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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1) : 열도에 내리는

列島에 내리는 비 (一)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7. 24.

列島에 내리는 비 (一)

열도에서 분주한 세상을 실어 나르는 철길 위에
남쪽 끝에서 밤 내내 눈 비비며
달려온 새벽안개가 또 어떤 창백한 얼굴을 동경에서 그릴 것인가
서울이나 동경이나 그 누가 우리 가슴에
송곳 날보다 살벌한 칼을 들이대고
두 얼굴에 흉터를 남기려 하는가

혼자일 때는 고이 시를 쓰다가도
둘일 땐 다시 뭉쳐서 서울에 대고 천 년 원수보다 혹독한
핏발 서린 앙갚음을 해대는 이들 여여
동해를 넘나드는 바람 길 따라
하룻밤만 자고 나면 서울 거리는 열도를 닮았는데
동경도 서울처럼 거리인 채 모습대로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명동이 시부야이고 부산이 나고야이듯
닮아버린 문화 행렬은 밤낮 모르고 넘나드는데
모퉁이 가게일지라도 진열대에 앉지도 못하고
거리로 내몰린 Made in Korea

나마저도 국제도시라고 불렀던 동경,
국제인 같은 의식은 본 적이 없고
생의 마지막 같은 가련함을 보다가도
아픔보다 여유로운 것은 내 조국 서울을 경배하기 때문이리라

사흘 내내 비에 젖은 열도의 복판에서
눈 부릅뜨고 골목까지 들여다봐도
열도에 내리는 빗물 검은

그 위를 걷는 고단한 얼굴들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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