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릿빛 8월 이야기
趙司翼
열대야 그토록 뜨겁던 밤 별마저 떠나고
흑해 염수처럼 짠 물을 베개 밑에 흥건하게 쏟아 놓고
어둠 뗏장이 한 겹 두 겹 허물을 벗는다
술독처럼 부글부글 구릿빛 팔월
또 하루가 오동나무 마른 가지를 이글거리고
종달새 모양, 빛바랜 온갖 상징들이
서행하는 갈빛 냄새 풍기는 길 걷다 보면
거기엔 깔따구 떼 우글거리는 수풀로
몰래 모르게 가을이 오고 있다
강화들, 마니산 자락 여름도
날이 갈수록 쓸쓸한 것들만 오갈 것 같고
그 푸르던 시야가 점점 흐려지면서
멀구알 익어 가는 전등사 토담 뒤뜰
귀뚜라미 합창 하는 몸짓들이
여름 자락을 이야기하면서
푸렀던 날도 붉디붉게 가을이 오겠지
2023.08.05 - 강화 들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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