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이 내게로 오는 동안
趙司翼
깊은 밤 여관집 창문 밖을 희끗희끗 바람에 날리더니
새벽안개 걷힌 후에야 알게 된다
찔레나무 흰 꽃잎이 눈처럼 날리었다는 것을,
태백 가는 국도변 동해바다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파도의 거친 손짓으로 하여
어릴 때 첫사랑을 다시 그리워하는 슬픔으로 깨어난다
젖은 안갯속을 새벽이 내게로 오는 동안
그 추억은 현실의 근거지에서 멀어진 줄 알았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 하굣길에서
영희, 춘자, 봉순, 계춘, 명수, 미자와
가시가 찔러도 좋아라! 찔레순 꺾어 허기 채우던
그날 피 맺힌 슬픈 기억으로 새벽까지 악몽을 꿨다
남원 ~ 광주 간 국도 변에서
찔레꽃 한아름 손에 쥐고 하늘로 간 미자,
나는 어린아이였고 나약했어도
이 작은 가슴을 첫사랑으로 남아
잊지 못해 그리워하는 슬픔인 줄 몰랐다
철부지 때 첫사랑 행위가 목구멍을 아리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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