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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 꽃밭의 독백 서정주 . 꽃밭의 독백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 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어린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시낭송 . 최현숙 2022. 9. 18.
브래들리 샤빗 아트슨 . 나는 창녀에게 나는 창녀에게 기꺼이 내 마음을 팔았다 나는 하룻밤 인생을 눈물 흘리며 구애하는 창녀에게 팔았다 인생을 고민하며 어두웠던 시절, 이렇게 편안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나 이렇듯 누구든 간에 사랑은 시장에서 은밀한 상품이다 각기 매력을, 마법처럼 끌고 끌리면 남자와 여지는 가격 흥정이 맞아떨어질 때, 힘과 매력을 섞는다 도시의 밤거리는 웃음으로 가득했고, 나도 거리의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숫한 이유들이 거리의 사랑을 찾아 헤매는 것을 보았다 사랑을 팔고 사는 거리는 그 자체만 존재하는 곳은 아니었다 옛 연인을 잊지 못해서, 가출한 아내를 찾는 사람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딸을 찾는 아버지들, 허기진 사랑을 받아줄 여자를 찾아서, 순간의 쾌락을 즐기기 위해서, 여기 오기까지, 내가 생각했던.. 2022. 9. 18.
임화 . 자고 새면 임화 . 자고 새면 자고 새면 이변((異變)을 꿈꾸면서 나는 어느 날이나 무사하기를 바랐다. 행복되려는 마음이 나를 여러 차례 주검에서 구해준 은혜를 잊지 않지만 행복도 즐거움도 무사한 그날그날 가운데 찾아지지 아니할 때 나의 생활은 꽃 진 장미 넝쿨이었다. 푸른 잎을 즐기기엔 나의 나이가 너무 어리고 마른 가지를 사랑 키엔 더구나 마음이 애 띄어 그만 인젠 살려고 무사하려던 생각이 믿기 어려워 한이 되어 몸과 마음이 상할 자리를 비워주는 운명이 애인처럼 그립다. 편집등록 성우혁 2022. 9. 18.
1901년 . 노벨 문학상 수상자 190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 설리 프루돔(Sully Prudhomm) 출생: 1839년 3월 16일, 프랑스 파리 사망: 1907년 9월 7일, 프랑스 샤트네 수상 동기 고상한 이상주의, 예술적 완벽함, 그리고 마음과 지성의 자질의 드문 조합을 보여주는 그의 시적 구성에 대한 특별함을 인정 받았다 설리 프루돔은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안과 질환으로 인해 공학 공부를 중단하게 된 후 그는 잠시 동안 변호사로 생활했습니다. 그는 학생 때 이미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1865년에 데뷔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특히 1881년 프랑스 아카데미에 입회하면서 존경받는 시인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강이 악화되어 집에서 혼자 살았습니다. 1907년 파리 남부 교외에서 사망했습니다. 프뤼돔은 노벨상.. 2022. 9. 18.
옹진 덕적도의 밤 옹진 덕적도의 밤 趙司翼 사흘씩 이레씩 출항했던 배들이 항구로 온다 수고했다 쉬어라 모레 보자 잠시 그렇게, 이제부터 항구는 휴식이다 윤 칠월 눈썹달만 밤물결에 씻기 울뿐 모두 잠든 덕적도 선착장 해무 가물거리는 해안선 멀리 등대 깜박이는 서포 해변 불빛 따라 간혹씩 우는 어린 파도가 투정을 부리는 수면에 든 바다엔 그 물결만 일렁인다 제목 편집등록 신유라 2022. 9. 17.
신이 버린 땅 신이 버린 땅 지친 여행자의 고독을 잊기 위해 스페인산 와인을 마셨다 초저녁 달빛 아래 고갈된 의식마저 허물어지는 밤 낮이 머물고 간 대지는 혹독한 비명뿐 저승길보다 냉혹한 '흐비타 강' 계곡 따라 창백한 세상 보이지 않는 어둠 안에서 정적이 점령한 밤 살아 숨 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늙은 여우의 울음소리와 나의 고갈된 의식 여행자의 고독을 알고 있는 고뇌의 울음뿐일지도 모른다 마비된 감각은 턱밑까지 들이대는데 소멸된 내 청춘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간헐천 황산가스 시체 썩은 냄새로 자극되는 촉수에 그나마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헛것처럼 저승세계가 휘날리는 것을 보았고 끝끝내 오월의 남국을 꿈꾸며 광야에서 길을 잃었다 이내 얼어버리고 마는 눈물 방울 뺨을 스치고 강을 타고 흐르는 '굴포스' 전설이.. 2022. 9. 17.
岩船寺 紫陽花 (Gansenji Temple hydrangea) 2022. 9. 17.
정경희 . 헤세를 말하며 정경희 . 헤세를 말하며 헤세 님은 인생의 방랑자이십니다. 당신의 두 눈동자에서는 자연을 동경하고 사랑하며 구름이 흘러간 저 너머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이 잔뜩 담긴 잔잔한 호수가 보입니다. 마치 순수한 보석 같습니다. 당신의 영혼 속에는 고독한 방랑자 기질이 있어 바람이 세차게 창문을 두들기면 외투, 모자, 스틱을 들고 떠나지 않을 수 없어했습니다 대자연이 얘기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높푸른 천지를 방랑하였습니다. 당신이 말씀하신 " 늘 여름일 수는 없으니! " 이 말씀에 참으로 고개 숙입니다. 당신의 가을은 언제나 흐리고 습한 잿빛이었습니다. 마치 삭막한 겨울의 전초전인 듯. 늦가을 때 이른 첫눈이 흰빛과 잿빛과 적막만을 노래할 때 방랑자는 지난 계절의 아름다웠던 온갖 기쁨과 추.. 2022. 9. 17.
조병교 . 하늘을 보면서 조병교 . 하늘을 보면서 다섯 자 남짓의 작은 몸뚱이를 숙주로 빌어 한 생애 머무는 허공의 신열을 북풍은 남으로 밀어 발아래 바닷물에 보태고 서풍은 제 곁의 큰 산 바위로서 삼키는데 독한 향내로 손짓하는 앙다문 하늘의 입 속에 사나운 발톱마저 거두라고 나는 가야 하는가 아쉬운 것 아쉬운 채 버려두고서 모자란 것 모자란 채 버려두고서 그렇게 넘어져야 바로 선 세월이라며 수레바퀴 구르듯 나는 가야 하는가 편집등록 신유라 BGM - 남택상(Le Temps D'un Et) 제목 2022. 9. 17.
김수영 . 푸른 하늘을 김수영 . 푸른 하늘을 푸른 하늘을 제압(制壓)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修正)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2022. 9. 16.
申庚林 . 다시 느티나무가 申庚林 . 다시 느티나무가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터무니없이 작아 보이기 시작한 때가 있다 그때까지는 보이거나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나는 잠시 의아해 하기는 했으나 내가 다 커서거니 여기면서 이게 다 세상 사는 이치라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고향엘 갔더니,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옛날처럼 커져 있다. 내가 늙고 병들었구나 이내 깨달았지만, 내 눈이 이미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진 것을, 나는 서러워하지 않았다. 다시 느티나무가 커진 눈에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져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2022. 9. 16.
한 통의 편지 한 통의 편지 내가 널 만난 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위로인 척, 야금야금 고통으로 나를 마비시켰고 내 육신에 피멍을 안긴 너는 꿈속에서조차도 ' 너의 삶을 분노의 세월로 채울 것이야! '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 시간 지날수록 너의 사악함은 치 떨리게 했고 내 영혼을 송두리째 짓밟고 이미 내 안에 너 있음을 알았을 때는 한 시간, 하루. 한 달이 칠흑 같은 절망이었다 무슨 권한 있기에 나를 감방에 가두고 " 별것 아니야, 좋아질 거야 " 하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속이게 했고 나를 끊임없는 공포 속에서 살게 한 너 육체와 정신은 허망이 사라져 버리고 희망 한 조각 남김없이 지워버린 너 너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병실로 도착했다 어제도.. 2022.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