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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부르스 항구의 부르스 趙司翼 고깃배 지친 얼굴로 드나드는 남쪽 항구 나가사키 그 바다에는 기억에만 존재하는 친구가 있다 우리 이별하던 그날처럼 열도의 하늘 아래 인적 끊긴 바다는 파도를 뒤적이고 죽도록 미워했던 텅 빈 바다엔 아직도 우리 우정이 물결 지는데 친구가 두고 간 세월 빈 여백 안으로 못내 슬픈 울음이 되어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추억 야위어가는 선착장 술집에서 '항구의 블루스' 슬픈 노래가 헤일 수 없는 그리움을 논물로 쏟는 밤 비 내리는 항구를 뒤로 하고 돌아서는 길 등대뿐인 어둠이 못견디게 슬퍼서 걸음을 멈추고 끝내 울음이 된다 BGM - 西田佐知子 (港町ブルース) 西田佐知子 (港町ブルース) 2023. 5. 3.
피해자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What hurts the victim most is not the cruelty of the oppressor, but the silence of the bystander. 피해자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가해자의 잔인함이 아니라 방관자의 침묵이다. 제목 2023. 5. 2.
노천명 .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진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짓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제목 2023. 5. 2.
재일교포 재일교포 趙司翼 오늘도 열린 문틈으로 담배연기가 타 오른다 밤마다 창밖 어두운 심연을 담배로 태우며 유혈의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공허한 외침에 불과한 피맺힌 절규를 밤마다, 그래서 누가 들어도 도시 까마귀 슬픔 같은 통곡을 목놓아 운다 조선의 광부로 끌려 와서 핍박 속에 살아온 세월 절망을 낭만으로 살다 간 아버지가 못내 그리울 때면 부풀어 오른 견딜 수 없는 증오 때문이라 했다 봄이면 길 건너 이웃집 마당에 붉게 핀 튤립 화단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그곳엔 구십 년, 아버지 인생이 있기 때문이라 했다 습관적으로 그곳을 향해 숙이는 고개 꽃밭 멀리 떨어진 어두운 구석에서 그는 밤늦게까지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편집 등록 . 정민재 제목 2023. 5. 1.
헤르만헤세 . 야상곡 헤르만헤세. 야상곡 쇼팽의 야상곡이 흐르는 높은 창문 위로 별빛이 쏟아지고 당신의 고뇌에 찬 얼굴도 은은한 미소 속에 빛나고 있었다 조용한 은빛 달이 이토록 나를 감동시켰던 밤은 없었는데 나는 마음속으로 야상곡을 그리며 침묵 속에서 아련한 선율을 듣는다 빛 속으로 사라져 가는 조용한 침묵 속에 호수 위를 떠 있는 한쌍의 백조 머리 위를 별빛만이 쏟아진다 창가를 서성이는 당신 당신의 뻗은 손 가까이에는 은빛 달이 빛나면서 가녀린 목을 감싸고 있었다 Nocturne by Hermann Hesse Chopins Nocturne Es-dur. Der Bogen Des hohen Fensters stand voll Licht. Auch deinem ernsten Angesicht War eine Glorie an.. 2023. 4. 30.
시간이 안개처럼 쌓여도 시간이 안개처럼 쌓여도 趙司翼 지친 몸은 오늘도 시간의 빈 복도를 걷고 있다 중세시대 오렌지색 노을 속을 물안개는 목선을 타고 어디로 가는 걸까 '할슈타트' 오래된 숙소를 눈 감아도 몇 분 전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고 뒤 따르던 별 하나가 문설주를 기웃거리는데 내 기억이 말하지 않을 뿐 몇 해전 하늘로 간 목장지기 친구 별이었다 환상 가득 빛과 어둠을 풍경처럼 그리는 '애드몬트 수도원'의 밤 인질로 잡힌 기억은 새벽을 기다리며 동트는 순간에 이르렀을 때도 친구 생각을 가슴 깊이 움켜쥐고 탕 빈 시간을 홀로 눈물짓는 내 모습뿐이다 (2019.03.18) 편집 등록 . 정민재 BGM - Enrico Macias (Zingarella -Gina Lollobrigida) 제목 2023. 4. 29.
임화 . 자고 새면 임화 . 자고 새면자고 새면 이변((異變)을 꿈꾸면서나는 어느 날이나 무사하기를 바랐다.행복되려는 마음이 나를 여러 차례주검에서 구해준 은혜를 잊지 않지만행복도 즐거움도 무사한그날그날 가운데 찾아지지 아니할 때나의 생활은 꽃 진 장미 넝쿨이었다.푸른 잎을 즐기기엔 나의 나이가 너무 어리고마른 가지를 사랑 키엔 더구나 마음이 애 띄어그만 인젠 살려고무사하려던 생각이 믿기 어려워 한이 되어몸과 마음이 상할 자리를비워주는 운명이 애인처럼 그립다.  제목 2023. 4. 28.
인생열차, 그 짧은 여정에서 인생열차, 그 짧은 여정에서 趙司翼 언제부턴가 옆선에서 내 인생을 지켜보기만 했다 오늘도 태양과 경쟁하는 물리학은 천상을 뒤흔들면서 우주의 땅이 새롭게 탄생하고 또 다른 별을 찾고 화성의 길을 찾아가는데 나의 철학은 변한 세상을 놓고 살았다 시간의 평온한 모래 언덕을 베고 누워 밤의 외침만 울먹이는 원시적 자기주장 속에서 물결처럼 동심원 터널에 갇힌 세상에 취해 별똥별이 어두운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희망찬 붓칠 한 번 꿈꾼 적 없었다 푸른 바다 옆 작은 마을에 앉아서 거짓이 무기일 수 있어도 방패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어둠은 있어도 빛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엑소시즘, 푸닥거리를 해서라도 지식이 칼끝일 때는 피 흘리지 않는다는 것을, 편집 등록 . 성우혁 제목 2023. 4. 27.
엘리 위젤 . Elie Wiese 출생 : 1928년 9월 30일 사망 : 2016년 7월 2일 1986년 : 노벨 평화상 수상 Eliezer Wiesel은 루마니아 태생의 미국 소설가, 정치 운동가이며 헝가리계 유대인 혈통의 홀로 코스트 생존자였다 그는 40권이 넘는 책의 저자였으며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홀로코스트 동안의 경험과 여러 강제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당시 자신의 감옥에서의 경험을 회고록으로 남긴 'Night'이다 Wiesel은 1986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으며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는 그를 "인류에게 보내는 메신저"라고 불렀는데 "히틀러의 죽음의 수용소"와 "평화를 위한 실천적 작업"을 통해 인류에게 "평화, 속죄, 인간 존엄성"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라고 하였다 (2012년 뉴욕 맨해튼 세미나에서 만난 인연으.. 2023. 4. 25.
김상옥 . 그 네 김상옥 . 그 네 멀리 바라보면 사라질 듯 다시 뵈고 휘날려 오가는양 한마리 호접처럼 앞뒤숲 푸른버들엔 꾀꼬리도 울어라 어룬님 기두릴까 가벼웁게 내려서서 포란잔 떼어물고 낭자 고쳐 찌른담에 오질앞 다시 여미며 가쁜 숨을 쉬도다 멀리 바라보면 사라질듯 다시 뵈고 휘-날려 오가는양 한마-리 호접처럼 앞뒤숲 푸른버들엔 꾀꼬리도 울어라 김상옥 (1920년) 김상옥(金相沃, 호는 초정 (草汀) 출생 : 1920년 3월 15일 사망 : 2004년 10월 31일 김상옥 경상남도 통영시 함남동에서 출생하였다. 1939년 시조(봉선화)를 문장지에 발표하면서 문단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41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낙엽)으로 등단하였다 2004년 10월 30일에 26일 사망한 부인의 유택을 보고온 후 쓰러저 10월 .. 2023. 4. 24.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나는?趙司翼NHK는 오늘도 자유의 대의를 파괴하는 불꽃으로 뒤엉킨 세상이야기를 활화산처럼 분출해 내고 지옥불 진홍빛 산마루에서 피의 만찬을 즐기는 지배자들의 무정한 세월뿐이다 저항은 악마의 그물망에 갇혀야 하고 자유는 악마의 제단에 받쳐야 하고 인간답지 못한 인간 세상에서 스스로 눈 감고 목을 조여야만이 무언의 외침이라도 할 수 있음이니!평화의 거짓 설교자들 피의 문을 열어젖히고 사악한 행위 끝없는 공포 속에 약탈당한 죽음은 어둠 속에 묻히고 억압받는 자유의 눈물이 분노한 내 마음을 울분으로 메아리친다2023.04.23 - 수단 내전 상황을 보며         편집 등록 . 정민재 제목 2023. 4. 24.
映像詩 . 정호승(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별들은 따뜻하다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 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The Stars are Warm . Chung Ho seung The sky has eyes. I don’t have to be afraid. When in dark, dark winter I walk on the snow-covered barley field and meet the night without dawn, the st.. 2023.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