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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1) : 열도에 내리는35

品川의 비 내리는 밤 品川의 비 내리는 밤 趙司翼 깊은 밤 빗길 가로등 불빛 서성거리는데 이슥한 밤 막차로 보이는 品川驛(시나가와역) 플랫폼을 전철이 떠나고 3번 출구를 빠져나온 도시 행렬이 밤비 내리는 귀가 길 자정으로 가는 시간에 기대 흠집 투성 지친 어깨 늘어트리고 네거리 점멸등 불빛 곁을 스쳐 간다 가라오케 술집 등 네온이 피어오르고 추적추적 밤비 흐르는 지하도를 지나 애써 이야기해 볼 사람 찾지 않아도 될, 그냥 조용히 빗 길 걸으며 타국서의 삶과 주고 받고 얘기하는 동안 기억해야 할 시간 몇 개 손에 쥐고 비 내리는 밤 검은 허공을 걸었다 편집등록 신유라 BGM - 森進一(港のブルース) 제목 2022. 8. 27.
바람에 띄운 편지 바람에 띄운 편지 趙司翼 명패도 없이 잠든 영혼의 울부짖음인지도! 검게 출렁대며 고국 향한 하늘조차 눈 감은 밤 외진 곳, 누구를 기리는 제단인지 이끼 두른 흔적으로만 짐작될 뿐 손질 멈춰 암울한 대나무 숲에서 늙은 바람 사삭이는 소리에 놀란 별이 눈뜨는 밤 인간이기에 당연함을 외면하고 옮아야 할 정직에서 도망치려고만 하는 사실로 살아야 함에도 내 나라 영혼조차도 훔침을 당해야 했던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가 머물고 간 교토의 어느 낯선 방 둬 평 남짓 다다미방 희미한 불빛도 졸음에 겨워 하품을 하는데 나는 왜! 잠 못 이루고 대숲의 바람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허구하게 뜬 눈으로 보낸 밤도 많다마는 내가 이유였다면 감당하겠는데 객귀로 떠도는 내 나라 원혼들의 통곡일까 싶어 이 밤, 잠 못 이룬 이유가 그러했.. 2022. 8. 17.
외로운 여자 외로운 여자 趙司翼 여자여! 열린 창가엔 오늘도 안개꽃이 피었구나 아침은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고 지긋이 열린 문틈으로 옥색 커튼이 몇몇 바람에 살랑인다 어제처럼 마찬가지로 여자네 집은 오늘도 적막 무모히 외로운 하루다 그대 운명인가 싶은 침묵, 외로울까 싶어 가시광선 혼란이 무지개 발로 그대 창가를 서성이는데 빨아 헹군 스카프가 빨랫줄에 널려 있다거나 안개꽃이 아니라 히야신스가 꽃병에 꽂혀있다거나 밤이면 뜻하지 않게 참혹한 외로움 같기도 한 방안 희멀게 불빛 젖은 너의 그림자만이 잠시 잠시 창가를 서성대며 울적한 밤이기도 하고 이러한 여자의 손 길 말고는 누구든 오가며 안부 나누는 흔적 한번 본 적이 없다 여자여! 내일이면 이별의 시간이다 애초부터 여태 마주한 적 없으나 나 또한 외로웠기에 가끔 아.. 2022. 8. 16.
銀座から. 긴자에서 銀座から 긴자에서 "그리 말할 거면서 누가 오라고 했나!" 이래서 파도는 객선과 육탄전을 치르면서까지 말렸나 보다 오는 내내 거센 풍랑, 그 물결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현해탄 험한 물길, 마다 앉고 건너왔다 날이면 날마다 긴자 거리는 예삿일이 아니었다 확성기 소리로 낮밤을 분간할 수 없는 네온빛 시선 위로 왜곡된 구호가 핏물처럼 튀고 우파의 검붉은 깃발 속에 일본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조센진, 조센진, 내 시선이 떨며 흔들리는 이 악랄한 거리 예가 어디라고! 그 먼 길을 가르고 가끔 동해엔 붉은 태양이 내걸리고 바다 멀리 침묵을 깨고 독도의 수면 위로 조국의 깃발 솟을 때 간직해 둔 가슴에 무궁화 꽃을 펄럭이며 그래도 견디기 힘든 날이면, 생각하는 조국이 없다면 이 모든 참혹한 괴로움을 내 어찌 인내만으로.. 2022. 8. 16.
列島에 내리는 비 (二) 列島에 내리는 비 (二) 趙司翼 새벽 창 유리에 맺힌 결로의 감옥으로 도쿄랍시고, 전해주는 젖은 신문은 화투장처럼 왜곡이 모두 채운 후에야 존재감 없는 단 몇 줄에 불과한 양심의 소리 이 괴로운 의존에 얽매여 내 할 말 다하지 못한 나머지 말들이 목구멍에서 얼음장처럼 흘러내리고 익명을 내 걸어야만 쓰여지는 원고의 처절함이란 부당을 말함에 있어서조차 진실은 책상 서랍 쇠사슬로 묶인 채이고 월급에 수갑을 채우고도 할 말 못 하는 하늘엔 잿빛 구름이 내 시선을 틀어막고 창유리가 이 맥없는 얼굴을 감시할 때마다 나는 고통의 그림자조차 숨겨야 하는 칼날처럼 쏟아지는 우주의 파편 사이에서 이 밤은 내 자신의 몰락만을 외쳐대고 있다 열도의 비 내리는 밤과 마주칠 때마다 희미한 불빛 속에 기다리는 것은 광기 어린 패거.. 2022. 8. 8.
新橋 驛, 路上에서 新橋 驛, 路上에서 趙司翼 낙뢰 별무리처럼 쏟아지는 노상에서 맥 풀린 눈동자 스러져가는 역 광장을 서성거리는 거리의 인생 또 하루가 저물어가는 빗속 노을을 묵묵히 바라만 보는 그저 목을 늘어뜨리고 빗물에 젖어 흐르는 한숨 속에 네온 흐느끼는 도시의 밤이 슬프다 누워 흐르는 빗물 흥건한 신바시(新橋) 역 광장 비 내리는 시간을 배회하는 거리의 인생들 허기진 하루가 빗속에 저물어간다 편집등록 신유라 BGM - 伍代夏子(瀬戸情話) 제목 2022. 8. 3.
항구의 블루스 항구의 블루스 철학의 진리에 갇힐 때마다 술집을 찾아 부표 없는 방황을 자초하기도 하고 프롤레타리아 문학정신을 숭배하면서 쌓아왔던 민주 문학을 거리에 내던지고 니체의 한 생애처럼 고갈을 자초하며 가을 외투 깃 바람에 날리는 그 쓸쓸함일지라도 초목의 진리를 가슴에 품어 안고 그러했던 친구야 빈 배가 우는 오타루(小樽港)항구의 밤 소멸돼 가는 추억이 울부짖는 우정이 매몰된 열도의 바다 고뇌의 밤은 깊어만 가는데 港のブルス 哲学の真理に閉じ込められるたびに パブを訪れ、ブイのないさまようを始めた。 プロレタリア文学精神を崇拝しながら 積み重ねられた民主文学を通りに投げる ニーチェの一生のように 枯渇を招く 秋のコートの羽風に吹かれるその寂しさでも 草木の真理を胸に抱いて抱きしめて そのような友達です。 船高洞 鳴る小樽港港の夜 消滅していく思.. 2022. 7. 29.
찻집의 여자 . 茶屋の女子 찻집의 여자 . 茶屋の女子 趙司翼 그녀 주변을 노을이 빗물처럼 흘러내린다 낯선 날이 흐르고 흐른 후에 봐도 어제처럼 오늘도 수척한 여자는 찻집 창가에서 어두워가는 하늘을 보며 올리브색 보가 깔린 테이블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마치 누군가와 이별이 많아왔던 것처럼 손 전화를 만지작거리고 내 숙소 오가는 길을 주시하기도 하는 여자를 곁눈질이 마주칠 때마다 젖은 눈동자가 새벽이슬처럼 물들어 있다 나 또한 길 위를 서성이는 익숙한 그림자 따라 에도시대(江戸時代) 고전 소설을 가슴에 품고 사색하는 동안에도 생각나는 사랑이라 말하기엔 마무는 동안 따뜻했었다고, 그냥 그래야 했다 내 처한 현실로 미루어볼 때 추억조차도 있어서는 안 될 그래서는 안 될, 서로 다른 운명이다 그녀 주변을 맴도는 외로움 있다면 나로 인한 때문.. 2022. 7. 29.
너와 나는 슬픈 동무였다 너와 나는 슬픈 동무였다 趙司翼 추억이 시린 가슴 잔등 위를 서성일 때면 섣부른 기억이 끄는 대로 걷는 밤 끈덕지게 이어지는 골목길 끝 무렵에 열도의 배타적 냉소를 우정에 묶고 'Take Me Home Country Roads'을 어깨동무하던 생선회(目黒) 술집 등이 우리들 생전처럼 걸려있다 창백한 불빛 지난 흔적으로 울고 있는 유령처럼 되살아 나는, 친구 생전이 나를 기다린 것도 아닌데 이 모든 것이 오래전이라고 기억되지 않는다 추억으로라도 친구 가슴을 끌어안고 뜨건 심장 느끼고 싶었던 마음 그 간절함이 하늘에 닿기도 전에 울어버리고 마는 오늘도 너와 나는 슬픈 동무였다 예나 지금이나 나가사키 시마바라 성(島原城) 은 변함없는데 BGM - 아리랑 (Sergei Trofanov) 제목 2022. 7. 25.
항구, 요코하마 항구, 요코하마 지금이야 크루즈 호화 유람선이 오고 가지만 식민지(植民地) 때 강제징용으로 조선인들이 끌려 오기도 했고 조국 해방으로 또한 떠나가기도 했던 이별 잦은 항구 요코하마는 해안가 난파선처럼 지난 세월을 침묵 뿐이다 해안선 멀리 돛단배처럼 황혼이 내리고 보내는 마음 눈물 흘리며 떠나는 걸음 노을이 배웅하는 모두를 보면서 나 또한 생각하게 되는 기억은 태평양을 건너가는 정기 여객선에 첫돌배기 막내딸과 아내를 태워 보내야 했던 일이다 도요새 슬픈 울음처럼 뼈아프게 기억해야할 마음조차 울고마는 달빛 푸른 항구의 밤 요코하마 제목 2022. 7. 25.
列島에 내리는 비 (一) 列島에 내리는 비 (一)열도에서 분주한 세상을 실어 나르는 철길 위에 남쪽 끝에서 밤 내내 눈 비비며 달려온 새벽안개가 또 어떤 창백한 얼굴을 동경에서 그릴 것인가 서울이나 동경이나 그 누가 우리 가슴에 송곳 날보다 살벌한 칼을 들이대고 두 얼굴에 흉터를 남기려 하는가 혼자일 때는 고이 시를 쓰다가도 둘일 땐 다시 뭉쳐서 서울에 대고 천 년 원수보다 혹독한 핏발 서린 앙갚음을 해대는 이들 여여 동해를 넘나드는 바람 길 따라 하룻밤만 자고 나면 서울 거리는 열도를 닮았는데 동경도 서울처럼 거리인 채 모습대로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명동이 시부야이고 부산이 나고야이듯 닮아버린 문화 행렬은 밤낮 모르고 넘나드는데 모퉁이 가게일지라도 진열대에 앉지도 못하고 거리로 내몰린 Made in Korea 나마저도 국제도.. 2022.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