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畵集(1) : 열도에 내리는

재일교포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5. 1.

 

 

재일교포

趙司翼
오늘도 열린 문틈으로 담배연기가 타 오른다
밤마다 창밖 어두운 심연을 담배로 태우며
유혈의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공허한 외침에 불과한 피맺힌 절규를 밤마다,
그래서 누가 들어도 도시 까마귀 슬픔 같은 통곡을 목놓아 운다
조선의 광부로 끌려 와서 핍박 속에 살아온 세월
절망을 낭만으로 살다 
아버지가 못내 그리울 때면
부풀어 오른 견딜 수 없는 증오 때문이라 했다

봄이면 길 건너 이웃집 마당에
붉게 핀 튤립 화단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그곳엔
구십 년, 아버지 인생이 있기 때문이라 했다
습관적으로 그곳을 향해 숙이는 고개
꽃밭 멀리 떨어진 어두운 구석에서
그는 밤늦게까지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편집 등록 . 정민재

'■ 詩畵集(1) : 열도에 내리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와 천둥  (11) 2023.07.08
후지산. 富士山  (7) 2023.06.17
슬픈 마음 되어 봐도  (5) 2023.06.08
항구의 부르스  (14) 2023.05.03
그 여자의 술집에서  (6) 2023.04.16
列島에 내리는 비 (四)  (5) 2023.02.11
군함도 . 軍艦島  (6) 2023.02.01
오늘도 가면의 무대는  (1) 2022.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