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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남과 이별

추모사 . 그대 잘가라!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9. 23.

 

追慕辭 . 그대 잘가라!

commemorating speech for the memory of a deceased person

친구야! 어쩌자고 내가 너와의 이별을 말해야 하는지!

무심히 한마디 말없이 가더란 말이냐
이토록 하늘은 맑은데, 바람 살랑이는데,
너 가버린 세상에서 어찌 견디라고,

삶을 말하고 고뇌하며 우리만의 숫한 이야기 나눌 때에도
십 년 전에는 영민이랑 셋이서 그랬었지
외롭지 않게 한날한시에 하늘길 걷자고,

 

하물며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효근이 너와 그랬는데,
먼저 간 친구'영민'을 누가 먼저 만날지 모르겠다고
한날한시에 만나자고, 버릇처럼 했던 말을
약속으로만 남기고 기어이 홀로 떠난 친구야

친구야! 우리 함께 사는 내내
삶을 구성하는 행동과 고통을 누누이 말하지 않았더냐
숙명을 안고 아이는 태어나고,
태어난 아이는 젖을 떼는 고통을 겪게 되고
험난한 세상에서 고통의 세월을 살다가 결국 죽음에 이른다고

우리 세상에 태어난 이상
뗄내야 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한 생을 살게 되고
고통을 견디는 능력은 인생의 절반이라 말했는데
너는 나에게 쓰라린 고통만 남기고
나 또한 사실로 받아들이는 이 순간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이구나

친구야!
지금 나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친구야
인간이기에 고통 속에 성장하고 고독으로 살다 떠날 것이고
자연은 비와 바람, 눈과의 고통을 겪을 것이며
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리는 고통과 싹을 틔우는 고통을 겪을 것이고
인간은 운명을 겪는 과정 속에 고통으로 살다가 떠난다고,

친구야! 내 진정한 친구야! 우리 사는 내내 그러지 않았더냐
모든 생명이 말할 때 듣는 법을 배우고
태양이 인간들 그림자와 놀 때 보는 법을 배우고
그 누가 됐건 간에 살아가면서 생명을 존중히 하는 법을 배우고
너와 나, 우리 자신을 먼저 존중하는 법은 배우지 말자고
그랬었는데, 그래 놓고
너는 나에게 참기 힘든 고통을 안긴 채 말없이 떠나는구나

찬구야 우리 말하길,
선하고 빛나는 행위는 분주함에서 나오지 않고 고독한 이성에서 자라며
침묵과 위험이 공존하는 세상에서만이
건전하게 자란다고 말하지 않았더냐

고독은 운명이 인간을 자신에게로 이끄는 길이며
고독이 없으면 고통도 없고, 고독 없는 세상에서는 영웅도 없다면서
사람은 누구나 고독을 맛보고 자신의 운명에 직면하려면
채이고, 상처 받고, 넘어질 가능성에 무관심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심지어 비참함을 통해서라도 고독을 말하며
우리 함께 걷는 인생 길에서 진정한 우정을 얻을 수 있다고,

우리 그랬는데, 그랬던 친구야!
이승에서 마지막일 때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너에게 다가온 운명을 어찌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
우리 청춘일 때 내면 깊은 곳을 들끓던
이유 없는 무엇이든 간에 거리를 방황했던 때를 기억하고 갔는지!

 


우리 한 때의 충동이었다 해도, 끝일 줄 알았는데
고독이라는 숙제를 평생 동안 앓고 살지 않았더냐
인생이기에 당연히 고민해야 할 운명의 부름이고
미래를 향한, 새롭고 더 높은 곳으로의 과장이라고 말했었는데


운명이라 한들, 그 무거운 숙제는 풀지도 못했는데
가을 어느 날 낙엽처럼 떠난 친구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너를 보낼 수 없어 흐르는 눈물뿐이다

찬구야! 이젠 영원한 이별이 시간이 왔구나
너의 한 생을 배웅하는 추모곡이 울려 퍼진다

아들들이, 너의 아들들이,
생전에 네가 좋아했던
"자클린의 눈물"이 너 떠나는 길을 동행하며 하늘을 흐른다

이승에서 못내 안타까웠던 고독한 삶은 여기가 끝이다
또 다른 세상에서는
네가 살아왔던 고독한 세상 말고
그 무거웠던 고독의 삶, 살지 말고

영민이와 산책  길에서 좋아했던 노래 부르며 훨~훨 바람처럼 살거라

친구야! 마지막 불러보는 친구야!
내가 안고 가야 할 고독할 날이 얼마일지 모르오나
사랑하는 아들들이 있지 않느냐
너 그리워 우울할 때면 사랑하는 아들 모두 데리고
너의 흔적을 추억하며 이곳을 다녀갈란다

이승에서의 모든 번뇌 내려놓고
너 가는 그곳에서 외로웠을 영민이가 반겨 줄 테니
가벼운 걸음으로 가거라
영민이가 기다리는 그곳서
나 갈 때까지 고독은 말고,

행복하게, 나 갈 때까지

2021년 11월 19일

 편집등록   성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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