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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남기고 간 세월로 하여 친구가 남기고 간 세월로 하여趙司翼그리다 만 캔버스 남겨진 여백의 말은 어디로 갔을까 찬구 떠난 그 바다를 생각하는 동안 쉭쉭 대는 바람결에 유리창이 휘감기고 싸락싸락 눈 내리는 밤을 쪼그려 봐도 마지막 숨결이 있어 그리운, 차마 눈물이 나는 곳 나가사키 항구 바닷가도 기억에서 흐려져 간다 살아생전 따스하고 다정했던 마음도 파도가 지워버린 모래 위 발자국처럼 그렇게 서서히 옛일이 되어 가고 귓가를 떠도는 친구의 여러 이야기마저 잘못된 기억으로 허구의 거짓일까가 두렵다 아득히 푸른 밤을 잊힌 기억들만 머릿속을 떠 다니고 어두워 가는 여백의 캔버스를 보면서도 친구가 남긴 세월 채울 수가 없어서붓끝에 너의 이름을 남겨 둔 채로 이 밤을 나도 의식 없는 죽음이어야 했다 우정이 매몰된 나가사키 푸른 바다엔 함께 .. 2023. 2. 8.
羅勲児 . 타향살이 라훈아 . 타향살이 (羅勲児 . 他郷暮らし) (一) ふるさと 離れて 幾年 すぎた 후루사토 하나레테 이쿠토시 스기타 고향을 떠나온 지 몇 해가 지났나 指折り かぞえりゃ 涙が 落ちる 유비오리 카조에랴 나미다가 오치루 손꼽아 세어보니 눈물만이 흐르네 (二) 浮草みたいな 私の運命 우키쿠사 미타이나 와타시노 사다메 부평초 같은 내 운명 帰らぬ 青春だけ 私も 老いた 카에라누 세에슌다케 와타시모 오이타 다시 못 올 청춘뿐 나도 늙었네 (三) 真赤に 燃えてる 夕日の空は 맛카니 모에테루 유우히노 소라와 새빨갛게 불타는 석양의 하늘은 瞼のふるさと 燃やして 消える 마부타노 후루사토 모야시테 키에루 눈에 선한 고향을 불태우고 사라지네 2023. 2. 8.
정일근 . 저 모성(母性) 정일근 . 저 모성(母性) 눈 내리는 성탄(聖誕) 아침 우리 집 개가 혼자서 제 새끼들을 낳고 있다 어미가 있어 가르친 것도 아니고 사람의 손이 돕지도 않는데 새끼를 낳고 태를 끊고 젖을 물린다 찬 바람 드는 곳을 제 몸으로 막고 오직 몸의 온기로 만드는 따뜻한 요람에서 제 피를 녹여 새끼를 만들고 제 살을 녹여 젖을 물리는 모성 앞에 나는 한참이나 눈물겨워진다 모성은 신성(神性) 이전에 만들어졌을 것이니 하찮은 것들이라 할지라도, 저 모성 앞에 오늘은 성탄절, 동방박사가 찾아와 축복해 주실 것이다 몸 구석구석 핥아주고 배내똥도 핥아주고 핥고 핥아서 제 생명의 등불 밝히는 저 모성 앞에서 정일근 시인 출생 : 1958년 7월 28일 출생지 : 경남 양산 데뷔 : 1984년 실천문학에 시 '야학일기' 학력.. 2023. 2. 8.
趙司翼 .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趙司翼 늦가을 테살로니키 해의 푸른 하늘 아래 벽에 걸린 그림에 취해 밤늦도록 고전문학과 싸워야 했다 오래전 올림피아 파르테논 신전에서 역사가 만들어지고 신화가 뿌리를 내린 곳 괴테, 헤밍웨이, 니체, 이 들도 나 같은 마음이 되어 쪽빛 바다 푸른 바람을 보고 갔겠지 내 맘처럼 안개가 자욱한 밤 눈물로 푸른 밤을 깨우며 고요한 태양이 일리아스 산 너머로 떠오를 때 그리스 경정맥을 자르고 지친 여행자의 외로운 이야기가 삼단노선의 구겨진 돛처럼 떨어진다 파도가 내 이러함을 지우듯이 별 우리에 갇힌 음산한 달빛뿐으로 공허한 마음은 결코 빛을 보지 못했다 In Thessaloniki Greece Under the blue sky of the Thessaloniki Sea in late au.. 2023. 2. 8.
Provence . 프로방스 제목 2023. 2. 7.
詩朗誦 . 들꽃의 말 영상에서 시 제목에 오타가 발생함을 양해바랍니다 들꽃의 말 趙司翼 그대! 나의 작은 꽃을 꺾어가세요 밟히고 채여 관심 없는 시선에 묻히느니 그대 화병서 말라 서런 슬픔이어도 물 냄새 향긋이 좋았다고 단 하루일 때도 내 선택 옳았다 말할 겁니다 떠가는 구름이 부럽기로서니 나의 타고난 운명이 바람의 노예라서 애가 탄들 들에 핀 게 죄일지라도 마지막 말라죽은 모습조차 바람에 날려 사라진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슬픔일 것 같고 작은 꽃 병서 하루라 해도 그대 시선 속에 머물고 싶다 하여, 나의 작은 꽃을 꺾어가세요 The Word of the wild Flower David cho come and pick my little flower Rather than being trampled and kicked and .. 2023. 2. 7.
기형도 . 봄날은 간다 기형도 . 봄날은 간다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열풍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 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 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 패 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 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 들어온 것들의 인사(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 2023. 2. 6.
이내 뜨거운 가슴이 된다 이내 뜨거운 가슴이 된다 趙司翼 강변길 어둠 위로 초저녁 달이 떠오를 때면 옛 생각에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오고 가는 여러 주변 이야기들과 한 식구가 되어야한다 퐁네프 다리를 지나 대성당 노트르담으로 가는 굽이굽이 쿠르즈 여객선 뱃고동소리는 울렸었는지 작은 불빛이 박물관 유리 벽에 스미었는지 보이지 않는 그림자뿐으로 외로움을 감싸 안고 추억에 젖어 내 모습에 취해 있는 동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어김없이 어둠 안에 별이 빛나고 눈발처럼 날리는 기억을 홀로 쓸쓸히 '다니엘 불랑제' 신작 시집을 가슴에 품던 때가 오래전 일로 낯설게 다가오고 당시가 이글거렸던 꿈도 희망도 아르장퇴유로 가는 철교 어둔 불빛처럼 혼잣말로 지껄이는 이러한 밤에 결사하는 마음으로 다짐을 하고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을 애써 찾지는 말.. 2023. 2. 5.
심연수 . 등불 심연수 . 등불 존엄의 거룩한 등불 이 문틈으로 새어나오다가 한줄기 폭풍에 꺼져 버렜습니다 옛날 조상께서 처음 켠 그등불이 그동안 한번도 꺼짐이 없이 이 안을 밝혀왔습니다 그들은 그 빛을 보면서 옛일을 생각 하였고 하고 싶은 말을 하였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어둠속에서 촛불을 켜는 이 있으니 또다시 밝이질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그 등잔에는 기름도 많이 있고 심지도 퍽이나 기오니 다시 불만 켜진다면 이 집은 오래 오래 밝아질 것입니다 2023. 2. 4.
페닌 알프스 그렌츠기펠에서 페닌 알프스 그렌츠기펠에서 The Pennine Alps Grenzgipfel 산마루가 하늘을 끌어안고 숭고하게 빛나는 페닌 알프스 유령 같은 형상들이 시선을 가득 채우고 모호한 환상의 변화를 보면서 그 엄청난 카니발 속 주인공처럼 나는 몸을 떨었다 낮엔 뒤틀린 경련을 일으키다가도 밤이면 새벽이 올 때까지 부드러운 걸음을 하고 바위벽 능선 위로 태양이 솟아오르는,.... 부들부들 심장 떨리는 적막은 무엇을 말하는지! 나는 그렌츠기펠 발밑에서 무릎 꿇고 숭배의 마음이 되어 기도를 했다 밤이 새도록 혹한으로 더욱 무거워진 어둠과 싸우던 별빛들이 새벽하늘로 사라져 가고 저기 가파르게 들쭉날쭉한 바위 절벽 거대한 협곡의 경사면 아래로 빙산을 녹아 흐르는 급류들 통곡하는 외침이어도 밤새 고요했던 정적이 산맥 허리.. 2023. 2. 3.
미켈란젤로 . 아름다운 운명 미켈란젤로 . 아름다운 운명 영혼을 선택하라, 유리잔처럼 누구에게나 보였습니다 너의 순수한 모습과 섬세함 속에 비친 하늘과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이 아름다움, 이 모든 작품은 그들의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사랑, 연민, 경건함, 표면상 그들의 외적인 부분에서 구도를 발견했다 우리는 분명히 읽었고, 매우 희귀하고 위대 하다 그들은 아무도 장식을 좋아하지 아니하였도다 사랑은 나를 사로잡고. 아름다움은 내 영혼을 구속했다 그들의 부드러운 눈으로 동정과 자비를 베푸소서. 속일 수 없는 희망을 내 가슴속에 깨우소서 어떤 규정이, 어떤 운명이, 무엇이 통제력을 잃게 하는지, 얼마나 잔인한지, 당장 아니면 늦게라도 인정하지 않을지도? 죽으면서까지 그토록 완전한 완전성을 추구해야 합니까? Doom Of Beaut.. 2023. 2. 3.
趙司翼 . 안개비 내리던 날 안개비 내리던 날 趙司翼 작은 빵집과 꽃 가게가 아래층을 채우고 있는 둔탁한 소리를 내는 통나무 계단을 열서너 번 오를 즈음. 그 옛날 이름 없는 무명 화가가 가난을 그리다 간 흔적과 건반에 올려 보지도 못한 악보가 먼지 낀 다다미 방바닥에 나 뒹구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데 긴 한숨을 타고 뿜어져 나오는 담배연기가 생성과 소멸의 반복 속에서 창밖 안개비 속으로 사라져 가는 풍경을 건네며 나를 맞이하는 시인의 모습이 아름답다 전시회에 내걸었던「하늘 시인」이라는 포스터와 릴케의 「장미」라는 글이 빼곡한 그림 한 장이 송판때기 벽을 채우고 있을 뿐 호사스러운 풍경들은 그 어디에도 없건만 왜 이렇게 내 마음은 따뜻하게 전율하는 것일까 향 진한 녹차를 건네는 친구의 미소에서 행복을 훔친다. 간간이 불어오는 안개비 .. 2023.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