우고 라일락 꽃이 핀 푸른 오월을 캔버스에 그려 넣어봐도 처절했던 밤 통곡했던 이야기뿐으로 오랜 시간을 눈물 쏟으며 외로워했다 편집등록(성우혁) BGM - Tombe La Neige 제목 2022. 12. 12.
日記 (吾耳島에서) 와서 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 바다, 바닷가가 아니다 텅 빈 하늘엔 갈매기도 없고 비랜내 들어 찬 갯내음도 없다 고깃배 낡은 모습들만이 쓸쓸할 뿐 검은 모습을 하고 말라 가는 갯벌에는 흔하게 놀던 바다 생물의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공터에서 몇몇 조개 구이 포장마차는 그대로인데 몇 해 전 몹시도 바람 불고 싸락 눈 날리던 날 석쇠 가득 조개를 얹어주시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잔돈 몇백 원 챙기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는데 「평생 젊어 있을 줄 알아! 늙으면 돈도 떠나는 거여…….,」 하시며 주차장까지 오셔서 기꺼이 잔돈 쥐어 주시던 할머니네 포장마차 “태숙이네 조개구이집”은 개발에 밀려 사라 진지 오래인 듯 흔적도 없다. 방조제 돌 틈 사이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가 사사로웠기에 되려 외로움을 노래 하던.. 2022. 12. 11.
미사리의 밤 미사리의 밤 趙司翼 남한강 저녁 공기가 물결처럼 흐르고 튕기는 통기타 소리 조용한 카페에서 손을 잡고 얼굴 맞댄 젊은 청춘들이 부럽다 깜깜이 먼 하늘 창문 밖엔 별 몇 개가 스멀스멀 월계수에 걸려 있고 어둠 활짝 열린 강변 들녘에서 살아 있는 계절에 내가 사는 것처럼 남겨진 옛 추억을 사색하기가 이를 데 없이 고요한 이러한 밤에 지난 청춘 어느 한 세월이 뜬금없이 다시 돌아와 술 취한 내 모습을 울게 할지라도 그 눈물이 지닌 뜻을 알려하지 않겠다 어떤 식으로든 상응하는 답을 줄 수가 없어서, 에메랄드색 투명한 이러한 밤에 북쪽 하늘 일곱 별자리도 침묵하는데 편집등록 (정민재) . BGM- 이연실(노을) 제목 2022. 12. 11.
이용악 . 그리움 이용악 . 그리움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 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 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2022. 12. 10.
들 꽃의 말 들 꽃의 말 趙司翼 그대! 나의 작은 꽃을 꺾어가세요 밟히고 채여 관심 없는 시선에 묻히느니 그대 화병서 말라 서런 슬픔이어도 물 냄새 향긋이 좋았다고 단 하루일 때도 내 선택 옳았다 말할 겁니다 떠가는 구름이 부럽기로서니 나의 타고난 운명이 바람의 노예라서 애가 탄들 들에 핀 게 죄일지라도 마지막 말라죽은 모습조차 바람에 날려 사라진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슬픔일 것 같고 작은 꽃 병서 하루라 해도 그대 시선 속에 머물고 싶다 하여, 나의 작은 꽃을 꺾어가세요 등록(성우혁) BGM- 꽃이피는날에는 제목 2022. 12. 10.
부소산 고란사 扶蘇山 高蘭寺 . 부소산 고란사 趙司翼 성터처럼 쌓인 연화 문양 초석 위에 천년 세월 고란사는 홀연하기를 비롯하였다 오랜 전설인 듯 그리 되어버린 별빛 푸르게 쏟아지는 부소산의 밤을 나는 보면서, 낙화암을 떠도는 삼천궁녀 피맺힌 통곡의 눈물 들리 듯 쪽빛 모습을 하고 달 뜬 하늘 고란사 역사 이야기들이 빗장처럼 쌓인 밤 퇴색된 수묵화 풍경이라 한들 나무랄 데가 없는 고요한 밤에 고란사를 태명(胎名)한 고란초가 숭어 떼 비닐진 것 양, 제 모습을 하고 적막한데 백마강 굽이굽이 물줄기 흐르듯 또 어느 만년을, 고란사는 나도 너처럼 너의 모습이 되고 싶다 편집등록.성우혁 BGM-꿈꾸는 백마강 제목 2022. 12. 9.
그 때 그 시절 (겨울 초대장) 신달자 . 겨울 초대장 당신을 초대한다 오늘은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 이런 겨울 아침에 나는 물을 끓인다 당신을 위해서 어둠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내 힘이 비록 약하여 거듭 절망했지만 언젠가 어둠은 거두어지게 된다 밝고 빛나는 음악이 있는 곳에 당신을 초대한다 가장 안락한 의자와 따뜻한 차와 그리고 음악과 내가 있다 바로 당신은 다시 나아기를 바라며 어둠을 이기고 나온 나를 맨살로 품으리라 지금은 아침 눈이 내릴 것 같은 이 겨울 아침에 나는 초인종 소리를 듣는다 눈이 내린다 눈송이는 큰 벚꽃 잎처럼 춤추며 내린다 내 뜰 안에 가득히, 당신과 나 사이에 가득히 온 누리에 가득히 나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 그리고 새롭게 창을 연다 함박눈이 내리는 식탁 위에 2022.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