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버리다
마경덕
나는 중독자였다
끊을 수 있으면 끊어봐라, 사랑이 큰소리쳤다
네 이름에 걸려 번번이 넘어졌다
공인된 마약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문 앞을 서성이다 어두운 골목을 걸어나오면
목덜미로 빗물이 흘렀다
전봇대를 껴안고 소리치면
빗소리가 나를 지워버렸다
늘 있었고 어디에도 없는, 너를 만지다가
아득한 슬픔에 털썩, 무릎을 꿇기도 했다
밤새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데도 닿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너에게 감염된 그때, 스무 살이었고
한 묶음의 편지를 찢었고
버릴 데 없는 슬픔을 내 몸에 버리기도 하였다
마경덕 詩人
1954년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신발論) 당선으로 등단
2004년 문예진흥금 수혜
2005년 시집 (신발론) 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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