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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 望鄕 망향 望鄕 趙司翼 해는 저물고, 표정 없는 불빛 산만한데 침묵 속에 내 그림자를 밟고 서서 신음하듯 흔들리는 강바람에 오르세 미술관역 시계탑에 몸을 기대 봐도 밤물결만 흐를 뿐 센강도 말이 없고 끝없는 외로움을 어디에 대고 얘기할 데가 없다 비 개인 밤을 홀로 쓸쓸히 망향 깊어 몸을 떠는 일은 예사롭지 않고 거리를 떠도는 병든 몸이 될까 못내 두렵다 무리 지어 흔들리는 바람 역 광장을 말없이 기다려봐도 고향 가는 밤열차는 오지 않았다 1977.10.20 - Orsay Museum Station에서 제목 2023. 5. 29.
朗誦詩 . 노천명(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朗誦 . 이종환 A Nameless Woman by No Ch'onmyhong I wish to be a nameless woman way out on a small hillside. With gourd-vines on the roof of my cottage, pumpkins a.. 2023. 5. 28.
들장미 들장미趙司翼푸른 들녘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동안남쪽 마을 눈부시게 따뜻한 햇살 아래들장미 향기로운 계절이 다시 찾아왔으니애간장 지친 두려움 모두 지우고내가 슬펐던 기다림의 시간과 이별을 한다눈보라 속 길 잃은 아기사슴을 찾아 헤매듯비명으로 아팠던 기다림의 세월들장미 핀 푸른 언덕이 다시 돌아왔으니잠 못 들던 밤 나날이 얼룩진 외투를 벗고내가 울었던 눈물자국과 이별을 한다저기 욕망이 불 타오르는 열정을 보라홍조 짙은 머리 결을 풀어헤치고들장미 꽃밭 정원을 내게 보내왔으니바람길 햇살 흐드러진 꽃향기 속에내가 아팠던 모든 것들과 이별을 한다2023.05.27 - 千葉県 柏市에서 제목 2023. 5. 27.
또 다른 일출 또 다른 일출 趙司翼 나는 저 칠흑같이 어둡고 광활한 풍경 너머 플로리다의 서해안에서 해가 뜨는 것을 지켜보았다 수평선으로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태양을 향해 소리 질렀다 국적, 종교, 언어, 성별, 피부색, 나이에 상관없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이 마법 같은 순간을 태평양 밤바다를 떠오르는 태양이 선물해 준 것이었다 아름답게, 아름다운 세상을 생활 터전에서 보이지 않는 담을 두르고 편 가르기에 익숙한 줄 알았는데 고립감, 그 압박을 벗어던지고 하나 된 마음으로 지향점에 서는 순간 경계의 담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보는 저 일출처럼 하나 된 마음만 있다면 서로에게 월계관을 씌워 줄 수 있다는 것을, 마음만 열면 또 다른 일출로 다가오는 아름다운 세상, .. 2023. 5. 27.
바네사 그린우드 . 자연의 캔버스 바네사 그린우드 . 자연의 캔버스내가 붓으로 산과 황무지를 칠할 수 있다면언덕 비탈을 노랗게 칠하고 황금으로 덮을 것이다가는 바늘과 짙은 녹색 실을 가지고풍경 어우러지게 고사리 수를 놓아야겠다나는 작은 골짜기에 라벤더 보라색 카펫을 깔고숲의 가장자리를 라일락 꽃잎으로 장식하겠다바다처럼 양치류 조화롭게 색을 섞어나 자신 풍부한 손놀림으로 녹색 바다를 만들겠다 무성한 녹색 초원 듬성듬성 갈리진 모서리를데이지 꽃 환상적은 꽃밭으로 채우고순백의 도자기처럼 하늘빛 내린 습지에수련이 핀 연못과 달콤한 미나리아재비를 심을 것이다오렌지색, 빨간색, 노란색을 섞어 으깬푸른 초원에 야생 양귀비를 심고자연이 주는 끝없이 넓은 색색의 캔버스에나만의 풍부한 자연 정원을 만들어야겠다  ● 문학 동호회  (New York,lite.. 2023. 5. 26.
김남조 . 허망에 관하여 내 마음을 열 열쇠 꾸러미를 너에게 주마 어느 방 어느 서랍이나 금고도 원 하거든 열거라 그러하고 무엇이나 가져도 된다 가진 후 빈 그릇에 허공 부스러기쯤 담아 두려거든 그렇게 하여라 이 세상에선 누군가 주는 이 있고 누군가 받는 이도 있다 받아 산 내버리거나 서서히 시들게 놔두기도 한다 허망은 삶의 예삿일이며 이를테면 사람의 식량이다 나는 너를 허망의 짝으로 선택했다 너를 사랑한다. 제목 2023. 5. 25.
바이올린 선율 속에 바이올린 선율 속에비 개인 창문 밖을 조용히 서서황금빛 태양이 내리쬐기를 기다리고 있다캔버스 속 풍경처럼 안개 흐르는 정원은열병처럼 앓던 봄이 꺾이고로즈민트 차 한 잔처럼 그 무성한 풀내음 속에성숙한 여름 이야기가 몸을 비비는 동안열린 주방 문틈 사이로겨자색 니트를 걸친 아내의 손길 분주하게브런치 타임 빵 굽는 냄새가 구성지다샐러드 오렌즈 소스와 커피 향 희미해질 때까지앞마당 앵초가 핀 풀밭으로청록색 햇살 푸르러오기만을수국이 핀 베란다 의자에서 기다리는 동안열린 문에서 들려오는 소리,내가 착각했다햇살이 아니라  막내딸 바이올린 선율이었다 제목 2023. 5. 24.
천국에도 이런 밤 있다면 천국에도 이런 밤 있다면 趙司翼 가진 것이라곤 여백의 빛, 그 작은 희망마저 바람에 나부끼고 너 나 할 것 없이 자기 존재를 각인하느라 핏발 서린 섬광 눈빛들 아우성 속에 이데올로기 취조등처럼 달궈진 하루가 스위치를 끄고 마법에 걸린 불꽃같은 세상, 그 하늘아래 한밤중을 시리우스 날개를 타고 고요한 별이 오로라 군무 속에 우화를 쏟아낸다 자갈돌이 신발 밑창을 짓 누르듯 짓눌린 하루가 피 흘리는 저녁만 위에 내 지친 언어를 내려놓고서야 유전자 엉성한 충돌에서 비롯된 저세상 물음표들,? 자연의 소리, 천국의 진실된 언어를 듣는다 별아! 나도 너처럼 사는 날까지,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지친 햇살 아래 그늘이 되고 싶다 제목 2023. 5. 22.
찔레꽃이 내게로 오는 동안 찔레꽃이 내게로 오는 동안 趙司翼 깊은 밤 여관집 창문 밖을 희끗희끗 바람에 날리더니 새벽안개 걷힌 후에야 알게 된다 찔레나무 흰 꽃잎이 눈처럼 날리었다는 것을, 태백 가는 국도변 동해바다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파도의 거친 손짓으로 하여 어릴 때 첫사랑을 다시 그리워하는 슬픔으로 깨어난다 젖은 안갯속을 새벽이 내게로 오는 동안 그 추억은 현실의 근거지에서 멀어진 줄 알았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 하굣길에서 영희, 춘자, 봉순, 계춘, 명수, 미자와 가시가 찔러도 좋아라! 찔레순 꺾어 허기 채우던 그날 피 맺힌 슬픈 기억으로 새벽까지 악몽을 꿨다 남원 ~ 광주 간 국도 변에서 찔레꽃 한아름 손에 쥐고 하늘로 간 미자, 나는 어린아이였고 나약했어도 이 작은 가슴을 첫사랑으로 남아 잊지 못해 그리워하는 .. 2023. 5. 20.
누이와 이별하던 날 누이와 이별하던 날 趙司翼 기어이 나의 누이는 원래 고향으로 갔다 장례식 마루판 침상에 누워 흐르는 눈물 속에 떠 나고, 보내는 손길 훌쩍이는 자국 흥건히 흰 국화꽃마저 울음 우는 가물가물 장례식장 불빛 무심한데 슬픔처럼 우짖는 별무리 먼 곳 유난히 밝은 별 하나가 내 누이를 기다리는 별이었으면 좋겠다 누이 가는 길 행여 추울까 싶은, 저린 발 질퍽거린 줄도 모른 채 장례식 삼일 내내 봄을 기다렸는데 가슴에 내 누이 유골을 꼬옥 안고 송도의 사찰에 도착하고 나서야 보았다 애 태이 찾던 봄은 흰매화와 노랑 수선화 꽃무리를 동행하고 이미 납골당 앞마당에 와 있었다 머릿결 봄바람에 스치는 것이, 그랬던 것을 번역 낭송(프시케) . 영상제작(신유라) The day I parted with my sister Da.. 2023. 5. 19.
알렉산더 푸쉬킨 . 샘의 온천수 알렉산더 푸쉬킨 . 샘의 온천수 비참하게도 해안이 없어진 카스탈리아의 사막, 온천수가 솟던 샘 세 곳이 절단 났습니다 초 봄, 떠들썩하게 찾아온 봄 온천수가 솟고, 솟구치고 왁자지껄 했습니다 카스탈리아의 봄, 그 봄이 요동칠 때부터 알았어야 했는데 그 사막에서 온천수가 사라졌습니다 지난봄 찬기운이 감돌 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여태껏 누려온 달콤했던 나날들, 놀랐던 가슴도 조금은 진정이 됩니다 Three springs by alexander pushkin In the desert of the world, gloomy and without shores Three springs have mysteriously broken: of youth spring, a boisterous and rapid spring; I.. 2023. 5. 17.
백조의 호수 백조의 호수 趙司翼 발자취에서 인고의 세월이 피 흘리는 것을 보았다 결코 두려움을 무릅쓰지 않고서야, 그럼에도 새가 날듯 몸동작을 보면서 열병에 걸린 중환자 되어 심장은 터질 것 같고 무대 위를 발걸음이 차오를 때마다 오, 가슴이 멎을 듯한 경외심을 안긴다 마치 무중력을 활공하는 비행물체처럼 객석의 박수소리에 이끌려 울어버리고 싶은 눈동자는 애써 미소를 보이지만 멍든 영혼은 색조 짙은 양탄자를 감싸 안고 사후경직처럼 몸부림에서 추상적인 비명 소리를 들었다 오, 맙소사 내 창자가 울부짖는다 마법의 성처럼 반짝이는 무대는 발레리나의 창백한 얼굴이 보랏빛으로 녹아내리는데 객석 모든 얼굴도 환희의 시선은 고갈되고 백스테이지에서 울려오는 흐느낌! 고통의 지난날들이 뺨 가득 하염없이 흐른다 오, 나는 너를 슬픈 운.. 2023.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