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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1) : 열도에 내리는35

군함도 . 軍艦島 군함도 . 軍艦島 趙司翼 선혈 낭자한 붉은 자국이 미라로 굳어 그 오랜 세월에도 패인 암벽마다 한 서린 꽃을 피웠다 고향도, 성씨도, 누구의 세월이었을까 곡괭이가 분노에 찬 모습을 하고 박물관 유리벽에 갇혀 있다 죽어서도 못다 한 무엇이기에 광산(軍艦島) 바위 벽에 돌 채송화가 소복(素服)처럼 피었다 빛과 어둠을 분간할 수 없는 이곳은 박쥐 떼들이 비명을 지르며 어깨 위로 미끄러질 때마다 공포가 차 올라 풍지처럼 떨리는데 제국의 타래에 감겨 짓밟히고 채이면서 개처럼 핥아야만 했던 피죽으로 끼니를 채우고 나라 없는 설움을 알몸으로 견디어가며 석탄층 뚝뚝지는 물방울이 광부들 젖줄이었을 것을 생각하니 도저히 인간일 수가 없는 왜놈들아 나의 서글프기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렇게 단단하고 왜곡된 다짐 무엇인지.. 2023. 2. 1.
오늘도 가면의 무대는 오늘도 가면의 무대는趙司翼꽃 같은 세월 향기로운 봄인데도너희 포악한 앓음이 병인 줄 모르고 적시된 진실을 혀 끗 만큼도 말하는 것이 없구나기억하고 행동하는 것은 사무라이 유산뿐일 것이니어느 천년부터 처박힌 잔해로 욱일기, 피의 물결을 한 발버둥을 보면서어쩜 이리 그 긴 세월에도 변한 게 없다겉보기엔 인간이라 인간 된 마음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병실을 눈물짓는 촛불 하나처럼그릇된 영혼 애처로워 손 모으겠다만설마 아니 핏줄 속까지 그래서야 되겠느냐 어둔 밤을 별빛 찬란한데 눈곱만큼도 타협할 마음이 없어서나의 침묵하는 시간만 길어지고그 까닭으로 한마디 표현조차 잃어버리고자정을 태동하는 고요한 시간에열도의 처마 끝에 검은 리본을 내 건다   편집등록.성우혁      제목 2022. 12. 7.
列島에 내리는 비 (三) 列島에 내리는 비 (三) 趙司翼 구름에 가린 별도 나 같은 울분 있을까 빈 마음도 때로는 떠안고 사는 게 인생이라고, 말하면서도 지친 걸음 떠돌다 보게 되는 요미우리도, 니혼 게이자도, 아사히도, 마이니찌도, 그리고 버섯 포자처럼 열도를 뒤덮은 믿어 왔던 여러 일상이 단 한 번이라도 진실인 적 없는 줄 알지만 달리 방법을 몰라 귀를 닫고 눈 감 다가도 병 지닌 가슴 깊어질까 두렵고 거짓된 언론을 동행하는 꼴 되는 것이어서 진실과 사실을 신문사에 전송해 봐도 기대 하지 않았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있는 건 못 견디게 더 힘들 것 같아.................... 비애가 공포로 미친 듯하여 내 아픈 진실과 거리에 서면 불결한 밤 거짓된 여러 풍경을 다시 보게 된다 마른 낙엽을 자박 거리며 시부야 .. 2022. 11. 11.
신주쿠의 밤 . 新宿の夜 신주쿠의 밤 . 新宿の夜 趙司翼 씹어 뱉은 시간이 퇴적처럼 쌓인, 피범벅을 하고 이 모든 발길은 어디로 갈까 깊은 호흡에도 잦아만지는 숨소리는 턱밑까지 헐떡이고 내가 그리 될까 봐 시선 달리하고 눈 감아도 그래도 이곳은 무지(無知)의 허기뿐 연명을 손짓하는 네온 불 쫓아 무엇을 찾아 헤매느냐 여러 그대들이여! 눈이 부시게 불야성을 헤매어봐도 무리로 검은 그림자만 거리를 떠도는 신주쿠의 밤 여기는 독을 품은 장미 숲이어서 눈이 부신 뒷모습만 헤매다 가시에 찔린 신음이 거리를 울고 있다 쌓인 밤은 그 끝을 모르겠고 도시 하늘 그곳엔 검은 새만 날아간다 편집등록(성우혁) . 春日八郎(男の純情) 제목 2022. 11. 7.
시부야 광시곡 . 渋谷 狂詩曲 시부야 광시곡 . 渋谷 狂詩曲 趙司翼 외로움이 손등에 눈물 닦기 전에 무엇을 더 보태지도 말고, 돌아보지 말고 감정 혼잡한 인파 속에 나를 묻는다 아는 이 없는 거리에서 나에겐 네가 이방인이고 어둠을 중얼거린 들 너는 이유를 모른다 떠돌면서, 이별이 너무 많아 나의 몸부림을 너는 모른다 밤 새도록 추억이 얽힌 영토 안에서 저주의 악몽 같은 밤이었다 한들 너는 이러한 나의 의미를 알까 미치광이 발광이면 웃기라도 하겠는데 네온 빛에 광기를 더하고 좋아하는 짓이라니, 그런가 보다 할 수밖에 陰部를 들어내 놓고 陰毛가 삐죽거려도 무의식 속에 죽어가는 이성은 혈흔 낭자한 채로 일본의 아들 딸이 흐느적거린다 새벽이 올 때까지 실종된 인격뿐 인간 된 소리 들리지 않는 시부야의 밤 편집등록 (성우혁) BGM - 伍代夏.. 2022. 10. 22.
멜로디가 없는 음악 멜로디가 없는 음악 趙司翼 별이 빛나는 밤, 바다의 깊은 오열이 마지막인 줄 모르고 소홀했던 너의 얼굴 잊힐까 기억하는 동안에도 어떤 날은 생각 없이 항구를 걷고 있다 별이 질 무렵 항구를 떠나는 뱃고동 소리 일련의 지난 추억이 결국 아무것도 아닌 환영일 뿐 어떤 의미가 너를 만난 것처럼 어둠을 지우며 내게로 새벽하늘이 오는 동안에도 추억이 누추해지기 전에 부르던 노래 말없이 흐느끼며 서러워도 이별의 잔을 놓아 둔 채로 눈물이 오기 전에 가야지, 돌아가야지 2017.07.18 - 친구 잠든 항구에서 편집등록 성우혁 BGM - 伍代夏子(瀬戸情話) 제목 2022. 10. 14.
그날 松山駅에서 그날 松山駅에서 趙司翼 히로히토(裕仁), 극한 만행의 피가 흐르는, 日帝에 불과한 너희는 내 나라 영혼을 약탈하고 살인의 자유까지 보장받던 때를 아직도 ......... 내가 追從하는 理念도, 學問도, 아니오나 마르크스, 엥겔스思想이 根本理念도 아닌 소화천황(昭和天皇)을 숭배히 여긴 네들만의 사상이며 근본인 줄 익히 알며 약탈(掠奪)을 신성(神聖)시 섬기는 왜구(倭寇)라 한들, 진실 아니더냐 반세기(半世紀) 후, 또 수십 년, 삶의 폭은 좁고 모진 팔매질에 제한된 인권의 울타리에서 내 동포 심적 가난은 한 세기, 턱밑까지 울분인데 나는 오늘도 JR선 열차에서 편향된 파편을 열도에 쏟는 소리 들었으며 혐한병(嫌韓症) 깊어 들뜬 궤변 견딜 수 없었고 왜놈에 대한 나의 만성적 분노를 견디지 못해 약속한 香川駅.. 2022. 10. 5.
否定하리라 도쿄여! 否定하리라 도쿄여! 趙司翼 이 도시에서 온갖 멸시를 경험한 나는 끊어낼 수 없는 질긴 악연의 땅에서 줄지어 가는 여러 행렬의 깃발을 보며 애써 시선을 외면하지만 속절없는 분노는 기폭을 흔들고 표정 없는 얼굴 모두 응고된 조각에 지나지 않는 의젓한 체, 왜곡을 이어간다 한들 검은 양심을 푸른 별이 내려 보고 있다 굴절된 왜곡의 어지럼 속에 먼바다 지축이 흔들릴 때마다 너희 바다를 솟구치는 물결도 달래지 못하면서 국제 도시라고, 떠벌리며 외침이라니! 그 무슨 말씀 같지 않은 말씀을, 어디 나뿐이랴 세월의 책갈피가 역사를 기억하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편집등록 성우혁 BGM - 伍代夏子(忍ぶ雨) 제목 2022. 9. 27.
벳푸, 오이타항구에서 벳푸, 오이타항구에서 趙司翼 정착하지 못해 떠돌던 지난 이야기며 구겨진 추억과 시선을 마주하고 외로운 벳푸 오이타 해안가 여관 집에서 갯내음 비릿한 술잔을 혼자 하면서 참치잡이 밤배가 출항 하는 뱃고동 소리 쓸쓸한 기억에도 없는 꽉 찬 외로움은 무엇인지! 다다미방 일본식 격자 문틈 새를 날름거리는 달그림자 더욱 짙게 드리워 오는 어지간하면 한없이 차분한 밤이건만 해안가 전깃줄은 윙윙거리고 술독처럼 끌어 오르는 어둠에 싸여 보이지 않는 것들과 투덜대는 나는 이 모든 것을 외로움이라 말한다 편집등록 성우혁 BGM - 岡千秋(花はあなたの肩にく) 제목 2022. 9. 25.
붉은 수수밭 . 赤蜀黍畑 붉은 수수밭 . 赤蜀黍畑 趙司翼 여물지 못한 미답(未踏)의 땅, 열기 들끓고 화산이 폭발하는 후지산 계곡을 용암이 흐르게 될 어느 날 종말의 별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붉은 수수밭으로 열도가 뒤덮이는 날을 언젠가는 일본인 너희는 보게 될지 모른다 그때에도 조선을 격멸할 것인가! 열도의 지축이 흔들리는 날 용암 속으로 사라져 가는 생과 죽음의 틈바구니에서 사투의 몸짓으로 조선을 향한 울부짖음은! 메아리조차 불타버릴지 모를 현무암 속으로 한 줌의 재가 되리니 이제라도 소중히 여기거라 이 광대한 우주의 인연을 너나 나나, 우리가 모르는 미래는 영원하니까 편집등록 성우혁 BGM - 村田英雄(無法松の一生) 제목 2022. 9. 23.
야스쿠니 눈물 비 야스쿠니 눈물 비 趙司翼 눈물 비가 내린다 처음일 때는 그래도 희망의 눈물을, 어느 때가 되어서야 피보다 진한 인생 눈물 흘렸을 것이다 반백년이 훌쩍 넘은 세월 억울한 웅얼거림으로 기력을 다한 눈물 비가 추적추적 야스쿠니 앞마당에 내린다 살아서 못 간 고향 죽어서마저 야스쿠니에서 왜놈들이란 것 외엔 이유도 모르고 가식으로 치장된 제단에서 잡것, 왜구들과 범벅되어 향 진한 냄새만 빗물에 녹아내린다 편집등록(신유라) BGM (박홍섭(그리운금강산) 제목 2022. 9. 5.
가면무도회 가면무도회 假面舞蹈會 趙司翼 시선을 강탈한, 가면으로 치장 한 무희들이 남미풍 탱고 선율 타고 무대에 오른다 희죽이는 엉덩이 애써 미소 짓는 무희들 객석 시선을 온몸으로 국적 불명 향수가 진동하는 무도장 유두 빛 와인잔 부딪히며 백작(佰爵)들 품 안에서 비비적거린다 샹드리제 불빛 꺼지고 시이키 조명 켜지니 객석에서 남자 품을 전전하는 부나방들 이 밤이 임종을 고할 때까지 가면의 밤은 속절없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신기루의 꿈은 없다 늙고 병들어 절망의 소리 난무하는 날 시간 저편에서 망각의 그림자 붙들고 슬픈 베아트리체를 노래하겠지 편집등록 정민재 BGM - Tres Lagrimas 제목 2022.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