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장의 밤
오를 때마다 운명이길 비롯하면서
버틴 육신마저 기울어진 울타리이고
대낮 떠 있는 달에 빌며 발버둥 쳐보지만
지구 중력 버티지 못해 휘청하며 휩쓸리기 일쑤이다
사랑에 지친 견우와 직녀 슬픈 이별로
계곡이 되었다는 그 눈물 방울이 흐르는
통나무 다리를 건너려 하니
사지가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후들거린다
삼천 구백오십 고지 오르는 내내
빙산을 휘적이던 햇살이
그림자 붉게 물든 능선 자락 지운 밤
그 밤이 조용히 흐르는 침낭에 누워
다시 또 이 산을 오를 수 있을지!
온다 해도 버틸지 모르겠고
마지막 일 것 같은 '록키 롭슨산' 산장의 밤
이후론 다시 오르지 못할 것 같아
나의 괜한 불안이었으면 좋으련만
푸른 별 시린 바람 견디지 못해
눈가 눈물방울이 주르르 흐른다
2020년 8월 21일 . 캐나다 로키산맥 롭슨산(3,954m) 등반
편집등록 성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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