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시모노세키는 울어야 한다
趙司翼
눈 감으면 그뿐 이라고, 생각하기엔
성난 바다 겨울 폭풍처럼 지옥 같은 아침이었고
늑약(勒約)의 조선인에겐 하루가 한 세월처럼 길었을 것이다
징용으로 낱낱이 절단된 자유는
탄광에서 핏물 가득 바람처럼 흘렀을 것이고
바다 밑 갱도에 이르기까지
곱새등 히로히토 천황 만세를 부르짖는 박수소리 울릴 때마다
막장 더욱 깊숙이 허리를 굽히고
휘~휘~ 땅 위에서 숨 한번 내 쉬지 못하고
1942년 10월 17일, 죽어서야 자유의 몸이 된
거제가 고향이라 쓰인 박 씨의 비석 곁엔
그 세월이 깊게 배인 흔적 말고 아무것도 없었다
생각만으로도 머리털이 곤두서는데
역사 일그러진 시모노세키에서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썩어 문드러져 흥청망청 모습들이 가슴 아프다
살인자, 약탈자로
내 나라 내 동포에 지은 죗값
소멸될 유효기간은
왜놈들, 양심으로 말해줄 것이오니
아직도 시모노세키는 쉬지 말고 울어야 한다
2017.08.15 .- 下関 彦島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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