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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구 . 늙어가는 길 윤석구 . 늙어가는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 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 2023. 1. 25.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내림마장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내림마장조 Beethoven Piano Concerto No 5 in E flat majo (Jan Lisiecki) 2023. 1. 25.
산사명상음악(3) Temple meditation music 산사명상음악(3) Temple meditation music (1) 개울옆 인적없는 찻집 (2) 가을山寺 2023. 1. 25.
아무르강 자작나무 숲에서 아무르강 자작나무 숲에서 趙司翼 포식성 어류의 돌격 끊일새 없어 울며 흐르는 수천리 물길 그 세월을 나는 모른다 우박덩어리 강으로 진격을 하는 물과의 참혹한 육탄전 살벌해도 넌지시 피어 오른 물안개에 촉촉이 젖어 계곡을 흔들면서 흐르는 아무르 강 국경은 언제나 거기에 서 있고 한 발짝만 건너면 '헤이룽 장'으로 그렇게 또 강은 낯선 이름이 되어 그 많은 지류를 밟고 타타르 해협으로 간다 귓가를 바람결 한결 차게 느껴져 오는 늦가을 따오기 슬픈 울음에도 어느새 별이 된 하바롭스크 깊어 가는 밤 그토록 행복하고 싶었던 것도 인생이라는 책장 한 페이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목창(木窓)으로 드는 창백한 달빛뿐으로 강가를 울타리 한 자작나무 숲에서 내가 왜! 강 인근에 와 있냐고, 누군가가 넌지시 물어 온다면 어떤.. 2023. 1. 24.
詩朗誦 . 헤세(들판을 건너서) Hermann Hesse by Across The Fields Across the sky, the clouds move, Across the fields, the wind, Across the fields the lost child Of my mother wanders. Across the street, leaves blow, Across the trees, birds cry Across the mountains, far away, My home must be. 헤르만 헤세 - 들판을 건너서 하늘을 가로질러 구름이 흘러갑니다 들판을 가르고 바람이 흘러갑니다 들판에서 놀고 있는 아이는 어린 시절 내 어머니의 추억입니다 길 건너엔 나뭇잎이 날리고 나뭇가지 위에서 새들이 지저귑니다 산을 가로질러 머나먼 곳에 .. 2023. 1. 23.
이상 . 李箱 이상 . 李箱 출생 . 1910년 사망 . 1937년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한국의 시인, 소설가, 수필가, 건축가, 화가. 이상은 1930년대 국내에서는 선구적인 모더니즘 작가로서 약 6년간 2000여 점의 작품을 집필하며 인간 사회의 도구적 합리성을 극복하고 미적 자율성을 정립하고자 했다 이상의 작품활동은 한국 근대 문학이 국제적·선진적 사조에 합류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의의가 있으며, 초현실주의와 심리소설의 개척자로도 높이 평가받는 반면, 한편으로는 인간의 인식가능성을 부정한 극단적인 관념론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생전에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고 경제 사정도 불우했다. 초현실주의 실험작인 『오감도』 등을 투고했을 때에는 독자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에는 오직 그의 지인들만이 이상을 .. 2023. 1. 23.
어머니 세월 어머니 세월 趙司翼 가난이 오한으로 사시나무 떨듯 해도 어떤 날의 두려움이 반복되는 대(大) 바다 난파선 위 어부의 심정이어도 정다웠던 시골 개울물 소리에 장다리 새순 오르듯 자라나는 자식들 눈동자가 있었기에 버티셨다고 한다 형형색색 유리 지붕 같은 삶 치마폭에 눈물 쏟아지고 한줄기 별 보이지 않는 흐린 밤처럼 들쑥날쑥 삭풍(朔風) 같은 모진 세월에도 마음 기대면 느끼게 되는 자식들 심장 커가는 소리 있었기에 봄볕처럼 따사로웠다고 하시었다 무엇 하나까지 한 올마저 모두 내어 주신 그것이 당신 인생에서 궁극적인 삶의 목표이고 진정한 이유였을까요? 어머니! 이 아들 숨소리가 너무 어려 불행한 생애 아프게 살다 가신 당신 눈물 함께 울어주지 못했습니다 2002. 09. 25 작품출처 . 헝가리친구 (Istvá.. 2023. 1. 23.
오장환 . 영회 오장환 . 영회 후면에 누워 조용히 눈물지어라. 다만 옛을 그리어 궂은비 오는 밤이나 왜가새 나는 밤이나 조그만 돌다리에 서성거리며 오늘 밤도 멀리 그대와 함께 우는 사람이 있다. 경(卿)이여! 어찌 추억 위에 고운 탑을 쌓았는가 애수가 분수같이 흐트러진다. 동구 밖에는 청냉한 달빛에 허물어진 향교 기왓장이 빛나고 댓돌 밑 귀뚜리 운다 다만 올라 그대도 따라 울어라 위태로운 행복은 아름다웠고 이 범 영회(詠懷)의 정은 심히 애절타 모름지기 멸하여 가는 것에 눈물을 기울임은 분명, 멸하여 가는 나를 위로함이라. 분명 나 자신을 위로함이라. 2023. 1. 21.
프로스트 . 눈 쌓인 저녁 숲에 와서 눈 쌓인 저녁 숲에 와서 로버트 프로스트 이게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 것 같다 그녀 집은 마을에 있는데, 그는 내가 여기에 와 있는 것을 모를 것이다 눈 덮인 그녀 숲을 몰래 보러 왔기 때문에 나 혼자 중얼거리는 게 이상하다고 할터이니 마을에 다다르기 전에 멈춰야 한다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는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밤인 것 같다 안전벨트에 있는 종을 흔들어본다 혹시라도 실수가 있을지 모르기에, 유일하게 들리는 잡음은 조용한 바람소리와 솜털 같은 먼지들 아름다운 숲은 어둡고 깊은 곳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 있지 나는 잠들기 전에 몇 마일을 더 가야 한다 나는 잠들기 전에 몇 마일을 더 가야 한다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Robert Frost W.. 2023. 1. 21.
대청봉 이르는 길 대청봉 이르는 길趙司翼그림자처럼 눈 내리는 밤을 미시령 고개도 눈을 뜨고 오로지 남극보다도 모진대륙의 설풍 가운데타래蘭이거나 아니면 이팝꽃 같기도 한 외설악 금강송 붉은 가지 사이로 오는 새벽깊은 어둠을 털고 동해바다 일출이 뜨니줄지어 선 백두대간 여러 산맥이 먼 옛날이야기처럼 꽉 차 오른 안갯속을 기러기 떼가 되어 백무의 흰 물결 위를 떠다니고 희끗희끗 눈발처럼 날리는 의식은 끝내 어디론가 사라져 팅 빈 가슴이 되고 만다거짓처럼 요동치는 이러한 사실 앞에 임인년(壬寅年) 섣달 끝자락과 어깨를 맞대고겨울 한 복판 일천칠십팔 고지 상고대로 결박된 대청봉 표지석에서철학자 모습을 하고 寒계절이 되어 봐도 바람 더욱 거세어 흐르는 눈물로 마냥 울고 싶어 별다른 마음 가질 수가 없다서릿발 갈기 길기 솟아오른오로지.. 2023. 1. 20.
기형도 . 노을 기형도 . 노을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러운 색깔로 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오루 6시의 참혹한 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시간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상징을 몰아내고 있다. 도시는 곧 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속도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책이 되리라. 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오후 6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를 빼앗겨 누구나 아.. 2023. 1. 19.
남겨진 시간 남겨진 시간 '보포르탱(Beaufortain)에서 趙司翼 아비규환 속, 폐허의 무게를 내가 버티기에는 나약했다 세월 속을 시간이 엉켜 저 모습이 된 성당은 초조속에 얼룩 곰팡이 무너진 벽돌담이 얼굴 없는 고대 그리스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애를 지탱한 심장이었겠지만 창가를 머뭇거리는 오후의 햇살이 녹슨 난로의 잔해물을 에워쌈으로 하여 그저 있었던 흔적조차 그림자로 스쳐가고 떠난 세월 뒤 남겨진 시간만이 흔들리는 역겨운 냄새 뒤틀린 위장이 참아낼 수가 없다 세월에 금이 가고, 바람에 녹이 슬고 칼날처럼 예리한 침묵에 놀라 소름이 돋는다 의인화되지 않은 사람의 시선으로는 저승터처럼 파괴로 텅 빈 사육장에 불과한 녹슨 그릇 몇 개가 어둔 빛을 몸통에 감고 흡사 저승세계 막다른 골목에 갇힌 듯하.. 2023.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