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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文學 . 2022년 . 2023년

장맛비 내리던 날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7. 5.

 

 

장맛비 내리던 날

趙司翼

홀로 그렇게 한가롭던 몽상도 잠시
푸른 벼들이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바람 불더니 비를 쏟으면서 번개 뿌려지고
불태우듯 포악한 낙뢰의 절규
그 절정을 몸으로 받아내면서
나는 의연을 가장했지만 떨며 뒷일을 지켜보았다
논풀 우거진 그 방천 둑에서
호수 같던 들녘이 울부짖는 모습을 보면서
내 타락의 대명사인 감정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왕버들 벌거벗은 나뭇가지처럼
두려움에 지친 내 모습이어도
비 젖은 스케치북 처참히 너덜거리는데
오늘 그 하루의 운명을 조작해서라도
손끝이 생각했던 모든 이야기를 살려야겠다
잠 못 이루고, 밤늦게까지
그리 될지라도
젖은 마분지로 남고말지라도
얼음 비가 이 들녘에 쏟아질지라도

2023.07.05 - 화성 남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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