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否定하리라 도쿄여! 否定하리라 도쿄여! 趙司翼 이 도시에서 온갖 멸시를 경험한 나는 끊어낼 수 없는 질긴 악연의 땅에서 줄지어 가는 여러 행렬의 깃발을 보며 애써 시선을 외면하지만 속절없는 분노는 기폭을 흔들고 표정 없는 얼굴 모두 응고된 조각에 지나지 않는 의젓한 체, 왜곡을 이어간다 한들 검은 양심을 푸른 별이 내려 보고 있다 굴절된 왜곡의 어지럼 속에 먼바다 지축이 흔들릴 때마다 너희 바다를 솟구치는 물결도 달래지 못하면서 국제 도시라고, 떠벌리며 외침이라니! 그 무슨 말씀 같지 않은 말씀을, 어디 나뿐이랴 세월의 책갈피가 역사를 기억하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편집등록 성우혁 BGM - 伍代夏子(忍ぶ雨) 제목 2022. 9. 27.
SNS친구들과 첫 만남 SNS에서 소통하던 친구들과의 첫 모임이 2121년 11월 28일, 코로나 시국이라서 가슴을 조이며 갖게 된 모임이었다 몇 날을 귀머거리라도 좋을, 침묵으로 살았다 아! 이놈의 코로나는 더욱 들끓고, 태양에 가렸지만 낮달은 왜 저리도 비정상적으로 밝게 보이는지 세상은 쓰린 소리들로 아우성인데 겨울 아침 눈을 뜨고 먼저 헤아림이란 달력을 체크하는 일이었다 11월 28일 모임 당일, 기상과 동시에 인터넷 검색으로 하루를 연다 겨울 답지 않게 날씨는 포근하고 코로나 감염자가 주춤하다 만나기로 한 하루가 타종처럼 울려 퍼지고 어제의 확진자는 몇 명이나 되는지? 눈송이처럼 떨어져 나가는 하루하루가 반가움 보더 떨리는 것은 위드 코로나 상황이라 고통을 삶으로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역행하는 것임을 알기에 고된 근심이 .. 2022. 9. 27.
베네토 베네치아 베네토 베네치아 . Veneto Venetian 광장에서 현을 켜는 첼리스트 구경꾼 모두 흥얼대며 놀짓들인데 토마소 알비노니 음악에 취해 나는 산마르코 광장에서 길을 잃었다 말라모코를 일렁인 잔물결이 토르첼로 항구에 닿을 때마다 물결 속절없음이 하도 슬퍼 나는 또 산마르코 광장에서 길을 잃었다 세인트 마크 종탑으로 석양이 하루를 감싸는 것이 지친 여행자 안식을 위한 이유라 해도 노을마저 운하에 잠기어가고 바닥난 감정은 뼛 속까지 가난한데 어둠에 잠기어 가는 잿빛 하늘 아래 광장 만상은 적멸한 듯 고요한 밤 먼발치 유람선엔 작은 등이 깜빡이고 뱃길엔 불빛들이 기엄기엄 물 위를 흐른다 편집등록 성우혁 BGM - kate purcell (slan abhaile) 제목 2022. 9. 26.
가끔은 부오나로티를 가끔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를 생각한다 건축가, 화가, 시인이라는 직업으로 89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온 인물 이탈리아 피렌체 근교 카프레제에서 출생한 그는 24세 때인 1499년에 성 베드로 상당의 피에타를 완성하지 않았던가 그러한 그 역시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은 있었다 1501년 다빈치와 공동으로 팔라초 베키오 대평의회 회의실 벽화에 소묘를 그렸으나 완성하지 못하였고 젊었을 때 사보나롤라의 사상과 피렌체 인문주의의 영향을 받은 탓에 1530년대 이후 신비주의적 경향을 더한 사상 편력의 흔적이 그의 詩를 통하여 엿볼 수 있다 그래서 그리웠고, 현생에서 함께할 수 없음이 얼마나 안타까웠던... 십수 년, 그의 흔적을 찾아 방황했던 시절을 생각한다 의도건 어니 건간에 상당기간 내가 유럽에 머물러야 했던 이유.. 2022. 9. 26.
우르스 프룽가름 목장에서 우르스 프룽가름 목장에서 At Ursprungalm Ranch 무참히 흔들린 문밖이 까닭 없는 울부짖음은 아니었다 산맥 둬 구비 돌며 오른 외진 골짝을 굵고 대여섯 된 통목을 엮어 얹힌 다리를 건네고서야 도착한 '우르스 프룽가름'의 평온한 목장 이지만 젖소들과 평생 기거해온 목장지기들이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나이 들어 산을 내려간 후로는 되돌아 오지 못하고 빈 목장으로 스러져 가는 슬픔이 수 곳인지를 알지 못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여행자로 밤 내내 옹골지게 휴식인 나를, 그게 눈꼴진 전나무 숲이 밤을 흔들며 울어댄 거였다 평생 산에 기거한 사람들, 지옥의 고통이었을지도 모를 늙은 목장지기들에겐 평생 꿈은 하나밖에 없었던 건지, 희망 품은들 모두 이 길이뿐이었고 뼛골 삭아도 견디며 늙은 후에야 목장과의 영.. 2022. 9. 25.
뱀사골 옥단 할매 뱀사골 옥단 할매 질풍노도로 익어가는 지리산 가을 놓칠세라 오스트리아에서 온 친구 둘과 함께 찾은 뱀사골 만만치 않은 오스트리아 가을인데, 뱀사골 계곡의 가을 풍경에 놀란 친구들 모습에서 덩달아 놀란 가슴 진정할 틈도 없이 민박집에 도착하였다 단풍 물결처럼 일렁이던 60년 전 어느 날 산꾼으로 살아온 박씨네 둘째 아들 34살 '성수' 총각한테 이거다 저거다 형편 챙기지 않고 김가네 넷째 딸 23살 '옥단' 처녀가 시집을 왔단다 산세 험악한 지리산 뱀사골에서 바위 벽처럼 고단함을 일터로 살아온 총각과 옥빛 고운 파도가 일렁이는 그 바닷가 삼천포에서 나고 자란 아가씨가 얼레리 꼴레리, 뱀사골에서 네 자녀 낳으며 함께한 지 60년 세월이 흘렀단다 성수 할아범과 옥단 할매네 앞마당에는 사루비아, 금잔화, 맨드라.. 2022. 9. 25.
벳푸, 오이타항구에서 벳푸, 오이타항구에서 趙司翼 정착하지 못해 떠돌던 지난 이야기며 구겨진 추억과 시선을 마주하고 외로운 벳푸 오이타 해안가 여관 집에서 갯내음 비릿한 술잔을 혼자 하면서 참치잡이 밤배가 출항 하는 뱃고동 소리 쓸쓸한 기억에도 없는 꽉 찬 외로움은 무엇인지! 다다미방 일본식 격자 문틈 새를 날름거리는 달그림자 더욱 짙게 드리워 오는 어지간하면 한없이 차분한 밤이건만 해안가 전깃줄은 윙윙거리고 술독처럼 끌어 오르는 어둠에 싸여 보이지 않는 것들과 투덜대는 나는 이 모든 것을 외로움이라 말한다 편집등록 성우혁 BGM - 岡千秋(花はあなたの肩にく) 제목 2022. 9. 25.
심순덕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낭송 이혜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2022. 9. 25.
박경리 . 가을 박경리 . 가을 방이 아무도 없는 사거리 같다 뭣이 이렇게 빠져나간 걸까 솜털같이 노니는 문살의 햇빛 조약돌 타고 흐르는 물소리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른다, 그러고 있다 세월 밖으로 내가 쫓겨난 걸까 창밖의 저만큼 보인다 칡넝쿨이 붕대같이 감아 올라간 나무 한 그루 같이 살자는 건지 숨통을 막자는 건지 사방에서 숭숭 바람이 스며든다 낙엽을 말아 올리는 스산한 거리 담뱃불 끄고 일어선 사내가 떠나간다 막바지의 몸부림인가 이별의 포한인가 생명은 생명을 먹어야 하는 원죄로 인한 결실이여 아아 가을은 풍요로우면서도 참혹한 계절이다 이별의 계절이다 편집등록 신유라 2022. 9. 25.
本田俊程 . 누군가의 어머니 本田俊程 .누군가의 어머니 그 여자는 늙고 헐벗은 잿빛으로 겨울날 추위 속 구부린 몸이 위태로워 보이고 최근 들어 내린 눈으로 거리는 젖어 있었다 여자의 걸음은 늙고 더디었다 그녀는 건널목에 서서 오랜 시간 머물렀다 홀로, 무관심한 군중들 틈에 끼어 있지만 무심하게 그녀를 지나쳐간 사람들 그녀의 불안한 눈빛에도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너무 늙어 잿빛으로 물든 여자를 지나쳐 가는 사람들 뿐 아무도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너무 온순하고, 소심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 나는 그녀 옆에 서서 낮게 속삭였다 "건너갈 수 있도록 도와줄게요" 그녀는 누군가의 어머니이다 어머니 생각에 하늘을 응시한다 여자들의 슬픈 운명을 생각하면서. Somebody’s Mother by Toshinori Honda .. 2022. 9. 24.
김현승 . 가을의 기도 김현승 . 가을의 기도 시낭송 . 이종환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편집등록 신유라 2022. 9. 24.
시인은 ? 시인은 모나리자(Mona Lisa)의 미소가 갖는 신비, 카라바조(Caravaggio)의 붓과 반 고흐(van gogh)의 그림, 시인은 모차르트(Mozart)의 소네트(sonnet)와 바흐(Bach)의 교향곡(symphony), 시인은 세익스피어(Shakespeare)의 비극과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의 가장 슬픈 시, 시인은 왈츠(waltz)의 행위자이며 발레, 백조의 호수이고 열정의 르네상스(Renaissance)이자 지난 세월이 누적된 삶의 잔재이며 도덕의 딜레마, 행위의 그림자, 죄의 옴브라이다 시인은 모든 일출의 환상이고 모든 일몰의 환상이며, 다변화된 현실에서 우화와 동화를 만들어내는 마술사이며 까다로울만큼 정교하고 위선적인 세상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으며 죽는 날까지 생각과 .. 2022.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