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사람들
趙司翼
이별 없는 가난을 허우적이는 날이면 날마다
세월의 어둡고 거친 그늘에서 발버둥 치는 사람들
삶의 가격표는 숨 가쁘게 상승하고
버터향 떠날리는 서래마을 자락을 곁에 두고
가난의 편재(偏在)에서 구룡마을 사람들은
차라리 호모 사피엔스일 때
그 세상을 못 견디게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백 년 세월 느티나무 그늘을 옹기종기
오손도손 촘촘한 판잣집
허기진 바지춤 허리띠 같은 좁다란 골목
마주치는 풀꽃 같은 미소가 참말로 눈물 나게 가슴 아프다
어둔 지평처럼 시야만 흐려지고
눈물이 시궁창의 비처럼 떨어져
지금 내 모습은 더 이상 아름답지가 않다
너도, 나도 비열하게 비굴하지 말자
가난을 우적우적 끊일 날 없어도
박넝쿨이 이웃 간 손을 맞잡고 따뜻한 정을 나눈다
봉숭아 피고, 맨드라미 핀 골목
네들이 어찌 내 맘 알겠느냐
아무것도 모르는 달개비꽃들아 잘 있거라
2023.07.29 - 구룡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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