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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버린 땅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9. 17.

 

신이 버린 땅

지친 여행자의 고독을 잊기 위해 스페인산 와인을 마셨다
초저녁 달빛 아래 고갈된 의식마저 허물어지는 밤

낮이 머물고 간 대지는 혹독한 비명뿐
저승길보다 냉혹한 '흐비타 강' 계곡 따라
창백한 세상 보이지 않는 어둠 안에서
정적이 점령한 밤 살아 숨 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늙은 여우의 울음소리와 나의 고갈된 의식
여행자의 고독을 알고 있는 고뇌의 울음뿐일지도 모른다

마비된 감각은 턱밑까지 들이대는데
소멸된 내 청춘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간헐천 황산가스 시체 썩은 냄새로 자극되는 촉수에
그나마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헛것처럼 저승세계가 휘날리는 것을 보았고
끝끝내 오월의 남국을 꿈꾸며 광야에서 길을 잃었다
이내 얼어버리고 마는 눈물 방울 뺨을 스치고
강을 타고 흐르는 '굴포스' 전설이 바다로 간다

2014.10.15 ~ 10.17 아이슬란드 굴포스 폭포에서

 

 

흐비타(Hvítá) 강은 아이슬란드 고지대의 '랑요쿨' 빙하를 발원
'흐비타르바튼' 빙하 호수에서 시작하는 강으로
40km를 흘러 그 유명한 '굴포스' 폭포의 좁은 협곡으로 떨어져 대서양으로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