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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등산

생드니 언덕에서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12. 23.

 

생드니 언덕에서 . Saint Denis
이 성스러운 아침이 얼마나 고요한가!
동틀 때쯤 하늘엔 구름 은밀히 그림자를 태동하고
가파른 언덕 저편을 가로지르는 트레일러,
그 아래 어디선가 유럽풍 경쾌한 음악소리와
전나무 향긋한 바람 불어오는 숲에서
평야로 달리는 계곡 물소리와 바람소리
사그락 사그락 나뭇잎 부대끼는 소리까지 천상의 하모니다

품위 겸손이 파란 눈의 아침이 열리고
반쯤 열린 하늘 커튼 너머 동쪽서
얼굴 붉힌 어린애처럼 다소곳이 돔형 해가 솟는다

나의 머나먼 여정은 혼란과 절망을 오가며
이 웅장한 언덕서 존재에 불과한 숨결로
오늘 하루 또 어떤 변화에 직면하게 될지 !
열 아흐레를 근심과 두려움으로 채워서일까
살아있는 숨결만으로도 고마움 외엔 생각 없는 하루이고 싶다

 

친구 'Antonin Artaud'

 

 

 

태양 뜨니 띠 두른 그림자가 날아간다
저 산 꼭대기서 산줄기 흘러내리다 머문 곳,
뭉클하리만치 드넓은 초원에는
이슬 털어내는 풀꽃들이 무리 지어 하루를 열고
동쪽 저 멀리서 햇살 내린 호수(la gittaz)에는
또 어떤 생드니를 그리고 있을지
이 웅대하고 광활한 땅 주인
햇살, 바람, 구름 , 나무, 꽃, 산새들까지
하루의 시작이 이산 저산 모두에서 분주하다

이곳에는 무서우리만치 고요함이 있고
또 이곳에는 활기 가득한 분주함도 있다
여태껏 내 맘이 감당해야 했던
긴장과 두려움에 힘들었던 고통을 눈물로 쏟고 싶다
울적했던 것 모두 잊기 위한 환상이라도 마시고 싶다
내내 발버둥 쳐도 능력 부족하여 그리지 못한
아름답고 신비로운 생드니를
내 마음 캔버스에 꽉 채워준 오늘 하루
텃새들 노랫소리가 생드니 언덕에 물결처럼 메아리 진다

 

  편집등록    성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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