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밟고 서서
趙司翼
예저기 흩어져 소리 없이 안개 비는 내리고
빗방울 스쳐 지나간 이팝나무 가지에서
싸락눈처럼 우수수 날리는
꽃잎 젖어 구르는 풀밭 길엔
시들어 가는 달맞이꽃 제철의 아픔이 깃들였다
안개 비 내리는 빈터에서
훗날의 표지판을 다시 한번 훑어보며
어느 길을 고민하는 동안에도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봄날은 가는데
살아가는 일로 한가할 때가 없어
꽃 같은 세월이
내 인생에 발 디딜 때 출발처럼
결사했던 여러 기약 모두 저버리고
앞날의 불분명한 파도에 쓸려
푸른 계절을 배회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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