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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벽 . 풀 남궁벽 . 풀 풀, 여름 풀 대대목(代代木) 들(野)의 이슬에 젖은 너를 지금 내가 맨발로 사뿐사뿐 밟는다. 애인(愛人)의 입술에 입 맞추는 마음으로 참으로 너는 땅의 입술이 아니냐 그러나 네가 이것을 야속다 하면 그러면 이렇게 하자 내가 죽으면 흙이 되마 그래서 네 뿌리 밑에 가서 너를 북돋아 주마 꾸나 그래도 야속다 하면 그러면 이렇게 하자 네나 내나 우리는 불사(不死)의 둘레를 돌아다니는 중생(衆生)이다. 그 영원(永遠)의 역로(歷路)에서 닥드려 만날 때에 마치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될 때에 지금 내가 너를 사뿐 밟고 있는 것처럼 너도 나를 사뿐 밟아 주려무나. 2023. 1. 17.
로망스 당신의 안부가 묻고 싶은 날 오늘은 잘 있었냐구 그동안별일 없었냐구 안부가 그리워 다가가 묻고 싶은 한 사람 그저 다녀간 흔적조차 그립다 말하고 싶어 수줍은 그리움으로 머뭇거리는 마음은 그림자처럼 스쳐 가는 발걸음 속에 전하고 싶은 간절한 안부 내가 궁금하지도 않았냐고, 보고싶지 않았냐고 그동안 가슴에 심겨진 그리움 한 조각 잘 크고 있냐고 묻고 싶은 한 사람 마주함이 있어 행복함이 아닌 그저 바라봄으로 웃을 수 있어 세상에서 느끼는 외로움 지울 수 있고 아픔으로 넘어졌던 마음 당신으로 인해 다시금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그런 웃음을 전해 주는 한 사람 그저 하늘처럼 맑은 모습으로 화려하지도 않고 초라하지도 않은 하늘을 닮은 당신의 모습, 그런 당신을 닮고 싶은 나 눈에 보이는 행동보다 보이지 아니한 마음.. 2023. 1. 16.
보길도(甫吉島)에서 보길도(甫吉島)에서 趙司翼 여행자 나른한 그림자에 맥박이 묶이고 적자봉(赤紫峰) 석양이 물든 산 너머 노을 속을 촉촉한 구름 바람 타고 지워져 갈 때 붉가시나무 나른한 언덕배기 풀밭을 빈 들 무성한 초원이 파도처럼 달리는 저물녘 늦가을 침묵인 듯하여도 풀밭엔 바람꽃이 으스러지게 가득 피었다 구실잣밤나무 숲을 뜬 별과 함께 바다는 깊은 밤을 소리 없이 울음 울고 해안가 불빛들이 등대처럼 모습 속에 뱃고동이 쉴 새 없이 드나들어도 어부들 지나가는 발자취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해안풍 멀어져 간 고요한 밤에 내 머물다 간 자취를 별에만 남겨야겠다 2011.09.23 편집 등록 . 성우혁 제목 2023. 1. 16.
Czardas (Hauser & Caroline Campbell) 나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되돌아보니 걸어온 길 모르듯 갈 길도 알 수가 없다. 살아오며 삶을 사랑했을까? 지금도 삶을 사랑하고 있을까?어느 자리 어느 모임에서 내 세울 번듯한 명함 하나 없는 노년이 되었나 보다. 붙잡고 싶었던 그리움의 순간들 매달리고 싶었던 욕망의 시간도 겨울 문턱에 서서 모두가 놓치고 싶지 않은 추억이다. 이제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걱정하지 말자 아쉬움도 미련도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노년을 맞이하는 겨울 앞에서 그저 오늘이 있으니 내일을 그렇게 믿고 가자 어디쯤 왔는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는 노년의 길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은 또 오늘처럼 그냥 지나간다. 세월이 무심코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세상에는 벗들 때문에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 2023. 1. 14.
마경덕 . 슬픔을 버리다 슬픔을 버리다 마경덕 나는 중독자였다 끊을 수 있으면 끊어봐라, 사랑이 큰소리쳤다 네 이름에 걸려 번번이 넘어졌다 공인된 마약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문 앞을 서성이다 어두운 골목을 걸어나오면 목덜미로 빗물이 흘렀다 전봇대를 껴안고 소리치면 빗소리가 나를 지워버렸다 늘 있었고 어디에도 없는, 너를 만지다가 아득한 슬픔에 털썩, 무릎을 꿇기도 했다 밤새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데도 닿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너에게 감염된 그때, 스무 살이었고 한 묶음의 편지를 찢었고 버릴 데 없는 슬픔을 내 몸에 버리기도 하였다 마경덕 詩人 1954년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신발論) 당선으로 등단 2004년 문예진흥금 수혜 2005년 시집 (신발론) 문학의전당 2023. 1. 14.
토네이도. Tornado 토네이도. Tornado 趙司翼 잠시 전까지 롱아일랜드 아침 바다도 그랬었고 촉촉한 아침 이슬 연두색 잔디에서 양파 소스 곁들인 샌드위치 생각도, 그것을 끝으로 저승사자 떼 지어 오듯 나선형 몸통을 한 물기둥 하늘을 가르고 번개 내리 칠 때마다 내 가까이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뗏장처럼 날라가고, 분간할 수 없다 잔해물 말고 모두 사라진 곳은 기억에만 희미하게, 다정했던 아침도 허허벌판 뿐으로 하물며 롱아일랜드 푸른 바다도 꾸깃꾸깃 주름진 모습이 되어 산더미만 한 거친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려 있다 그 많던 오렌지색 지붕 모두 사라지고 잔해물이 점령한 거리는 악의 모습뿐 무너져 내린 지붕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거기가 집터였는지! 살았다는 게 이상할 뿐 노인은 그곳에 있었다 거리는 어느새 햇살의 일부가 .. 2023. 1. 13.
산사 명상음악 (2) 행복의 실천 온전한 행복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내 삶의 주인이자 이 세상의 주인으로서 내 행복은 누가 가져다 주는게 아니라 내가 만든다는 생각으로 살면 좋겠다.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은 우주의 티끌같이 작은 존재지만 이런 주인 의식을 가질 때 나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나 혼자만 성공하겠다거나 나만 잘살아 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 세상에 기꺼이 쓰이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갈 때 자기도 행복하고 세상에 보탬이 된다 이것은 우리가 행복해질 권리를 실천하는 길이다 - 행 복 - 법륜 2023. 1. 13.
대통령의 어머니 대통령의 어머니 워싱턴의 어머니인 메리 보울은 워싱턴이 대통령이 된 후 처음으로 고향인 마운트 버넌을 방문했을 때 평소와 다름없이 소박한 옷차림으로 문 앞까지 나가 아들을 맞았다. "죠지 정말 잘 왔다. 나는 너에게 주려고 지금 맛있는 과자를 만들고 있단다." 반갑게 아들을 맞이한 메리 보울은 빵가루 투성이의 손을 닦으며 부엌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워싱턴을 수행하던 사람들은 너무도 놀랐다. 그러나 워싱턴은 더 없이 기쁜 듯 주의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여러분, 내 어머니가 과자를 만들어 주신 답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만든 과자를 즐겨 먹었습니다. 자, 사양말고 안으로 들어가서 어머니가 만든 과자를 다함께 먹읍시다." 잠시 후 워싱턴은 조용히 어머니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어머니.. 2023. 1. 13.
구상. 꽃자리 구상 . 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2023. 1. 13.
정경희 . 나의 그대에게 나의 그대에게 정경희 지금 어디선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대에게 제 마음을 띄웁니다. 그대 향한 그리움이 소롯소롯 피어 가슴 터지려할 제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애써 담담히 띄웁니다.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그대 알고 있지요? 말 대신 두 팔 벌려 꼬옥 안아드리렵니다. 마치 내 눈 앞에 사랑스런 눈빛으로 애틋하게 바라보는 그대를 느끼며 말입니다. 오늘 이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아름다운 새순들의 기쁨에 찬 합창을 들을 즈음 당신의 "사랑합니다" 를 귓전에 속삭이는 바람의 숨결 속에서 들을 수 있기를, 그대와의 뜨거운 해후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편집등록 . 신유라 2023. 1. 12.
컨테이너 사진 . 곽경태  컨테이너 趙司翼 겉보기엔 일렬횡대 질서 속에 갖춰진 중세시대 의장 행렬이고 정돈된 세상 폭넓은 울림으로 보이면서도 내 가슴 아리도록 아픈 것은 피 터지게 투쟁하는 인간세상 여러 애환이 저곳에 있기 때문이리라 피할 수 없는 원색 향연에도 손때 묻은 이야기들로 허리가 휘고 등골 오싹거리는 아우성으로 들끓는 전쟁터가 되고 마는 컨테이너 너의 운명처럼 나는 어쩔 수 없는 네 모습이 되고 만다 드 넓은 세상 풍경처럼 여유로운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종단열차 같기도 하고 알프스 눈이 쌓인 융프라우를 기어가는 산악열차 같기도 한 누가 봐도 모두모두 저 모습이 되고 싶지만 속살 문드러지고 악취 진동하는 인간세상 숫한 이야기를 청취해야 하는 너의 운명 알지 않을까 싶어서 안타까운 눈물 흐르는 것은 나도 .. 2023. 1. 11.
겨울 남이섬 겨울 남이섬 趙司翼 침침한 밤 삐걱이며 홀로인 봉화산이 휘적이며 눈발 날리기를 비롯하면 안갯속을 짐짝처럼 꽉 차 오른 밤이 남이섬을 감싸기도 하고 호수로 녹아지기도 하고 먹물처럼 얼어든 밤을 세콰이아 빽빽한 길 거닐며 그래도, 그래도 견딜 수 없는 것은 밤이 새도록 얼음장 밑을 튀는 동가리, 쏘가리, 버들치와 물속 여러 운명처럼 차 오른 눈길을 발목에 매고 설웁도록 싸늘한 그림자뿐으로 무슨 결별에 임하듯 다부지게 별이 뜬 밤 사랑했던 그 이름도 얼굴로 하여 가슴 아프지는 말자 남자 가슴 뜨건 눈물짓지 말고 눈이 쌓인 그늘 아래 그냥 덮어두자 편집등록 (성우혁) . BGM - Andy Williams (Love Story) 제목 2023.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