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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

명성산 억새도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8. 20.

 

명성산 억새도

趙司翼

어떤 때 문득문득 이슬 맺힌 은방을 꽃이 그립듯
이를테면,
산마을 수수밭에 허수아비 서 있고
익어 가는 다락논 고추잠자리 날며 노는
그 모습이 못내 그리운 시인들처럼
가야지, 떠나야지, 이별을 말하는 여름!
나도 언젠간 명성산 푸른 능선이 그리울 것만 같고
삼각봉 우거진 억새 풀밭
귓가를 두드리는 산새들 노랫소리가 슬프다

 

엊그제 같던, 일 년 전 어느 
이국의 낯선 땅 나가사키에서 별이 된 친구
그 좋아했던 명성산도, 산정호수도
이제는 함께할 수가 없어서
도시락 나누던 자리만 깊게 깊게 눈에 박히고
웃는 모습 사진 한 장 억새 밭에 묻고
하산 길 노을 속을 친구가 아련하게 흔들린다
귀로(歸路)에서 혼자라는 슬픈 눈물만

2017년 9월. 포천 명성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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