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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 . 편지 . 수필

나의 살던 고향은!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2. 17.

 

 

 

 

객지로, 타국으로, 어느 도시를 떠돌던 수십 년 세월
갈증만 더욱 커지고 어린 때 추억에 향수병 앓았던 날 많았고
아버지 어머니 만나서 인생이 시작된 곳, 아랫녘인데,
요천강이 흐르고 광한루원이 자리한 남원행 고속버스에 오른다
- 2012.10.09 -


내 추억처럼 고향은 고지 곧대로 잘 있는지!
몇 날 밤 더불어 추억을 배낭에 꾹꾹 눌러 담고
깨복쟁이적 물장구치던 너른 들판까지는 아니어도
일수네와 춘자네, 순애네와 명수네 집 모두와
앞마당 곤달추와 치자나무는!
뒷산 범바위와 집성촌을 이룬 소나무들은 제 끼니 챙기며 들, 잘 있는지

하도 옛길이라 오는 내내 멀리만 생각했는데
지친 걸음 그 무엇이 잡아당기는지!
이끌리듯, 헐떡이는 숨 고를 겨를도 없이
멀리서 손 저으며 반기는 고향을 보고 나서야 짓눌린 추억이 가벼워진다

먼 쯤에서부터 솟구치는 눈물 눌러 참으며 만나게 된
나의 살던 고향은 빈집들만 듬성듬성 내 기억에 존재하는 동네는 아니었다
추억이어야 할 돌담은 무너지고
들길 가는 길목엔 비살나무 우거진 잠자리 놀이터일 뿐
인기척 차가운 골목골목엔 잡풀들과 거미줄만 나부끼고
그나마 소란을 떠는 참새들 노랫소리가 위안이다

오랜 세월 견디어준 몇 집이 얼마나 고마운지!
쫄대 나무 울타리가 잠시 일렁일 땐
제철 잃어가는 모기떼의 통곡하는 애도 물결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데
나 어릴 때 흔적 모두는 이제라도 잊고 싶은 추억일지도!
돌아오는 길가에 망초꽃들만 찬바람을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