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장미
趙司翼
꽃잎 모양을 한 가로등 오래된 이 층집
꺾이고, 부러지고, 잘려 나가도
녹슨 울타리를 운명처럼 붙들고
군살로 상처가 굳어 우그러진 가지마다
내 추억처럼 넝쿨 장미는 오월을 꽃피웠다
핏빛 붉게 터진 속살 노랑 꽃술을 그리다 말고
가슴이 두근거릴 때면
사춘기 들뜬 마음이 되어
꼬깃꼬깃 가슴 깊이 비밀처럼 묻어 둔
장미꽃그늘에서 입을 맞댔던 그 소녀가 그립다
꽉 찬 담배 연기뿐 화실을 홀로 외로이
말할 사람도, 옆에 아무도 없고
추억 또한 늙어 가고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창밖 나른한 오후의 햇살은
쉴 새 없이 장미 숲을 만지작 거리는데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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