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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익는 마을은 어디나 내 고향 유안진 . 감 익는 마을은 어디나 내 고향 섶 다리로 냇물을 건너야 했던 마을 산모롱이를 돌고 돌아가야 했던 동네 까닭없이 눈시울 먼저 붉어지게 하는 아잇적 큰 세상이 고향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의 희망도 익고 익어 가느라고 감 따는 아이들 목소리도 옥타브가 높아가고 장마 끝 무너지다 남은 토담 위에 걸터앉은 몸 무거운 호박덩이 보름달보다 밝은 박덩이가 뒹구는 방앗간 지붕에는 빨간 고추밭 어느 것 하나라도 피붙이가 아닐 수 없는 것들 열린 채 닫힌 적 없는 사립을 들어서면 처마 밑에 헛기침 사이사이 놋쇠 재터리가 울고 안마당 가득히 말라 가는 곶감 내음새 달디 단 어머니의 내음새에 고향은 비로소 콧잔등 매워오는 아리고 쓰린 이름 사라져가는 것은 모두가 추억이 되고 허물어져 가는 것은 모두가 눈물겨울 것 .. 2022. 12. 9.
알렉산드르 푸쉬킨 . 나이팅게일과 장미 알렉산드르 푸쉬킨 . 나이팅게일과 장미 봄날 안개 낀 밤, 정원은 쥐 죽은 듯 고요합니다 장미 한 송이가 동양의 나이팅게일을 노래합니다. 불쌍히 도 이 매력적인 장미는 아무것도 못 느끼고 듣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사랑의 찬송가는 흐르는데 그저 조용하게 꾸벅꾸벅 졸기만 합니다 이렇듯 아름다운데, 추워서 노래를 못 듣는 건 아닌지? 정신 차리세요, 음유시인, 당신의 심장은 어디로 흐르는 건가요? 그녀는 시인의 영혼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합니다 당신은 그녀에게 꽃이 피는 중이라고, 전화를 합니다 하지만 대답이 없습니다 A Nightingale And A Rose . Alexander Pushkin In gardens’ muteness, in spring, in the nights’ mist, Over a rose.. 2022. 12. 8.
老年 人生! 먼저, 오늘 이 자리에서는 학술적인, 이론적인 언급은 생략합시다 우리 대화 속에 오고 가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도록 합시다 (Massachusetts State 은퇴자 클럽 강연에서) 우리 인생은 되돌릴 수 없는 단점을 안고 살아갑니다 단 1초도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며 우리 노년에 있어서 가장 자주 겪고 슬픈 일이 이별이며 만나고 헤어지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만남이란 행복하고, 기쁘고, 삶의 원동력이 되고, 웃고 하지만 헤어져야 하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을 거치면서 받아들이기 힘든 이별로 가슴 아프고, 슬프고, 눈물 흘리고 그 어떤 관계이건 간에 만남 뒤에는 이별이라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젊음과의 이별, 조직과의 이별, 직위와의 이별, 급여와의 이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2022. 12. 8.
남편의 이혼 선물 남편의 이혼 선물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부부는 늘 행복했지만 결혼 한지 십 년이 되도록 자식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의 집안에서 대를 이을 아이가 필요하다며 이혼을 강요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부는 이혼하고 싶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지혜로운 노인을 찾아갔습니다. 노인은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좋은 방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가족들의 이혼 요구가 더욱 극심하여지자 남편은 가족들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말하며 이혼 잔치를 부탁했습니다. 가족들은 서둘러 이혼 잔치를 계획하고 친지들 에게 알렸습니다. 마침내 잔치 날. 잔치 중에 남편이 친지들 앞에서 말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서로 사랑하지만 아이를 낳을 수가 없어서 이혼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가진 것 중에서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이혼 선물.. 2022. 12. 7.
기형도 . 봄날은 간다 기형도 . 봄날은 간다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열풍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 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 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 패 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 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 들어온 것들의 인사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 2022. 12. 7.
오늘도 가면의 무대는 오늘도 가면의 무대는趙司翼꽃 같은 세월 향기로운 봄인데도너희 포악한 앓음이 병인 줄 모르고 적시된 진실을 혀 끗 만큼도 말하는 것이 없구나기억하고 행동하는 것은 사무라이 유산뿐일 것이니어느 천년부터 처박힌 잔해로 욱일기, 피의 물결을 한 발버둥을 보면서어쩜 이리 그 긴 세월에도 변한 게 없다겉보기엔 인간이라 인간 된 마음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병실을 눈물짓는 촛불 하나처럼그릇된 영혼 애처로워 손 모으겠다만설마 아니 핏줄 속까지 그래서야 되겠느냐 어둔 밤을 별빛 찬란한데 눈곱만큼도 타협할 마음이 없어서나의 침묵하는 시간만 길어지고그 까닭으로 한마디 표현조차 잃어버리고자정을 태동하는 고요한 시간에열도의 처마 끝에 검은 리본을 내 건다   편집등록.성우혁      제목 2022. 12. 7.
그 밤, 다뉴브 강은 우울했다 나는 오늘 다뉴브 널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했다 당시는 필연코 복종하고 따르며 굴복을 비열로 먹고사는 폭풍우 난폭히 흐르는 강물이어야 행복했고, 잔잔히 소리 죽여 흐르는 강물결은 사상을 난도질당해야 행복했고, 민주 물결이 짓밟히고 걷어차이는 몇몇 거리의 행태는 정상이 비정상이며 분방한 진리를 틀어막는 무엇이든, 아무것도 정상은 아니었다 내가 지금 찬비 내리는 밤 마가렛서 세는 별을 누군가도 슬픔 눌러 참으며 나처럼 세었을 것이고 마르크스 사상에 물든 자들도 안개 자욱한 하늘서 별을 세며 낭만으로 사는 동안이 있었는지! 친구 기다리며, 이 또한 혼란을 살고 있는 나는 누구인지! 바에서 남겨 온 술을 마시고서야 70년대, 핏빛 흥건했던 다뉴브 강은 아무런 말 없이 흐른다 친구와 둘이서 베오그라드에.. 2022. 12. 7.
앤 플라톤 . 물망초 앤 플라톤 . 물망초 아침 안개 자욱한 시간이 오면 모든 꽃에 부드러운 태양이 빛날 테고 당신이 인자한 미소를 짓지 않을 때 모든 마음이 당신께 응답한다고 생각하세요 하나님 안에서 안식을 취하는 순간에도 날 잊지 말아요 황혼 녘 마지막 석양이 질 때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안개가 언덕으로 흐를 것이고 산을 오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평화를 노래부를 때에도 날 잊지 말아요 첫 번째 별이 찬란하게 빛날 때 둥근 밤을 외롭게 비출 것이고 밝은 달빛이 어둠을 밝힐 때 다양한 별빛도 빛나게 될 것이고 한낮 태양처럼 세상은 밝아지게 될 때에도 날 잊지 말아요 허공의 바람이 엄숙하게 일렁이면 생각도 깊어지고 마음도 깊어집니다 당신이 슬퍼하고 외로워하면 혼자라는 느낌 때문에 한숨을 쉬게 되고 우울함을.. 2022. 12. 6.
겨울 南大川 겨울 南大川 趙司翼 온갖 것들로 하여 눈처럼 쌓인 잔인한 물길 지어미가 그래 왔듯 영혼의 고향에서 상처 입은 가슴조차 살을 뜯어 피의 물결을 하고 대를 잇는 몸부림이 있고서야 연어들은 지천 상류 자갈 밭서 한 생을 죽어갔다 줄무늬처럼 굴곡진 모랫길 오래된 시간은 찬물 결로 흐르는데 옛일이 되어가는 처절했던 세월도 빛바랜 참빚처럼 뼈의 모습을 하고 희끗희끗 영혼이 되어 남대천을 떠다닌다 이 어둠 속을 겨울 깊어 가는 밤 혹한의 물소리에 내 가슴도 울컥한데 밤하늘로 달이 휘영청 밝아오는 것은 나의 애끓는 마음을 진정하고부터이다 가슴이 시리도록 찬 밤을 눈은 날리는데 남대천은 물결만 소리 없이 오고 가고 편집등록 . 성우혁 BGM-남택상(Orphelin) 제목 2022. 12. 5.
이해인 . 12월의 엽서 이해인 . 12월의 엽서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해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뛰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흘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어늘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 2022. 12. 5.
日記 (조선인 윤씨와 和田貞夫씨) 궁핍하기 이를 데 없는 초라한 방파제를 지나가다 어부의 물질 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스치듯, 찰나에서 노인을 보며 '인간이 저토록 고단하게 늙을 수도 있구나' 방해가 될까 싶어 망설이다가 열서너 걸음 하면서 다가갔다 ' 안녕하세요' 한마디에 귀찮아하는 내색은커녕 눈물 글썽이며 내 손을 꼭 잡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는데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 윤 씨였다 1942년, 징용당한 지, 반년이 지날 즈음부터 탄광 화약 열기에 눈물은 말라버리고 부모 형제 그리운 밤이면 목 놓아 울고 싶어도 울음마저 잊어버렸단다 내가 아니었으면 그 누구와 병이 된 마음 털어내셨을지! 내가 끼어들 틈도 없이....... " 지난달엔 상주가 고향인 정 씨가 향수병에 시름 거리다 하늘로 떠났고 엊그저께 목포가 고향.. 2022. 12. 4.
신경림 . 눈 온 아침 신경림 . 눈 온 아침 잘 잤느냐고 오늘따라 눈발이 차다고 이 겨울을 어찌 나려느냐고 내년에도 또 꽃을 피울 거냐고 늙은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끼리 버려진 사람들은 버려진 사람들끼리 기침을 하면서 눈을 털면서 Good morning Today of all days, the flurries are cold How are you going to stand this winter Will you bloom again next year The old trees say this to the old trees the forsaken people say this to the forsaken people coughing and shaking off the snow 번역(조사익) . 편집등록(성우혁) 제목 2022. 12. 4.
파블로 네루다 . 詩 파블로 네루다 . 詩 세상에, 이 나이에 詩가 도착하다니 그것도 하필 나한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모르긴 해도 겨울 어느 날 강에서 왔는지 무슨 재주로 왔는지 모르겠어 내 느낌으론 그들 목소리도 아니고 그들은 아니었어 말도 없이 조용하기만, 하지만 어느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였지 깊은 밤 나뭇가지인 것 같기도 하고 별난 목소리는 아닌데 혹시 화마로 요동치는 불길 속에서 왔는지도 나 혼자 돌아오는데 숨어서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툭 하고 나를 건드리며 당혹케 하더군 내 입으로 뭐라고 해야 할지도 어안이 벙벙했고 달리 방법도 없는 데다가 순간 앞이 캄캄한 상태에서, 그런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번쩍였어 단박에 나만의 방식을 생각해 냈지, 불에 탄 상처를 해독한 후 이내 나는 고독에 삐지고 말았지 무엇.. 2022. 12. 4.
리버티 섬을 흐르는 강 리버티 섬을 흐르는 강 趙司翼 그 많게 여러 내력(來歷)을 한 도시의 불빛에도 아무 말 않고 뉴저지를 흐르는 강 어디 한 번만이라도 나는 너처럼 별이 빛나는 눈동자를 간직하지 못했다 오히려 밀려드는 색다른 것들로 하여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흐르고 마른 침묵이 너무 깊어 쿨컥쿨컥 나는 누구에다 대고 허전한 마음을 좀처럼 야기할 데가 없다 쿠르즈 선 마지막 배 떠나는 항구 물에 똔 자유의 여신상도 애연(藹然)이, 물결 속에 아무 말이 없고 재즈 바에서 술잔을 마주 하고도 허전한 마음 야기할 데가 없어서 우두커니 버려진 모습으로 홀로인 것은 강의 모습일 수가 없는 까닭으로 편집등록(성우혁) . BGM - PattiPage(TennesseeWaltz) 제목 2022. 12. 3.
어느 사형수 이야기 어느 사형수 이야기 감옥 안 어느 사형수가 어린 딸의 손목을 꼭 쥐고 울었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너를 혼자 이 세상에 남겨두고 내가 어떻게 죽는단 말이냐" "아빠~... 아빠~..." 마지막 면회시간이 다 되어 간수들에게 떠밀려 나가면서 울부짖는 소녀의 목소리가 한없이 애처로워 간수들의 가슴을 에어냈다. 소녀의 아버지는 다음날 아침 새벽 종소리가 울리면 그것을 신호로 하여 교수형을 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소녀는 그날 저녁에 종지기 노인을 찾아갔다. "할아버지 내일 아침 새벽종을 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종을 치시면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말아요." "할아버지 제발 우리 아버지를 살려주세요. 네?" 소녀는 할아버지에게 매달려 슬피 울었다. "얘야 나도 어쩔 수가 없구나... 만약 내가 종을 안 치면 .. 2022. 12. 2.
지혜로운 삶 지혜로운 삶 소리가 요란하면 진실을 듣지 못합니다 고요하고 차분함 속에 진실이 있기 때문이며 진실을 말하고자 하면 남의 말을 먼저 들어야 하고 둔하고 무지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들에게도 그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비교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허영심뿐이며 망상에 사로잡히거나 비통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비교 대상으로 하는 순간 당신보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있으며 당신보다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것일지라도 성취감을 즐기십시오 아무리 사소한 것도 챙기는 습관을 가져야 하며 그것은 변화하는 운명에서 당신만이 경험했던 진정한 소유물이기 때문입니다 세월의 조언을 친절하게 받아들이고 갑작스러운 불행에 당황하지 않으려거든 당신을 보호하기.. 2022. 12. 2.
混沌 홀로 견디며 混沌 홀로 견디며 趙司翼 지녔던 꿈같은 꽃이 피지 않아서 번잡한 도시 외로운 우울로 내 스스로를 웅크리고 깊이 묻어야 했다 대낮 느슨한 센강 모습도 인제는 싫고 삐죽 구두를 한 여자들 수다 소리에도 나의 처한 여건이 흥겹지가 않아 얼룩진 바람 설레는 강변에서 고향 그리워서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 온다 플라타너스 샹젤리제 길 떠다니며 푸른 꿈이 연기처럼 모습을 하고 구름으로 떠도는 몽마르트르에서 피에로 가면극을 해서라도 미쳐야만 했고 누군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날 불러 줄 사람 있을까 싶어 인사말 한마디 가슴에 품고 콩코드 광장 '에뚜알'서 무수히 방황했다 편집등록(성우혁) BGM- Salvatore Adamo (Tombe La Neige) 제목 2022. 12. 1.
영혼이 피눈물일 때에도 영혼이 피눈물일 때에도 趙司翼 거리를 떠돌며 노천카페에 그림을 팔기로서니 내 처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고 그 많던 꿈도 부평초 신세여서 눈물 흘리면서도 본 뜻을 외면해야 했다 이러한, 이렇게 초라한 모습이 지폐 몇 장 받아 쥐고 영혼의 뜨건 눈물 지며 헛되이 몸만 덧없는 시간에도 타고난 재주라고, 믿음이었기에 어느 한순간도 게을리 한 적 없었다 작은 햇살만 보는 쪽방에서 허허벌판처럼 텅 빈 캔버스만 나뒹굴 때에도 진실된 맘 굳게 믿고 내 어린 시절 과거를 그리다 보면 가난한 붓질에서도 우울한 걸작이 위로를 노래 불렀다 편집등록(성우혁) . BGM-Art Sullivan (Mourir ou vivre) 제목 2022. 11. 30.
산마리노의 밤 산마리노의 밤 san marino night 趙司翼 '아펜니노' 밤 깊은 산 별의 강을 건너 빛이 꿈틀대는 바다 '아드리아해'로 가자 검은 구름 사이 달 한 조각에 메마른 내 영혼이 외롭게 깃들였나니 저 은은한 '몬테 티타노' 물결 지는 도시 불빛을 우주의 바다에 띄워 푸르게 노를 젓자 명멸하는 별빛이 창가에 내린다 끊일 듯 잘게 떨며 흐느끼는 영혼 슬픈 울음아 나의 눈물로도 어찌할 수가 없다 깊은 밤 은하의 강을 건너 바다로 가자 별 하나 유성으로 또 죽어간다 고독이라는 불가피성 알기 위해서라도 저기, 우주의 바다로 내 인생을 띄워 이별로 못내 아픈 가슴 토닥이고 싶다 편집등록.정민재 BGM- Paul Mauriat (Love Is Blue) 제목 2022. 11. 29.
존던 . 누구를 향한 종소리인가 존던 . 누구를 향한 종소리인가 어디든 그 자체로 완벽한 섬은 없다 대륙의 한 조각에 불과한 인간은 대양의 부속물이며 만일 땅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떨어지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질 것이며, 사구(沙丘)가 생성되어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지금 당신 살고 있는 집이 친구의 집이 된다고 한들 이상할 게 없다 모르는 사람이 죽는다 해도 나는 슬플 것이다 왜냐하면 나도 인류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인지 알려하지도 말고 누굴 보내 확인하지도 말라 그 종소리는 그대들을 향해 울리는 종소리이니 For Whom the Bell Tolls by John Donne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ach is a piece of the continen.. 2022. 11. 29.
낙산사 . 洛山寺 낙산사 . 洛山寺 趙司翼 불타고 상처에도 의연한 천년고찰 불공하는 정좌(正坐)의 모습에서 소원 비는 이들 마음이 내 마음 같고 묵언이고, 침묵 속에 어느 고승 윤회를 마중하는 낮 달이 떴다 탱화 속 그림을 하고 해무가 흐르는 오랜 세월 그 많은 이야기들이 내면 깊숙이 여러 사연으로 가득해도 주지승 목탁 소리는 묵묵할 뿐 어느 천 년을 또 세월로 울림 할까 절벽 아래 동해 바다도 푸른 물결 파도 흩어지듯 여러 소원 빌던 마음 모두 떠난 하늘 먼 석양으로 하루가 지고 긴 침묵도 법문이라 했다 외롭긴 해도 이러한 나의 마음도 편집등록.성우혁 BGM - 보석시 제목 2022. 11. 29.
내가 널 그리워하듯 내가 널 그리워하듯 趙司翼 길을 가다 생각이 나서 돌아 보면 거리의 온갖 수다 속에 홀로 모습을 한 내 그림자뿐 찻집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보다 더 외로워오는 너도 나처럼 이런 모습일 때가 있는지! 쏟아지는 소낙 줄기 속에서도 예전 추억이 아른아른 모습을 하고 그 외롭던 순간순간이 매듭에 묶여 가슴 아프게 너만 그리워하는 인생 살이었다 잊었다고, 모두 잊었다고! 내 자신을 속이려 하면 할수록 그럴 때마다 달려드는 그리움은 쌓여만 가고 내가 지닌 단 한올만큼 만이라도 긴긴밤을 너도 홀로 그러했던 때가 있었는지! 그러면서도, 이러한 내 모습이 견딜 수 없이 비굴하다 세월의 나뭇가지도 가을이 지고 겨울로 피는데 이제라도 이런 맘 나도 지녀야겠다 내 영혼의 안과 밖을 어릴 때 별을 찾는 마음으로 깊게 깊게 푸르른.. 2022. 11. 28.
林文子 . 자연에 관한 시 자연에 관한 시 . 林文子(하야시 후미코) 스릴 넘치는 이 모든 것들을 보라 천둥이 치거나 거대한 나무를 올려다보거나 자연을 경험한다는 것은 경외감 그 자체이다 이파리가 지닌 오묘한 구성 단 하나에서도 사람들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거대한 폭포의 굉음이라든가 자연과의 시간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시간이다 다 알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는 것을 지구는 인간이 모두를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만 깨끗하게 유지할 의무를 부여받았다 자연의 모든 것이 발견된 상태대로 모든 사람은 지구의 일부를 가지고 있으며 자연의 모든 것과 헤아릴 수 없이 연관되어 있다 장엄하게 형성된 산맥, 으르렁거리는 폭포와, 무리를 이룬 꽃밭, 아니면 숲의 고요함, 자연은 자기 자신을 알 수 있게 하는 곳이며 가족과 돈독한 유대감을.. 2022. 11. 27.
기욤 아폴리네르 . 미라보 다리 기욤 아폴리네르 .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이 흐른다 오 나의 연인이여 나를 잊지 말아요 어찌 기쁨은 늘 괴로움으로 이어지는지! 밤마다 울리는 시계탑 종소리 가는 세월 속에서 나만 홀로이 우리 손을 꼭 잡고 얼굴을 마주하자 미라보 다리 아래서 꼬~옥 포옹을 하고 아쉬움 흐르는 센강에 시선을 묻는다 밤마다 울리는 시계탑 종소리 가는 세월 속에서 나만 홀로이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 사랑도 흘러간다 그 사랑마저 떠나는데 가난은 매 마찬가지로 더디기만 하고 희망은 왜 이리 들쑥날쑥한지 밤마다 울리는 시계탑 종소리 가는 세월 속에서 나만 홀로이 어제와 오늘,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구나 지난날은 추억으로 남고 떠난 사랑은 돌아오지도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이 흐른다 밤마다 울리는 시계탑 종소리 가는 세.. 2022.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