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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등산

그 밤, 다뉴브 강은 우울했다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12. 7.

 

나는 오늘

다뉴브 널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했다
당시는 필연코 복종하고 따르며 굴복을 비열로 먹고사는
폭풍우 난폭히 흐르는 강물이어야 행복했고,

잔잔히 소리 죽여 흐르는 강물결은 사상을 난도질당해야 행복했고,
민주 물결이 짓밟히고 걷어차이는
몇몇 거리의 행태는 정상이 비정상이며
분방한 진리를 틀어막는 무엇이든, 아무것도 정상은 아니었다

 

내가 지금

찬비 내리는 밤 마가렛서 세는 별을 누군가도 슬픔 눌러 참으며

나처럼 세었을 것이고
마르크스 사상에 물든 자들도
안개 자욱한 하늘서 별을 세며 낭만으로 사는 동안이 있었는지!

친구 기다리며, 이 또한 혼란을 살고 있는 나는 누구인지!
바에서 남겨 온 술을 마시고서야
70년대, 핏빛 흥건했던 다뉴브 강은 아무런 말 없이 흐른다

 


친구와 둘이서

베오그라드에서 온 '안토니'와 학창 시절 마가렛 다리서
투신으로 생을 마감한 망자들의 명예 더불어
내 가슴에 서릿발처럼 괴어 있는 슬픈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왜곡된 민주의 진실 참을 수 없어
소리치고, 울분하고,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배척하며
단지 사람은 행동할 수 있는 운명이기에
동유럽 모두, 민주국으로 물결 일렁이는 자유시대가 도래하길
부다페스트를 깨워 자유를 갈망하는 모두는
현실을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기에
형식을 버리고 진실을 행동하라며, 소리친 몸부림을 역력히 기억하고 있다

마르크스 시대정신을 아첨하며
쭉정이로 썩어 문드러진 시집을 낱낱이 찢어 물에 던지며
투신으로 양심을 말했던 영혼, 통곡으로 흐르는 강
당시, 울분했던 기억 모두는 아픔이고 슬픔이었다

 

 

떠나 오면서!
하지만 이젠 문풍지처럼 나약해진 서글픔만 커지고
하루를 지나고 나면 하나의 기억을 잃게 되는 삶이 애달프다
당시를 함께 했던 친구들은 어떻게들 잘살고 있는지?
마가렛 다리서 함께했던 친구 모두는!

 

2021.04.24

 

편집등록 . 성우혁    BGM-The Waves Of The Danube (1995 Digital Re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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