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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마자라 델 발로 시칠리아 마자라 델 발로 . Sicily Mazara del Vallo 趙司翼 불빛 소음, 그 걷잡을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별밤은 오지 않았지만 새들 지저귀는 오렌지 밭 벌 나비 윙윙소리에 눈꺼풀 흔들면서 햇살 차오르는 발코니에서 보는 지중해 푸른 아침, 나는 그곳에 와 있다 변화에 밀려 고정된 경이(驚異)는 아니지만 집집마다 따뜻한 눈동자가 반딧불이, 불빛처럼 매달린 인정 넘치는 '마자라 델 발로'에 와 있다 대열을 바꿔가면서 구름 몇 개가 연무처럼 하늘 높이 흘러가고 옆집 젊은 엄마가 지중해 식 밀크티와 목가적(牧歌的) 아침을 놓고 간다 제목 2023. 6. 19.
새벽 바다, 죽변항 새벽 바다, 죽변항趙司翼먼바다 등대처럼 소망을 주문하는 시간동해바다 깊은 밤을 붉은 해가 떠오른다날개 퍼득이며 별나라를 떠돌고 싶은 마음 하나로뱃머리 붙잡고 출항을 목전에서새벽 부두엔 찬비가 내리고 한결같은 결심에도 비명만 내지를 뿐 거친 파도는 길을 내주지 않았다평소 경험으로 살아 가게 그냥 둔다면, 하는 간절하게 신음해 봐도삶의 나침판 위를 떠도는 영혼뿐으로이 광적이고 비인간적인 바다는항해하려는 정직마저 외면하고 만다태백산 계곡 물도 죽변항 푸른 바다와 몸을 섞는데  제목 2023. 6. 18.
김상옥 . 봉선화(鳳仙花) 봉선화(鳳仙花) 김상옥 비 오자 장독대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올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 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 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노나 제목 2023. 6. 18.
후지산. 富士山 후지산. 富士山 趙司翼 백 년 세월 주저앉은 삼나무가 마법처럼 틔운 가지 빗살 잎이 푸르게 차오르는 이 모두를 담아가기에는 내 가슴이 너무 작고 무릎까지 흠뻑 젖은 내 지친 일상을 침묵으로 잠재우는 후지산의 활기찬 위엄 춤추는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철새가 노을 저편으로 날아가는 동안 아직 작별을 고하지 않은 태양 구름 뒤에 숨어 꿈같은 그림자를 노래 부른다 저물어 가는 산허리 갈비뼈 윤곽이 황혼 속으로 미끄러지는 순간 나뭇가지 사이를 밀고 당기는 그림자 바위 벽이 한밤중처럼 부드럽다 제목 2023. 6. 17.
첫사랑 첫사랑 趙司翼 때로는 비 내리는 클래식 노천 바에서 운명교향곡이 연주되던 날또한 퐁네프 다리 난간을 기대 서서 머릿결 황금색 컬이 가냘프게 아름다웠던 이국 여자 세월로 잊힌 줄 알았는데내뱉는 담배연기 분산하는 달빛 멀리 그 오랜 사랑의 말이 비명을 내 지르고 잠 설친 백일몽(白日夢) 새벽세렝게티 징조처럼, 가슴 떨릴 때면안 하던 짓이 뚝뚝 눈물이 흐르고때때로 그녀가 깨어날 때마다호수 면에 진수된 안갯속을 눈물짓는다한때는 진실했던 사랑의 모습이른 새벽을 별빛처럼 가르랑거린다  제목 2023. 6. 15.
에밀리 제인 브론테 . 여름 밤의 달빛 여름 밤의 달빛 . 에밀리 제인 브론테 저기 달빛이, 여름밤 달빛이 온갖 달콤한 생각들을 호흡하며 자정 녘의 엄숙한 시간 속에서 차분하고 온화한 공간 모두가 고요하다 그러나 이 모두는 나무들의 배려이며 높은 곳 큰 나뭇가지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미치는 영향을 잠시 동안 느끼는 것이다 하늘의 보호 이래서 그리고 저 들판의 나무 그늘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누워있다 푸른 잔디와 이슬 맺힌 꽃들 그들의 머리 위에서 부드러운 손짓을 한다 Moonlight, Summer Moonlight by Emily Jane Brontë ’Tis moonlight, summer moonlight, All soft and still and fair; The solemn hour of midnight Breathes sweet .. 2023. 6. 15.
오늘 (新幹線鉄道周辺で) 오늘 (新幹線鉄道周辺で)趙司翼찔레꽃 희게 날리는 신칸센 철길 주변헛간처럼 잡동사니 얼기설기 얽힌 먼지막 아래정복자들 발 밑, 구겨진 종이짝 같은 심장들을 보면서알량한 정의에 걸려 넘어져 운동화 풀린 감정의 끈을 서둘러 묶었다밤을 기다리며 조용한 오후의 시간처럼행위와 말과 소원이 그것이라면 우리가 신의 심장에 도달할 때까지"함께 갑시다"라고 말 못 한,   오! 나의 부끄러운 연민뿐인 굴욕중독된 심리학을 펼치지도 못하고 꽉 쥔 채로손바닥에 누워있는 정의롭다고 생각했던 이것저것오늘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찢어 없애기로 했다늘어진 해 그늘은 도시를 질러 흐르고가로수는 노을에 물든 하늘과  마지막을 키스한다오늘도 자본 논리는 억눌린 자들 뿌리를 짜 먹고먹힌 자들, 겁에 질려 폭시 같은 비명의 시선으로어린 시절 자.. 2023. 6. 14.
趙司翼 . 인생은 모순이다 인생은 모순이다 趙司翼 자고 날 때마다 낯선 세상을 만난다 알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로 하여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어느 길로 가기에는 저울추에 얹혀 어리바리 차일피일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을 때 '살아 있다는 것은 죽는다는 것을', 이분(二分)의 논리, 그 모순에서 지극히 단순해지는 것이 인생이다 삶의 올바른 가치를 찾는 노력일 뿐 하루하루, 급기야 마주치고 마는 임계점을 넘어서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기도문이든, 소원이든, 애원이든 마법 같은 주문을 먹고 사는 게 인생이다 Life is a contradiction by David cho Every time I wake up I meet a strange world With more than you want to know Shall we.. 2023. 6. 13.
릴케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1903년 사관학교 학생이 작가가 될 것인지 아니면 '오스트리아-헝가리' 군에 입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것 같다면서 자신의 시 일부를 오스트리아 시인(릴케)에게 보내 가치 평가를 요청했고 릴케는 5년 동안 그에게 10통의 편지를 썼다 어린 소년은 낭만적이고 연약하고 몽환적이었다 말하자면 군사 기숙 학교에 서 엄격한 규율과 괴롭힘과 굴욕을 당하는 학교생활에서 쓴 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릴케의 장교 복무를 위해서 릴케 아버지가 보낸 바로 그 학교였으며 어린 소년으로 부터 받은 시는 랄케 자신이 경험했던 상황이기도 했기에 어떤 의미에서 어린 릴케 자신에게 편지를 쓰면서 마음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첫 번째 편지 - 내면을 들여다봄) 그대는 자신의 시가 좋은지를 묻고 있습니다 출판사에.. 2023. 6. 12.
비처럼 음악처럼 비처럼 음악처럼 趙司翼 판잣집 그늘진 마루판 참상에서 보게 되는 땅을 기는 개미들 그런 울음 마음 아프고 저 하늘이 내려다보기엔 폭풍 속을 나부끼는 나 또한 그런 몸짓에 불과함을, 그게 내가 사는 세상이니까 천상에서 지상으로, 순간 또 가슴으로, 작은 캔버스에 소네트를 노래 부르려 해도 어떤 책에서도 일러준 적 없고 정적 세계로 도망 다니고 있다는 것을, 그 모습 너무 멀리 와버린 지금이라도 무한한 사랑으로 운명의 영역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고 싶다 남택상.비애 2023. 6. 10.
나는 소녀를 두 번 죽였다 나는 소녀를 두 번 죽였다 趙司翼 몇 달에 걸쳐 그려낸 캔버스에서 코르크 따개 모양 갈래 머리 소녀의 슬픈 운명은 없었다 토담길 미로처럼 좁다란 골목에서 상처 난 팔 어루만지던 가난한 눈동자 흘러내리는 눈물이 황톳길처럼 먼지 자국을 하고 피가죽뿐인 우그린 육신은 핏기 한 방울 감돌지 않는 마치 접이식 나무 막대 의자, 그 모습인데 나는 왜 걸작을 꿈꾸며 밤낮 모르고 매달렸던 그 오랜 시간들 어젯밤 소리 없이 내린 비로 크림색 백합꽃 화사함이어도 타락과 익숙한 거래 로 하여 캔버스 속 소녀를 여인의 시선으로 미소 짓게 했던 진실을 외면해 버린 나는 소녀를 두 번 죽였다 2018년 1월 9일 -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만난 소녀 제목 2023. 6. 9.
슬픈 마음 되어 봐도 슬픈 마음 되어 봐도 趙司翼 또 하루가 낡은 청바지 주위를 주춤거리다가 지칠 줄 모르는 거리의 잡음 피해 가듯 오후 7시 방향, 황혼결에 몸을 묶고 호기(胡騎)에 찬 항구 멀리 사라지는 '후쿠오카 장자다케 미나미' 형무소길 낯선 밤을 별 먼 하늘이 오르락내리락 파편처럼 그늘에 가려 고향 집 하늘에 뜬 달의 손짓에도 응답하지 못했다 내가 떠도는 형무소 길 어딘가 광복을 목전에서 별이 된 슬픈 영혼 그 원통을 단 한 번도 고려하지 못했다 동주, 그가 떠나던 이월 열엿새, 밤 깊은 항구에서 눈동자를 가르고 내 눈물은 어디로 가느냐 후쿠오카 형무소 담을 기대고 가끔씩 손을 모아도 통찰 없는 침묵은 무의식 속 짓거리 행위일 뿐으로 2015.02.16 - 후쿠오카에서 동주는 죽는 순간에도 정의로운 이름 대신 강압에.. 2023.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