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

비애를, 눈물을, 슬픈 생각을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8. 17.

 

비애를, 눈물을, 슬픈 색각을

趙司翼

나뭇잎 뒤척이며 바다가 몸을 떠는소리는

물길 불빛으로 타오르는 슬픈 세상이 밀려 드는 징조였다
산등만 한 파도가 해안 마을을 집어삼키고
마치 그것은 절규로 우는 지구 종말 한 맺힌 서막이었다
해안 벽이 대혼란 속에 휘말리는 순간
부풀며 바다가 휘이고, 부러지고, 뒤집어지고,
목덜미를 뛰는 맥박은 터질 것만 같고
침묵 속에 고요하던 미야기현 해안 마을은
피를 부르는 '프로메테우스'처럼
지구 몸부림을 대신 울어 주는 절규의 행동이었다

병든 인생 어두운 뒷골목처럼
길고 긴 밤 외로운 불빛 옆에서
이 모든,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은
저승길 종말이 예비되어 있다는 것,
나는 비애를, 눈물을, 외로움을, 슬픈 생각을 별에 두었다
뻘밭뿐 풀냄새 모두 허허벌판처럼
그래도 끊질긴 목숨들이 나뒹굴고
피눈물 굳어가는 한동안을 그곳에서 깜빡할 사이 

잊고 있었던 시간이 호흡 거칠게 심장을 간당거린다

2011년 3월 11일. 미야기현 쓰나미현장에서

 

'■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 딸 결혼식날  (33) 2023.09.04
운명을 말하면서  (37) 2023.08.30
끝이 없는 길  (30) 2023.08.27
명성산 억새도  (13) 2023.08.20
인생길 가다 보면  (11) 2023.08.12
노르망디! 잊힌 이름이 되어  (9) 2023.08.03
가시고기 사랑  (8) 2023.07.26
새장의 저주  (11) 2023.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